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산다고 무시해!"...도지사 방문날 분통,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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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산다고 무시해!"...도지사 방문날 분통,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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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섬 속의 섬' 추포도 주민들, "행정지원 소외돼" 분개
열악한 접안시설...전력확보 고충...우 지사 "법적 검토할것"

새해 연두방문을 대신해 각 읍면지역을 순회하고 있는 우근민 제주지사의 방문과 맞물려 14일 오후 추자면사무소가 한바탕 소란에 빠졌다.

'섬 속의 섬' 추자도에서도 도서지역으로 분류되는 추포도의 주민들이 지사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면사무소를 방문, 섬 지역 주민들에 대한 처우에 억울함을 토로한 것.

이날 오후 1시께 추포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면사무소를 방문, "추자도에는 수 억원씩 지원해주면서 그보다 섬이라고 500만원짜리 사업도 지원해주지 않느냐"며 "우리도 세금을 내는 똑같은 시민이다. 이제 속다 속다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고 분개했다.

한참동안 분노를 터트리더니 급기야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우 지사가 방문하기 직전에 벌어진 일이라 면사무소 공무원들도 섣불리 이를 제지하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우근민 지사가 추자면을 방문한 14일, 추포도의 주민들이 면사무소를 찾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추자도 본 섬에서 북동쪽으로 3.2km가량 떨어진 추포도는 현재 2가구의 5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이 소수다보니 행정적 지원이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는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추포도 주민들이 토로한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다. 파도가 높으면 행정선조차 미치지 못하는 선착장의 여건, 그리고 제대로 된 발전시설조차 없다는 점이다.

이날 노모를 모시고 추자도 본 섬을 찾은 이승현씨는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도 행정은 꿈쩍을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는 알았다고 답변해놓고 돌아서면 잊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면사무소에서 항의도 해보고, 제주도청에도 다녀왔다. 민원을 넣어보기도 하는 등 30차례 이상을 요청했는데도 아직까지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포도 접안시설의 경우 방파제가 조성돼 있지 않아 파도가 높으면 선박을 정착시키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전기를 가동하려면 말통에 기름을 담아 가져와야 하는데, 배에서 기름을 내릴만한 3평 남짓한 공간도 없다. 그나마 만들어져 있던 계단 시설은 2년전 태풍 피해로 다 깨졌는데,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교통이지 않나. 현재 상황은 행정선도 접안하지 못하고 있다. 파도가 높으면 오히려 제가 걱정이 되서 행정선 선장한테 나오지 말라고 말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씨는 "디젤 발전기와 휘발유 발전기를 겸해서 쓰고 있는데 기름을 나르는 것도 어렵고, 1년에 전기사용 기름값으로만 300-400만원이 들어간다. 그런데도 평균 12시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냉장시설 등 식료품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섬 밖에 집을 새로 얻어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마다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가 돌아오지 않는 시간대는 물통에 물을 얼려서 냉장을 시켜 버티는 식이다.

이씨는 "태양열 같은 발전시설을 해주겠다는 답변까지 들었었는데, 결국 무산됐다"며 "관계 공무원이 하도 자리를 옮기다 보니 이제 내가 새로 온 직원에게 설명을 해줘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행정의 미온한 대응에 서러움을 표했다.

이씨는 "접안시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직접 방문해보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하더라. 그러면 겨우 위성사진 같은 것을 찍어 보냈다. 전화로 이야기하면 관련 서류를 팩스로 보내라고 한다. 팩스를 보낼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무슨 고민을 하겠는가"라고 분을 냈다.

이어 "과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제가 토목을 전공해서 아는데 추포도는 지형적으로 방파제를 시설하기도 좋다. 추자도에는 수십억씩 지원하면서 추포도만 소외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동안 도지사나 시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추포도 주민들은 항상 배제돼 왔다. 이밖에도 어머니가 해녀로 30년을 일했는데, 잠수인 지원사업이 숱하게 진행되는데도 1번밖에 지원을 못 받았고, 가로등이나 도로변 제초정비 등에서도 항상 관심 밖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씨는 이 같은 하소연을 우 지사에게 털어놨다. 시간 관계상 세세한 부분까지는 설명하지 못했지만, 추포도 주민들의 의사는 전달됐다.

이에 우 지사는 "추포도 같은 곳이 낮에도 환자를 실어나르기 어렵다는 것 알고 있다. 추포도에 헬기장이 있는데 환자가 발생했을때 실어나르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건의한 내용은 법적으로 검토해 따로 기별을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추자면 관계 공무원은 "지난해 도서지역개발사업으로 추포도 선착장 정비 사업비를 올렸었는데, 예산이 소진돼 반영되지 못했다"며 "올해는 어장진입로 사업으로 3000만원의 예산을 새로올렸으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 본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자가 유류발전기 운영비로 해마다 960만원이 지원되고, 얼마전 낡은 모노레일 정비사업도 투자를 했다"며 "예산만 있다면 우리도 뭐든 해주고 싶지 않겠나"라고 행정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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