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發 논쟁 재점화 '제주 입도세',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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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發 논쟁 재점화 '제주 입도세',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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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도세' 대신 '환경보전기여금'으로 제도 도입 준비
숙박.렌터카 이용시 부과...기재부 '형평성' 난색, 입법추진 난항
대선주자 입도세 논쟁, 제도도입 기대감 불구 사용방법 논란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 등에게 환경오염에 따른 처리비용의 일정부분을 내도록 하는 일명 '입도세' 문제가 대선 정국의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제도 도입 취지보다는 입도세 수입의 사용방법이 논쟁의 핵심이다. 

이번 논쟁은 지난 27일 제주도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 발표에서 촉발됐다. 이 지사는 "제주를 생명·평화·환경이 공존하는 세계적 생태환경·관광의 중심지로 바꾸어야 한다"면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에는 '입도세'라고 표현했었는데, 이는 통행료를 갈취하는 느낌을 줘서 환경보전기여금으로 이름을 만들었다"며 "(입도객 1인당) 8000원에서 1만원을 받으면 연간 1500억~2000억원의 재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현재 제주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도 도입의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 논란을 촉발시킨 대목은 입도세 수입의 '사용 방법'이다. 

이 지사는 "(거둬들인 입도세 수입) 그 중 일부는 스위스가 운영하는 탄소세처럼 일부는 신재생에너지나 환경보전 등에 사용하고, 상당 부분은 제주도민을 위한 기본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입도세 수입을 온전히 환경보전분야에 재투입하는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고 제주도민의 기본소득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입도세'의 위헌성 논란에 대해서도 이 지사는 "(환경보전기여금과) 거주이전의 자유는 관계가 없다"며 "환경훼손(우려가 있는) 지역에 들어갈 때 그 정도는 부과할 수 있다.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이 지사의 '입도세' 공약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사가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1만 원씩 거둬 제주기본소득으로 활용하겠다는 황당한 공약을 발표했다"며 "그러면 서울시민 기본소득은 서울 톨게이트나 서울역에서 1만 원씩 거두고, 전국 광역도시마다 톨게이트나 역에서 1만 원씩 징수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거냐"는 비판의 글을 올렸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도정에서는 대권 주자들간 촉발된 입도세 논쟁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사실 '제주 입도세'는 제주도 지역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논란이 이어져 온 이슈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급격히 증가하던 2013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은 줄곧 제기됐다.

그럼에도 이의 논의는 순탄치 않았다. 초반 논의에서는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항공요금에 입도세를 함께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하지만 이 경우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헌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자연경관 훼손에 대한 '환경세' 부과방안도 검토됐으나, 제주도가 제주국립공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국립공원 입장료가 사실상 기여금 역할을 하는 만큼 '이중 과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이 부분은 제외됐다.

지난 2018년 실시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타당성 조사 용역'을 기점으로 이의 명칭은 기존 '입도세'나 '환경세' 개념에서 '환경보전기여금'으로 전환됐다.

용역에서는 기여금 부과 대상 내용을 △오염 원인자부담원칙에 근거한 생활폐기물 및 하수배출 △대기오염 및 교통 혼잡 유발로 한정해 제시했다.

즉, 모든 입도객에 부과하는 방법이 아니라, 숙박과 렌터카, 전세버스 이용시 일정 금액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부과 금액은 숙박시 1인당 1500원, 렌터카 1일 5000원(승합 1만원), 전세버스는 이용요금의 5%로 제시했다. 다만, 경차와 전기차동차 등은 50% 감면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같은 수준으로 부과할 경우 시행 3년차에는 총 1500억원 정도의 수입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환경보전기여금 수입의 활용은 '환경보전 분야'로 제시됐다. 용역진은 수입 재원을 제주환경기금으로 조성해 제주지역 환경개선사업, 자연환경 및 생태계 보전.복원사업, 종량제 봉투 제공 및 교통카드 지원 등 환경보전 기여를 위한 지원사업, 고품격 생태관광 지원을 위한 해설사 양성 등에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용역 결과가 발표된 2018년 12월 개최할 예정이던 도민설명회는 관광업계의 반대 등으로 무산됐고, 그 이후 논의는 일시 중단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청정제주 송악선언'에서 입법 절차를 거쳐 환경보전기여금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의 논의는 재개됐다.

당시 원 전 지사는 "환경보전기여금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마찬가지로, 환경에 부담을 준 원인자에게 처리 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여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제주 환경보전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환경보전기여금은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입도세’ 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제도는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시행할 권한이 없고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국회 입법이 돼야 실행 가능하다"며 "도민을 비롯해 전 국민에게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합리적인 안을 제시해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제주도정에서는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절차에 들어갔다.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하는 한편, 전문가들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가동하며 입법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제주특별법 개정을 위한 제도개선안으로 확정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큰 피해를 입은 관광업계를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경우 제주도 입도세 관련해서는 논의조차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입도세를 허용할 경우 타 시.도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는 것이 이유다.

문경삼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보전국장은 29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송악선언이 발표된 후 환경보전기여금 도입만큼은 반드시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입법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워킹그룹을 가동하고, 관광업계를 찬찬히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면서 분위기는 많이 진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입법절차와 관련해서는 정부 입법을 통한 제주특별법 8단계 제도개선으로 추진하는 방법과, 의원발의를 통한 입법 등 '투 트랙'으로 가져 나가려 한다"면서 "이를 위해 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 협조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제주도의 환경보전기여금은 지역사회 내 관광업계의 설득 문제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기재부의 입장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이재명 지사의 이번 입도세 공약으로 촉발된 논란과 관련해서는 제주도청 내부에서도 입도세 도입의 당위성 및 공감대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반면, 이 지사가 제시한 수입액의 활용방안과 관련해서는 극도로 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는 환경보전기여금의 활용 방안에서는 용역진에서 제시한 환경보전분야의 예시가 있고, 제주도정 역시 관광업계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질적관광으로 전환'을 위해 환경보전 분야로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부의 난색으로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입도세 문제가 대선의 이슈로 떠오른 것은 상당부분 기대감을 갖게 하나, 그럼에도 이미 지역사회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돼 온 입도세 명칭 및 부과대상의 문제, 재원의 사용처 등과 관련한 논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양상을 보이면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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