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년 숭고한 정신 기려...태극기 달기 캠페인 한창
제96주년 3.1절인 1일 제주에서는 기미년 만세운동, 그 날의 뜨거운 함성이 다시 울려퍼졌다.
이날 오전 7시 40분 기미년 조천만세운동의 진원지인 제주시 조천읍 만세동산(미밋동산)에서 서제와 쌍벽봉수제가 봉행되자, 오전 8시 신촌초등학교와 함덕초등학교 앞에 모여있던 시민 3000여명은 일제히 태극기를 들고 '만세대행진'을 시작했다.
만세동산을 목적지로 해 동쪽과 서쪽에서 각각 약 2km 구간에서 태극기 물결을 펼치며 행진한 시민들은 만세동산에 도착한 후 기미년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퍼포먼스와 함께 '대한독립 만세' 삼창을 외치며 선열들의 숭고한 넋을 기렸다.
조천만세운동은 1919년 3월 21일 미밋동산에 김장환 등 핵심 인사 14명과 인근 지역의 서당 생도와 주민 등 700여명이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독립만세'라고 쓴 혈서와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쳤던 제주의 대표적 독립운동이다.
예전 추모탑과 육각정만 있던 이곳 조천만세동산에는 성역화 사업이 이뤄지면서 현재 제주항일기념관과 독립유공자 묘역, 기념광장 등이 조성돼 있다.
친구들과 두 손을 꼭 잡고 행진에 나선 나지애 양(13.여)은 "만세운동 당시의 상황을 비슷하게나마 체험해 보면서 3.1절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며, "저와 나이대가 비슷한 학생들이 그 역사적인 현장에 서 있던 걸 생각하면 정말정말 존경스럽다"고 어른스런 생각을 전했다.
선두에서 행렬을 이끈 조천중 김덕보 교사(60)는 "요즘 아이들은 3.1절에 대한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행사를 통해 아이들이 역사를 체득하고, 나아가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3.1절 기념식은 한마디로 민족혼의 고취"라며, "이런 자리를 통해서 우리는 다시금 경각심을 갖고, 대한민국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키도 했다.
대문 앞에 태극기를 걸고 나왔다던 주민 김순용 씨(50)는 "매년 참석하는 행사지만 매번 새로운 것 같다"고 웃어 보이면서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더라.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9시가 되자 양갈래 길에서 한 데 모인 만세행렬은 조천만세동산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저마다 머리와 가슴에 태극기를 품고 동산에 자리잡은 시민들은 마지막 만세삼창을 외치며 3.1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만세대행진이 끝난 뒤, 오전 10시 조천체육관에서는 제96주년 3.1절 기념식이 거행됐다.
기념식은 한대섭 광복회제주특별자치도지부장의 독립선언서 낭독, 원희룡 도지사의 기념사, 구성지 도의회 의장의 만세삼창 순으로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원 지사는 기념사를 통해 "96년 전 조천 미밋동산에 모여 독립만세를 목놓아 불렀던 애국청년들의 함성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게 들리는 듯 하다. 선열들의 혼과 정신이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미래에도 폭포처럼 흐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 지사는 "올해 수립·인허가를 거쳐 착공에 들어가는 제주국립묘지를 타 지역 국립묘지와 달리 현충원, 호국원, 민주묘지 안장대상자가 모두 포함되는 기능을 갖춰 국가와 지역사회의 성지이자 화합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제주는 12년간 북한과 중단없이 교류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감귤보내기 사업 재개를 비롯해 남북한 교차관광, 한라산~백두산 생태.환경보전 공동협력 사업, 제주~북한 평화크루즈 사업 등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민간기구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 지사는 "대한민국 새로운 70년은 제주의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데서 시작된다"며, "행정내부에서부터 뼈를 깎는 심정으로 혁신과 변화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한편 광복 70주년과 더불어 맞은 삼일절을 경축하기 위해 제주에서는 태극기 달기운동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전개해 온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날 태극기 달기 시범거리로 지정된 제주도내 주요 도로변 11곳 19.9km 구간에 일제히 태극기를 게양했다. 이와 함께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각 가정에서도 이날 아침에 일제히 태극기가 내걸었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