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백배' 학부모..."도시락 낭만? 30년전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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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백배' 학부모..."도시락 낭만? 30년전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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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외도교, 급식소 증설 공사로 '도시락 지참' 통보
"차라리 도시락을 구매하지"...학부모 '부담' 하소연

제주시 외도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씨(39)는 돌아오는 학기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최근 학교측에서 급식소를 증축하는 공사가 진행되니 학생들의 점심 해결을 위해 도시락을 싸서 보내달라는 안내문이 발송됐기 때문이다.

다니고 있는 직장이 먼거리에 있는지라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던 이씨. 매일 도시락을 싸야하는 상황은 번거로움을 넘어 부담스러운 처지다.

이씨는 "이전에는 몰랐는데 막상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야 한다고 생각하니 여러가지 고민이 많아졌다"며 "시간적인면도 그렇지만 경제적인 면도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나도 어렸을적에는 도시락을 들고 다녔지만, 지금이 1970년대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의 불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도시락을 학교측에서 일괄 구매했으면 하는 뜻을 내비쳤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그는 "학교에서 도시락을 구매하는 것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아는데, 학교와 운영위원회 측에서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끝내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현재 총 1700여명의 학생들을 수용하고 있는 외도초등학교는 협소한 급식공간을 넓히기 위해 급식소 확장공사에 들어갔다. 공사는 내년 2월께나 마무리 될 예정이다.

그러다보니 당장에 돌아오는 2학기에는 각 학생마다 도시락을 지참해야 하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에게는 20~30년전 '도시락'의 낭만은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보면 밥값이나 시간적인 소요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부실한 도시락때문에 자녀의 기를 죽일수는 없다보니 대충 준비할 수도 없단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학교에서 도시락을 구매하는 방안을 원하는 학부모가 56%, 도시락을 직접 싸기를 원하는 학부모가 30%정도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렇게 결정된 상황이 학부모들에게는 영 불만스럽다. 이씨에 따르면 이참에 전학까지 생각하는 학부모까지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궁여지책'이었다는 입장이다. 이런저런 방안을 찾아보다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외도교 관계자는 "당초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도시락을 구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알아봤지만, 1700여명의 도시락을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업체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단을 매일 바꾸기도 어려울 것이고, 대량으로 도시락을 만들려면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 등은 전날부터 준비하게 될텐데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고 말했다.

또 "도시락 업체에서 3000원까지 도시락 비용을 맞춰준다고 했는데, 교육청에서 급식 한끼당 지원되는 비용은 1650원"이라며 "남은 차액은 결국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학부모들의 의사를 물은 설문조사는 묻어두고, 도시락을 싸는 방안을 강행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발생될 것으로 우려되는 부작용은 학부모들이 안는 부담감만은 아니다. 당장에 저소득 가정의 경우 도시락을 싸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학교측은 "현재 교내에 있는 102가구의 저소득 가정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지원되는 1650원을 상품권 형식으로 지급하던지 학교측에서 도시락을 구매해 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1650원으로 도시락 한끼를 챙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만 도시락을 구매해 주는 '특혜'는 위화감을 조성하게 될 뿐이다.

또 가정형편에 따라서 도시락의 '빈부격차'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할텐데, 일부 학생들이 이로인한 상처를 받게되지는 않을런지 조심스레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1970년대로 다시 회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이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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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 2011-08-20 13:34:51 | 121.***.***.183
비용이부담되면 지원되는 차액만 가정에서 부담하면 될것이지 그차액이 부담스러워하는 저소득가정이 있다해서 도시락을 싸게한다고 그가정에 도움이되나 마찬가지아닌가...업체의 위생이문제라면 관리를 신경써서하면 될거고..한업체에서 힘들면 여러업체에 합동으로하면되지 바보인가 아니면 신경쓰기귀찮아서그런가

1234 2011-08-20 13:29:02 | 121.***.***.183
학교에서 부담을 떠안기싫은가보네 도시락업체에 위탁하면 위생관리를 해야하고 학부모에게 도시락을 싸오게하면 학생및 학부형에게 책임이 있으니까...공모로 모신 교장의 무책임하고 한심한 교육행정...한심하기 짝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