똑같은 교통 위험성에도 '공공시설은 불허, 특정업체 카페는 허가'
진.출입로 허가 전면 취소해야...허가 배경 의혹규명 감사 필요
제주에서 차량 통행량이 가장 많은 평화로에 들어서는 특정업체 휴게시설의 진.출입로 개설문제를 놓고 논란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 교통이 번잡하고 잦은 안개로 인해 사고위험이 높은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지점의 평화로와 직접 연결되는 방식으로 진입로 및 출구를 만드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라는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다.
최초에 진.출입로 개설 허가를 내준 제주도정은 특혜의혹이 불거지자 뒤늦게 교통영향조사를 실시하고 사업자와 보완 방향에 대해 협의하고 있으나,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당연한 일이다.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미 허가받은 사항을 쉽게 양보하고 물러설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져 있었다. 논란의 본질은 '특혜'이다. 허가해서는 안되는 사항이 허가되면서 일이 크게 꼬였다는 것이다.
제주도정은 특혜가 아니라 일반적 행정절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련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그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다.
해당 사업은 총 9442㎡ 부지에 연면적 1373.88㎡ 규모의 휴게음식점을 건축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해당 시설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커피전문점이 입점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건축허가를 받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으로, 2023년 12월 31일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야말로 민간의 일반적 영리시설이다. 시급성을 요하는 공공사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해당 휴게시설은 평화로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진.출입로 허가가 곧장 났다.
제주시는 건축물 건축허가 신고해 허가를 했고, 점용허가는 애월읍에서, 진.출입 도로 연결 허가는 제주도에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진.출입 연결도로가 쟁점이다. 평화로에서 휴게시설로 진입하고, 다시 평화로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한 연결도로 개설 허가가 나온 부분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단지 민간 영리시설에 대한 허가를 했다고 해서 나온 의혹은 아니다. '이중적 잣대'가 적용된 흔적이 역력하고, 원칙과 기준이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뭔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 당국은 경찰, 도로교통공단, 자치경찰단 등과 함께 현장을 점검했고, 각 기관의 의견을 수합해 보완을 요구한 뒤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제주도정이 엄격하게 적용해 온 도로사용 허가 관련 '잣대'와 비교하면, 이번 허가 행위는 '특혜'가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제주도정은 불과 5년 전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사업의 연결도로 개설에 대해서도 '불가' 통보를 한 바 있다. 2017년 제주도소방본부에서 추진했던 안전체험관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소방본부는 그해 9월 제주도 관계부서에 안전체험관 조성사업을 위해 '평화로 진입도로 개설 가능여부'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회신한 검토 결과는 '불가'였다.
당시 소방본부에서 추진하던 안전체험관의 평화로 진입도로는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산 145번지 일대로, 이번 민간업체의 휴게시설 진입로와 위치만 다를뿐 도로 환경은 거의 비슷했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무수천 교차로부터 제4동광교까지 구간에서는 진입도로 연결허가는 '불가'하다는 원칙적 기준을 제시했다.
이의 내용을 보면, "평화로는 설계당시부터 고속화도로로 설계되어 평면교차로 없이 입체교차방식으로 시설되어, 무수천교차로부터 제4동광교까지는 일단 차량이 진입하면 정차 없이 진행하도록 건설된 도로"라고 전제한 후, "이에 따라 평화로의 특수성과, 차량의 속도, 교통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본 도로와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진입로가 설치될 경우 교통흐름에 상당한 방해요인이 될 뿐 아니라, 교통사고 발생 우려가 크므로 이러한 문제로 인해 직접 연결허가는 불허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사고위험이 매우 커 평화로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의 진입도로 개설은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민간업체의 휴게시설도 당연히 불허돼야 마땅하다. 교차로가 없는 도로에서 일정 거리 이내에서는 연결도로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한 '제주도 도로와 다른 시설의 연결에 관한 조례'를 적용한 결과라 하더라도, 맞지 않다.
두 시설 모두 제주시에서 서귀포시 방면 도로 오른쪽에 위치해 있고, 교차로 진입차로와 100m 이상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공공시설 진입로는 불허되고, 민간 영리시설 진입로는 허가됐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 휴게음식점의 사업자는 건축허가를 받은 후 연면적 1300 여㎡ 규모의 건축물을 약 3배 규모로 늘리는 내용의 건축허가 변경을 신청해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 민간사업자를 위해 도민들과 관광객들이 교통사고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지역주민들은 시민사회단체가 이번 연결도로 허가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나선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뒤늦게 제주도에서 시행한 교통영향조사에서는 연결도로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확인됐다. 이의 결과를 보면, 평화로에서 휴게음식점(카페)으로 향하는 진입로(감속차로)의 경우 사업자측이 계획한 90m에 추가로 40m를 연장해 130m로 하면 사고 가능성이 2.62건에서 0.85건으로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카페에서 평화로로 직접 빠져나가는 출구 도로(가속차로)의 경우 기존계획보다 40m를 연장한다 하더라도 사고 위험 가능성은 여전히 1.8건으로 높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진입로는 구간 연장을 통해 사고 발생가능성을 완화시킬 수 있으나, 진출로의 경우 직접 연결은 매우 위험하고 사실상 우회하는 것으로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제주도정이 최근 사업자에게 계획 변경을 요구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러나 사업자는 여전히 진입로와 출구를 모두 평화로와 직접 연결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계획보다 감속차로(진입로)는 40m, 가속차로(출구)는 20m 연장하겠다는 보완계획을 제시했는데, 이는 사실상 제주도의 권고를 무시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제주도는 사업자와의 협의가 최종 불발될 경우 교통영향조사 결과를 근거로 해 도로연결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것이다. 설령 법적 다툼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그대로 허가해줘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도민의 안전이 걸린 문제이다.
새롭게 출범한 민선 8기 도정은 이번 문제 수습에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비록 전임 도정 때 이뤄진 일이라 하더라도, 개설허가가 잘못됐다고 판단된다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전면 취소하는 것이 맞다. 원칙과 기준이 무너진다면, 앞으로 평화로 일대에는 연결도로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수밖에 없다.
또 한가지, 연결도로 개설허가 과정에서 제기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의뢰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이번 논란의 발단과 본질은 '특혜' 의혹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덮고 갈 것이 아니라, 털고 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