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유족 서글픈 눈물 "생생한 아버지 얼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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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유족 서글픈 눈물 "생생한 아버지 얼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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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주년 제주4.3 추념식 개최...4.3영령들 넋 기려
위령탑.행불인 표석서 유족들 통곡..."억울함 풀리길"
ⓒ헤드라인제주
제74주년 제주4.3 추념일인 3일 4.3평화공원을 찾은 유족들. ⓒ헤드라인제주

"10살 때 일인데 아버지 얼굴이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사진 한 장 없는 것이 비통합니다...억울한 누명만이라도 벗었으면 좋겠습니다"

제74주년 제주4.3 추념식이 열린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이 자리에 참석한 희생자 유족들의 바람은 어느 때처럼 동일했다. 영문도 모르고 누명을 써 비통한 죽음을 당한 혈육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이들은 호소했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며 봄기운이 만연한 날이었지만, 유족들의 가슴 한켠에서는 여전히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참혹했던 그날의 잔상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지워질 수가 없었다.

이날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김만옥(84) 어르신은 <헤드라인제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끝내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74년 전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모진 고문 끝에 죽음을 당한 아버지 김창곤(당시 36세.애월읍)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10살 때 일인데 아버지 얼굴이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당시 얼마나 슬프고 힘들었는지. 많이 보고싶고 그립다...사진 한 장 없는 것이 비통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 어르신은 "그때 있었던 일들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노력해 준 국민들에게, 여기까지 와준 당선인에게 감사하다"며 "이제 우리 아버지의 억울함이 풀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만 해결되면 된다. 모두 노력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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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주년 제주4.3 추념일인 3일 4.3평화공원을 찾은 유족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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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주년 제주4.3 추념일인 3일 4.3평화공원을 찾은 유족들. ⓒ헤드라인제주

변덕흠(당시 54세.애월읍)씨의 손자 변성언(57)씨가 전해들은 할아버지의 죽음도 참혹했다.

변 씨는 "할머니로부터 들은 바로는 4.3당시 마을에 무장대가 와서 할아버지랑 마을주민이 도망을 갔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담을 넘다가 무장대가 뒤에서 쏜 총에 맞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임종을 하시기까지 기간이 좀 있었는데 너무 고통스러워하셨다고 했다. 그 고통에 손바닥을 바닥에 수없이 내리치셨다고 했는데, 나중에 돌아가시고 확인해 보니 손바닥이 헐어있었다고 했다. 할머니가 굉장히 마음 아파하셨다"고 토로했다.

변 씨는 "지금은 4.3을 항쟁이나 저항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나는 이것조차 틀렸다고 생각한다. 무고한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고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명백한 학살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아버지를 포함해 희생된 분들은 단지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일 뿐, 이념조차 없는 분들이셨다"며 "항쟁의 관점이 아닌 이렇게 이유 없이 희생된, 수면 밑에 있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억울한 누명을 제대로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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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주년 제주4.3 추념일인 3일 4.3평화공원을 찾은 유족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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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주년 제주4.3 추념일인 3일 4.3평화공원을 찾은 유족들. ⓒ헤드라인제주

행방불명인 표석에서 만난 양안도(60)씨도 기나긴 세월 동안 겪은 일들을 회상하며 서글픈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버지 양남윤(남원읍)씨의 양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양자가 됐기 때문에, 정확한 나이도, 얼굴도 모른다. 호적도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추념식 때마다 항상 아버지를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아버지를 보러 이곳으로 오는 게 싫었다. 굳이 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호적이 문제가 되었고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양 씨는 "하지만 매번 오게 됐다. 올 수밖에 없더라. 그래도 아버지니까. 너무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으니까. 죄송한 마음이 크니까 이렇게 오늘도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호적이 많이 꼬여있어 재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거 필요없다. 돈 한푼 안 줘도 된다. 그저 우리 아버지가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억울함만 풀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 74주기를 맞아 행정안전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4.3평화공원에서 희생자추념식을 엄수했다.

'4.3의 숨비소리, 역사의 숨결로'를 슬로건으로 마련된 이날 추념식은 오전 10시 정각 1분간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린 후, △오프닝 영상 상영 △헌화 및 분향 △국민의례(묵념) △4.3유족회장 및 도지사 권한대행의 인사말 △추념사 △추모 공연1 △유족사연 소개 △추모 공연2 △폐식 순으로 진행됐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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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주년 제주4.3 추념일인 3일 4.3평화공원을 찾은 유족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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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주년 제주4.3 추념일인 3일 4.3평화공원을 찾은 유족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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