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제주도는 산남과 산북 간의 지역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교육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그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해서는 안됩니다."

"지역 간 교육격차는 더욱 더 심화되고, 학부모들은 도심지로 거주지를 옮겨 보다 나은 교육환경 속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14일 오후 2시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진행된 양성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의 '도민과의 열린대화-제주교육에 바란다'에서는 서귀포시 교육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나왔다.

서귀포시 동(洞)지역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대화에서 학부모들이 '제주 교육에 바라는 점'은 오랜 숙제인 도시와 농촌 간 교육격차를 해소해 달라는 것이었다. 제주시 지역의 교육환경보다 서귀포시 지역의 교육환경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바라보는 학부모의 시각과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의 시각에는 차이가 있었다.

학부모들은 교육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집중적인 투자필요성을 제기한 반면, 양 교육감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투자됐는데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면서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였다. 양 교육감의 생각은 지역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교육'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도 바라봐야 한다는 반론이다.

이날 도민과의 열린 대화에는 서귀포시 중부지역 학교의 운영위원장,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양 교육감에게 정책제안과 함께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부모들의 정책 제안과 요구사항은 주로 '도시와 농촌 간 교육격차 해소'에 무게가 실렸다.

#학부모 "지역격차의 주 원인은 '교육' 때문...강건너 불구경 안돼"

발언에 나선 백두산 서귀포중학교 운영위원장은 '서귀포의 교육발전을 위한 단상과 제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교육청이 교육격차 해소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백 위원장은 "현재 제주도는 산남.북 간의 지역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 원인은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으로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그 원인 중에 '교육'이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제 사회가 양극화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그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양극화를 넘어서 교육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그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별과 역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정과 역보정이 필요하다"며 "단, 기계적인 평등주의 정책으로는 서귀포시의 교육을 혁신할 수 없기 때문에 서귀포에는 진정한 역보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실을 솔직하게 진단해 내고, 그 원인을 찾아서 적절한 대안들을 내놓는 실천 행동이 필요하다"며 "그 특단의 대책이 수립되고 실천돼 학부모들의 근본적인 불안이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오창헌 중문중학교 운영위원장도 도-농 간 교육격차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오 위원장은 "제주시를 제외한 서귀포시와 기타 지역은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예산 축소 때문에 교육활동에 어려운 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문제로 지역 간 교육격차는 더욱 더 심화되고, 학부모들은 도심지로 거주지를 옮겨 보다 나은 교육환경 속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율 감소의 탓도 있겠지만, 교육격차 심화 현상이 계속되면 결국 시골 학교는 학생들이 없어 폐교하게 된다"며 "따라서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통해 제주교육의 균형잡힌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육감 "이미 상당한 투자했는데...교육타령만 하니 안타깝다"

이에 대해 양성언 교육감은 "산남-산북 간 격차의 원인을 교육 때문이라고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추진 상황을 살펴 보면 모든 시작은 읍면지역부터 시작됐다"며 "교실 에어컨이나 무상급식, 영어전용 시설 등은 모두 읍면지역 소규모 학교나 농어촌 학교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지역간 격차의 이유가 '교육'에서 비롯됐다고 하나, 교육환경 시설개선 사업 등은 읍면지역이나 소규모 학교부터 시작되고 있는 만큼 '교육'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이고, 아무리 투자를 해봐도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일터가 적기 때문"이라며 '일자리' 문제를 주 요인으로 꼽았다.

양 교육감은 "교육청에서 일터를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닌데 교육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안타깝다"며 "이 문제는 교육청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럼에도 교육청은 우선적으로 읍면지역에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사업 투자와 관련해서도, "산남지역에 상당한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타령만 하니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미 투자할 만큼 상당히 투자했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도시와 농촌 간 교육격차, 산남-산북 간 격차는 교육행정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교육청과는 별개로 제주도정 차원의 지원책이 뒤따라야 함을 간접적으로 어필했다.

# '전문상담교사 확충-인성교육 활성화' 주문도 잇따라

이 밖에도 서귀포시교육에 바라는 학부모들의 다양한 주문이 나왔다.

현봉식 동홍초 운영위원장은 전문상담교사를 확대 배치해줄 것을 주문했다. 현 위원장은 "요즘 사회적인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가 경쟁과 학업으로 인한 청소년 탈선과 청소년 자살을 들 수 있다"며 "이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 상담활동을 위해 Wee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전문상담교사 배치 수가 너무 적어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정서적.행동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치료와 상담활동에 치우치고 있다"면서 "예방적 상담활동은 자격증이 없는 담임교사들에 의해 실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따라서 전문상담교사를 초등학교 때부터 배치해 문제 발생 전부처 조기예방 시스템을 확립하고, 각종 문제에 힘들어 지친 학생들이 머무를 수 있는 학교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에 소외받는 어린이 많다"

창의적 체험활동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요구사항도 잇따랐다.

정수미 새서귀초 학부모회장은 "현재 가정적으로 어렵거나 보호자의 시간적 여유 등 여러가지 여건 상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많다"며 "모든 어린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아이들이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경제적 지원을 확대해 신나는 학습 기회를 제공해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서창덕 효돈초 운영위원장은 인성교육 활성화를 주문했다. 서 위원장은 "교육은 시기를 놓치면 바른 인간을 육성할 수 없게 된다"며 "교육활동에서 학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에도 한층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많은 인성교육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실제로 운영되기 어려운 프로그램들도 있다"며 "활발한 인성교육을 위해 교육청에서 교육프로그램과 인력 등을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장애학생들의 자아실현을 위해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서귀포온성학교에 자녀를 취학시키고 있는 학부모 김성철씨는 "특수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장애학생들의 자립능력과 직업생활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장애학생을 위한 보조공학기기가 지속적으로 확충될 수 있도록 지원을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양 교육감은 오는 16일 표선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성산읍, 표선면, 남원읍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귀포시 지역 3번째 도민과의 대화를 이어나간다.<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