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환경영향평가...주민의견 수렴 '패싱' 절차적 문제 '침묵'
제주시내 도시숲인 오등봉공원에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민간특례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난개발 환경훼손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선 제주시 당국이 7일 해명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해명은 환경단체 등에서 제기됐던 여러 내용 중 일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서, 결론적으로는 사업 추진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이 논란의 본질적 문제인 '불통행정'이란 비판을 초래한 절차적 민주성 결여 부분은 침묵했고, 도시공원 파괴 난개발 논란에 대해서는 '민간특례사업은 공원 보전 목적'이란 엉뚱 반론을 내놓아 의아스러움을 샀다.
제주시는 먼저 환경단체에서 제기한 '진지 갱도 25m 이격'이 반영이 안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문화재 지표조사를 완료했고, 문화재청의 문화재 보존대책을 통보받아 진지동굴에 대해 25㎡ 원형보전을 이행했고, 이 내용은 환경영향평가서 내 정확히 수록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에서 제기한 진지 갱도 25m 이격 의견 및 환경영향평가서 누락은 사실이 아니며, 공원조성계획 상 진지동굴 주변을 25㎡ 원형보전해 충실히 조건을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오등봉공원 도시숲 일대에는 많은 진지동굴이 있는데, 최대 100m가 넘는 굴을 비롯해 오름과 하천 주변에 10개 내외 진지동굴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도시숲을 대거 밀어내고 대단위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면, 진지동굴 및 주변 생태 환경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제주시는 진지동굴 주변을 '25㎡ 원형보전'을 제시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략환경영형평가 조치계획 보완 불이행 논란과 관련해서는, '문제 없음'으로 일축했다.
제주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기관인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는 환경단체 등에서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에 따라 지난 1월 협의내용 이행결과 제출을 요구했으나, 제주시에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사업 확정시 제출 가능함을 영산강유역환경청에 금년 2월 회신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대해 영산강유역환경청 검토를 거쳐 지난 3월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득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영향평가 관련 대부분 논의는 불과 한두달 사이 진행됐고, 협의내용 이행결과 제출요구는 사업확정시 제출 가능하다는 이유로 미뤘다는 것이다.
하천주변 지하수 및 생태계 훼손 논란과 관련해서는, "하천주변 50m 지하수보전 1등급 지역은 제주특별법상 한라산국립공원, 도시지역을 제외한 비도시지역의 지하수자원・생태계 및 경관을 보전하기 위하여 관리보전지역을 지정할 수 있는데 도시지역인 오등봉공원에는 지하수자원보전지역 지정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 사업으로 인해 지하수 및 생태계 훼손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지하수자원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사실 없음'으로 일축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는 이어 이번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제주시는 "도시공원민간특례사업은 공원녹지법에 의거 민간사업자가 공원면적의 70% 이상을 조성해 행정에 기부채납하되 남은 부지에 공동주택 등 비공원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사업"이라며 "비공원시설 내 공동주택 설치가 주 목적이 아닌 시민들에 여가・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도시공원조성이 주 목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1월 이후 수차례의 관련부서 협의, 각종 영향평가 및 위원회 심의를 거쳤으며 사업계획에 충실히 반영할 계획"이라며 "조속한 행정절차 진행을 통해 토지보상 및 공사 착수를 조기에 시행하여 2025년 말까지 민간사업자의 공원시설에 대한 기부채납을 통해 사업을 완료하여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경주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형태 제주시 도시계획과장은 이에 덧붙여 "도시공원은 올해 일몰제 적용으로 해제될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보전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민간특례사업으로 공원부분을 보전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몰제가 이뤄지면 난개발이 우려됐으나 민간특례사업을 하면서 보전이 이뤄졌다는 반론인 것이다.
그러면서 사업 추진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공개될 수 있는 내용인 민간특례사업 구상도를 보여주며, 취재진들에게 마치 특별한 공개를 하듯이 "모두 공개할 수 있다"며 생색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을 최초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수렴이나 시민 공감대 형성 등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절차적 민주성이 결여된 부분이나, 시민들과의 소통보다는 행정당국 일방적인 계획 추진이 이뤄졌던 부분, 대단위 아파트 건설로 인해 공원지역 생태환경도 심각한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주민과의 소통은 생략된 채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각종 인.허가 절차가 속전속결식으로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도 해명이 없었다.
사실상 불리한 내용은 쏙 빼고, 일부 지엽적 반론으로 사업 당위성만 강조한 것이다.
한편,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시행하는 오등봉공원 사업은 전체 공원면적 76만 4863㎡ 중 12.4%인 9만 5426㎡ 면적을 비공원지역으로 지정해 총 1429세대 규모의 대단위 공동주택 단지(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공원 지역에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으나, 사업의 초점은 '아파트 건설'이 핵심이다.
실제 사업자가 제시한 문화.예술 공간 사업을 보면, 새롭게 시설되는 공간은 음악당(4층 규모)과 데크 주차장이다. 이밖에 시설은 기존 아트센터와 한라도서관의 리모델링 추진이다.
오등봉공원 사업의 사업비 투자 규모도 총 8262억원 중 5822억원이 비공원시설, 즉 아파트건설에 집중 투자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럼에도 이 사업은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 절차나 제주시민 공감대 형성 과정도 없이 속전속결식으로 강행되면서 절차적 민주성이 결여된 환경파괴 사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는 이 논란과 관련해 '제주 한천과 오등봉을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로 국민청원 게시글이 올라와 귀추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호반건설 딱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