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학교운동장, 학생들이 되레 쫓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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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학교운동장, 학생들이 되레 쫓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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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수익사업 전락한 학교 잔디운동장, 왜 이렇게 됐나
학생들 쫓겨나기 일쑤...학교측 "잔디구장 보수위해 수익 필요"

지난 주말 오전 제주시내 모 중학교 인조잔디 구장. 이 학교 1학년 학생 권모군은 또래 친구들과 축구경기를 하기 위해 일찍부터 운동장을 찾았다.

권군 친구들도 하나 둘씩 운동장으로 도착했고 이제 막 경기를 하려던 찰나, 한 무리의 어른들이 운동장에 나타났다.

조기 축구회인 이들은 학생들 대신 운동장을 차지했다. 먼저 와 있던 학생들은 반발하며 모교 교사에게 도움을 청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조기 축구회가 운동장을 먼저 '예약'했기 때문. '예약제'라는 시스템에 밀려 자신들의 모교 운동장임에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학생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소관 공유재산관리 시행규칙 등의 조례에 따라 학교 시설 사용 시 사용료를 징수하도록 한데 따른 것이다.

이 조례에 따르면, 학교장은 운동장의 경우 2시간 기준 사용료로 동(洞)지역 3만원, 읍면지역 2만5000원을, 체육관은 시간당 동지역의 경우 3만원, 읍면지역의 경우 2만원을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 시설 사용료는 누적돼 시설 유지.보수에 쓰이고 있다.

잔디구장을 보유한 학교 측은 사전에 이용 신청을 접수하고, 같은 시간대에 신청이 몰릴 경우 제비 뽑기 등을 통해 사용자를 추려내고 있다.

학생들도 주말에 이용을 신청할 수 있으나, 모교의 운동장을 돈까지 내면서 써야 하느냐는 푸념과 2-3만원이라는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군은 "우리 학교인데 반드시 돈을 내야 쓸 수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학교에서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사용료 징수가 조례로 정해져 있는 만큼, 재학생이라 할지라도 운동장을 사용하려면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 교장은 "사용료를 다른데 쓰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유지.보수하는데 쓰고 있다"며 "학생들에게는 예약 시간대가 아닌 시간에 운동장을 쓸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 당국에서는 학교 시설 관리는 일선 학교의 몫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설명한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데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교육청에서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조례'라는 이유를 들어 학생들에게도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있어 '조례'는 어렵고, 딱딱하게만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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