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범인들, "범행 주도 안했다" 책임 떠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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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범인들, "범행 주도 안했다" 책임 떠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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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살인사건 2차 공판...주범, 심리분석관 증인 심문
백광석 "이제라도 바른 말"...분석관 "김시남 진술 신빙성 낮아"

제주에서 발생한 중학생 살해사건 두번째 재판에서, 구속 기소된 백광석(48)과 공범 김시남(46)이 모두 살인을 주도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29일 살인 및 가스방출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씨 및 살인 및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두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7월 18일 오후 3시 16분께 백씨의 옛 동거녀인 ㄱ씨가 사는 제주시 조천읍 지역의 한 주택의 침입해 ㄱ씨의 아들 ㄴ군(16)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씨측의 요청에 따라 백씨에 대한 증인심문이 진행됐다.

증인심문에서 백씨는 지난 1차 공판에서 처럼 김씨가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씨는 범행 가담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적극적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백씨가 증언대에 앉자 김씨는 "저는 애를 죽일 마음도 없었고, (백씨가)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다가 이렇게 된 것"이라며 "형님(백씨)이 죽였다. 처음부터 진술이 다 다르지 않느냐"고 따졌다.

반면 백씨는 "저는 어떤 처벌을 받아도 상관 없다. 제가 다 뒤집어 쓰려고 했다"라며 "조금이라도 미안하다면 이제 바른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씨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자신이 목을 졸라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김씨가 도구로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고 바꿔 진술한 이유에 대해 "경찰이 '김씨가 자백했다'고 했고, 피해자가 아직도 눈을 못감고 있다고 알려왔다.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해서 얘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청테이프를 발목과 손목 등을 감을때 피해자가 살아있었느냐"고 물었고, 백씨는 "살아있었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인(백씨)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목을 조른 행동은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돌발행동인데 왜 제지하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백씨는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백씨에 대한 증인심문에 이어, 백씨 및 김씨에 대한 심리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대검찰청 소속 행동분석관, 심리생리검사관, 임상심리분석관이 검찰측 증인으로 나와 피고인들과 면담한 내용에 대해 증언했다.

분석관들은 백씨에 대해 신빙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유보적인 결론을 내렸지만, 김씨의 경우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행동분석관 ㄷ씨는 "백씨의 경우 질문을 했을때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고, 심리학적으로 유의미한 반응이 없어 최종적으로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백씨는 면담에서 쭈뼛쭈뼛하고 말을 제대로 못했지만, 언어적으로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무엇을 숨긴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 패턴이라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측 변호인이 "편향적인 선입견을 갖고 검증에 임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느냐"라고 항의했지만, ㄱ씨는 "그런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사건 기록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ㄷ씨는 "사건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일부만 아는 정도로 면담했던 영상을 교차검증관에게 전달하고 협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석을 진행해 결과를 비교했다"라며 "교차검증에서 백씨의 진술은 판단불가로 나왔지만, 김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인정됐다"고 말했다.

다음 증인으로 나선 대검 임상심리분석관 ㄹ씨는 "백씨의 범행 동기는 피해자 모친과의 관계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인정받고자하는 욕구와 반대로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사건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김씨의 경우 반사회적 인식, 심리적 관여가 제한적이고, 피해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금전적이득이나 행동에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김씨측 변호인은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도 있고, 유형화된 자료가 없어 조사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ㄹ씨는 "심리검사를 다양하게 진행해서 공통적인 결과를 추론했으며,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증언대에 선 피해자의 어머니 ㄱ씨는 "겨우 열여섯살, 꽃다운 나이 뜻을 펴지도 못한 아들이 원한이라도 풀고, 엄마를 지키고 싶었던 아들의 마음이 헛되지 않길 바라며, 피고인들에게 적정 처벌을 내려줬으면 하는 소망"이라며 "두번 다시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ㄱ씨는 "아들은 본인이 잘못하면 제가 힘들어 할 것을 알기 때문에 백광석에게 아빠라고 부르며 잘 대했다"면서 "(백광석이)본인의 아들이라고 생각했다면, 눈을 감을때 바라봤을 것이다.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들에 대한 세번째 재판은 오는 10월 27일 오후 3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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