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회의에 "청년은 어디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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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회의에 "청년은 어디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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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해소 위해 기업체만 '잔뜩'...반쪽 전략회의
'미스매치' 여전한데 활성화 방안 '그대로'

청년들에 대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공언한 민선5기 도정.

제주특별자치도는 '청년이 행복한 희망일자리 창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일 오후2시 제주도청 4층 대강당에서 '2011년 제2차 일자리창출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고형범 한국노총제주본부의장을 비롯한 제주도내 대학 취업관계자, 투자유치기업 관계자, 취업관련 부서장, 제주도내 기업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의는 지난 1월 31일 열렸던 1차 전략회의에 이은 두 번째 자리로 마련됐다.

그러나, 2달여만에 열린 전략회의는 1차 회의에서 거론됐던 문제들이 반복되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여전히 일자리 미스매치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고, 제주도는 이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만을 제시할 뿐이었다.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회의의 주체가 돼야 할 청년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아 '누구를 위한 전략회의인가?'라는 의문을 갖게했다.

2일 제주도청 4층 회의실에서 열린 '2011 제2차 일자리창출 전략회의'. <헤드라인제주>
'2011 제2차 일자리창출 전략회의'에 참석한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실무 배우지 못해"

지난 3월중 제주지역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실업률은 1.8%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인 4.3%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고용률의 경우 64.3%를 기록해 전국 평균인 58.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비교하면 제주지역의 실업률과 고용률은 매우 양호한 편. 하지만 청년 실업률이 감소한 것은 실업자가 감소한 것이 아닌 청년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한 것에 따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전히 실업자들에 대한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인력양성의 노력이 적극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는 실정이다.

제주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학생들과 청년 실업자들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상자들이 꼽은 문제점과 지적사항을 밝혔다.

2일 제주도청 4층 회의실에서 열린 '2011 제2차 일자리창출 전략회의'. <헤드라인제주>

지난해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인력양성 과정을 거쳤던 김지은씨는 획일화된 인력양성 과정에 대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짚었다.

김씨는 "실질적인 취업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3학년은 이론에 충실하고, 4학년은 실무를 경험하는 등의 프로그램 구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즉,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3개월 내지 6개월의 단기간 프로그램으로 그칠 것이 아닌 장기간 추진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대 경영학과의 김민철 학생은 "막상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를 해도 실무에 들어갔을때는 무슨 일을 해야할지 몰라서 난감했다"며  "이론적인 부분을 병행해 실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제주대 관광경영과 정지은 학생은 "컨벤션 부서 MICE와 관련한 사업에 참여했었는데, 실질적인 실무 경험은 배우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배우고 싶은 업무는 배우지 못하고 심부름 등에만 일이 치우쳐졌다는 호소다.

인턴십 프로그램의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지적됐다.

관광대학 관광외식조리계열의 문은영 학생은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더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다"며 "학교 내부적인 홍보가 아닌 도 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청년들과 기업체 눈높이 맞지 않아" 미스매치 여전

유행수 금릉농공단지 협의회장

자리에 참석한 기업체 관계자들도 일자리 창출의 한계에 대해 하소연했다.

유행수 금릉농공단지 협의회장은 "5년전부터 제주도내 대학생들을 공개채용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면서 "대다수의 신규직원들은 6개월을 버티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유 회장은 "물론 급여가 맞지 않거나 지역적인 여건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과 대학 졸업생의 기대치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그나마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의 현실을 알며 그 부분을 거칠수가 있는데,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졸업해 회사에 취직하면 적응기간을 버티지 못한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유 회장은 "식품산업 측면에서 식양청이나 농림부 등에서의 기대치는 높은데 막상 위생관리 분야의 인력이 없으니 난감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김종현 제주도수출중소기업협의회장도 유 회장의 의견을 거들었다.

김 회장은 "업체에서는 한명의 직원을 채용할때 10년을 내다보고 채용하는데 선택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눈높이가 안맞는다"며 "학생들을 취업하기 위해 면접을 보면 환상에 젖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면접을 보러오는 학생들이 물어보는 것이 '몇시에 출근하고 몇시에 퇴근하냐'를 묻는다"면서 "공무원이나 은행, 대기업에 근무하는 취직자들도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데 요즘 구직자들은 이런 것에 같같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문제는 학교에서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며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학교에서 미리 알려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회장은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3개월이나 5개월에 한번씩 불러서 이에 대해 체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프로그램이 잘되는 것이 무엇인지, 안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취업할때 이탈자들이 발생하지 않게끔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영오 제주발전연구원장. <헤드라인제주>

양영오 제주발전연구원장은 공무원 시험 일변도로 빠지는 청년들의 구직현상에 대해 되짚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양 원장은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3~4년 시도해봐서 떨어지면 그 때부터 다른 직장에 가려고 노력한다"고 꼬집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공무원 시험의 성적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야 '나는 이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직업전선으로 가야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너도나도 공무원 준비에만 메달리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양 원장은 "현재 사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일자리는 통계수치에 잡히지 않는 것도 정확한 청년 실업 문제를 파악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청년 일자리창출 회의에 청년은 없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그러나, 이 토론회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청년들은 찾아보기 힘들어 '반쪽짜리' 토론회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앞서 인력양성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발언은 토론을 진행하기에 앞서 프리젠테이션으로 소개됐던 내용이었다. 이들은 영상을 통해 각자 2~3분의 짧은 시간동안 멘트했을 뿐이었다.

영상이 나간 직후 이어진 회의에서도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였던 "실무적인 배움을 익힐 수 없다"는 등의 해결책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구인기업들의 어려움은 일일이 수렴하며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의 어려움은 전해듣지 못한 전략회의는 결국 다음 전략회의 때도 똑같은 이야기를 번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토론회 자리에는 두 명의 청년이 참석했지만, 그들은 모두 각자의 일자리를 찾은 이들이었다. 이들 또한 구직자의 입장에서 청년인턴 프로그램의 홍보가 더욱 필요함을 주장했지만, 실제 구직자들의 절박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청년인력양성 활성화 추진 방향도 별반 다른 내용이 없었다. 신성장산업분야 인력공급 추진과 산업 특성화를 반영한 인력 양성, 글로벌 인재육성 강화는 반복되는 레퍼토리였다.

2일 제주도청 4층 회의실에서 열린 '2011 제2차 일자리창출 전략회의'. <헤드라인제주>
한편, 제주도가 청년인력양성사업을 추진하는 대학의 재학생 18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업을 위해 가장 필요한 자격은 실무관련 능력이라고 답한 학생이 41.2%로 가장 많았고 취업관련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말한 학생도 38.5%로 다수를 차지했다.

또 기업의 인력수요에 따른 학과개편 필요성을 묻는 문항에서는 56.5%의 학생이 수시로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경우 학과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31.6%는 수시로 학과 개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청년층인력양성사업과 관련해서는 인력양성과정이 개설되면 81%의 학생이 참여하겠다고 답했고, 이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49.2%가 '아주 필요하다', 46.4%가 '조금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함께 농공단지나 공업지역 소재의 181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력양성사업 인식 설문조사에서는 직원채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임금 등 근로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기업체가 53.4%로 가장 많았다.그 뒤를 이어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가 부족하다고 답한 기업도 23.7%에 이르렀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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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정 2011-05-02 17:13:17 | 1.***.***.154
적당히 회의하고 끝낼생각이었는데 기자가 들어가 정국을 찔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