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학살의 주역 박진경, 제주 땅에서 추도 대상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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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학살의 주역 박진경, 제주 땅에서 추도 대상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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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단체, 보훈청 박진경 추도비 '역사의 감옥' 강제철거에 강력 반발
"최소 역사적으로 정확한 사실관계 적시 안내판이라도 설치해야"
4.3학살을 주도한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된 '역사의 감옥'.
4.3학살을 주도한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된 '역사의 감옥'.

제주4.3당시 제주도 주둔 9연대장을 맡아 무차별 진압작전을 펼친 4.3학살의 주범으로 꼽히는 박진경과 관련해. 보훈청이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된 '역사의 감옥' 시설물 철거에 나서 제주도내 4.3단체 및 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역사의 감옥' 조형물은 박진경에 대한 단죄의 의미를 담아 지난 3월 제주시 한올공원 인근 도로변에 위치한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돼 있다. 

조형물 설치에는 제주민예총,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노동자역사한내제주위원회, 제주다크투어, 제주통일청년회, 제주4·3연구소, 제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제주여민회, 무명천진아영할머니삶터보존회, 제주참여환경연대, 서귀포시민연대, 제주문화예술공동체,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민주노총 제주본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 16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 단체들은 "박진경은 왜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일본군 소위 출신에다 미군정의 지시로 제주 4·3 학살을 집행했던 자”라며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추모비를 철창에 가둔다”고 밝혔다. 

또 “역사의 죄인을 추모하는 것은 그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조형물 설치를 통해 “박진경을 단죄하고 불의로 굴절된 역사를 청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훈청은 20일 오후 2시 추도비에 설치된 '역사의 감옥' 조형물을 강제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 나서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긴급 성명을 내고 "박진경은 제주 땅에서 더 이상 추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강제철거에 나서는 보훈청을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그동안 제주도의회에서는 박진경 추도비 철거 주장에서부터 추도비 앞 객관적 사실을 적시한 안내문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면서 "그러나 제주도 산하기관인 제주보훈청은 이런 도의회 의견마저 무시한 채 지금의 자리로 박진경 추도비를 일방적으로 이설하면서 갈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충혼묘지에 있었던 것을 국립호국원 조성으로 현재의 자리로 이설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들 단체는 "실제 제주보훈청은 국립 호국원 개원과 함께 지장물로 지정된 박진경 추도비 이설 문제와 관련해서 4·3단체는 물론 4·3희생자유족회와의 구체적 논의조차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4·3 대학살의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박진경 추도비 이설 문제는 비석하나 단순히 옮기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미 박진경 관련해서는 국립 현충원에 비석과 그의 고향인 남해 군민공원에 동상까지 설치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근본적으로 4·3 학살의 주역 중 하나인 박진경 추도비를 제주 땅에 다시 기억하라고 양지바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그것이 제주보훈 행정의 태도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박진경에 대한 단죄의 의미를 담은 역사의 감옥을 설치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제주보훈청은 당초 제주시 소유였던 이 토지의 재산관리권을 이관받는 과정에서 용도변경 사유로 제시한 것은 '베트남전 참전위령탑 이설'를 사유로 제시했을 뿐, 박진경 추도비와 4·3 관련 비석 등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진경 추도비에 대해 4·3단체들과 역사학자 등이 포함해서 박진경에 대해 역사적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적시한 안내판이라도 설치해 줄 것을 최소한으로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들 단체는 " 역사적 단죄의 의미를 담은 이 설치물을 철거하는 행위는 행정의 잣대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념적 갈등이 아니라 최소한 제주 땅에서 4·3 학살의 주역 중 하나인 박진경을 추도하는 시설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철거 이후 다시 박진경 추도비가 지금 이 자리에 아무런 조치 없이 제주 시내를 내려다보게 하지는 않을 것임을 미리 밝혀 둔다'고 경고했다.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된 '역사의 감옥'.ⓒ헤드라인제주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된 '역사의 감옥'. ⓒ헤드라인제주

한편, 박진경 대령은 1948년 5월 당시 제주도에 주둔하고 있던 9연대장으로 부임한 후 제주도민에 대한 무차별 학살을 감행한 인물이다. "우리나라 독립을 방해하는 제주도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 명을 모두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발언하는 등 4.3 당시 도민들을 강압적으로 체포하고 강경진압을 주도했다.

당시 박 대령에 의해 제주도민 6000명 이상이 끌려가거나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임 한 달 만인 1948년 6월 18일,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당했다. 

그 동안 4·3 단체를 비롯해 제주도의회에서도 박진경 추도비 철거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제주시 충혼묘지에 설치돼 있었던 박진경 추도비는 최근 제주국립호국원이 개원하면서 한울공원 인근 도로변으로 이전됐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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