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길호 의원 "도의회, 맹목적 비판.발목잡기 안돼" 주장 설왕설래
현기종 의원 "왜 조사결과와 다르게 3개 구역?...가야할 길 멀었다"
총선 때문일까. 제주지역의 최대 현안인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 이슈를 바라보는 제주도의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시각에서 온도차가 확연하다.
'기초자치단체 도입',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3개 구역 조정'을 담은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도정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개편안에 대해 다시 총의를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대조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에서는 도의회가 맹목적 비판과 발목잡기를 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나서 도의회 내부에서는 수근거림이 커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이날 오후 제42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고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었다.
연설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현길호 의원,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현기종 의원, 교육의원 교섭단체인 미래제주 원내대표인 정이운 교육의원 순으로 진행됐다.
이 중 현길호 의원과 현기종 의원은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비중있게 다뤘다.
◇ 현길호 "준비 부족해도 가야...도의회, 맹목적 비판-발목잡기 안돼"
행정체제 개편 진행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답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소위 '답정너'라는 키워드를 꺼내들면서도, 민주당은 도의회의 '답정너' 자초 발목잡기 자제를, 국민의힘은 제주도정이 '답정너' 우려에서 벗어나도록 도민사회 의견을 더 들을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현길호 의원은 "행정체제개편은 오영훈 도정의 제1호 공약사항으로, 언제까지 논쟁만 할 수는 없다"며 "이제는 논의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실천해야 할 때로, 도민의 뜻을 묻고, 도민의 진정한 의사를 확정해서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구역을 조정하고 새로운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는 이 과정은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라며 "그래서 더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는데, 그래서 2026년 7월 시행이라는 목표와 시간에 쫓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조급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시간에 쫓겨서는' '조급하지 말아야'는 당부의 전언은 충분한 검토 내지 논의의 의미는 아니었다.
현 의원은 "이 세상에 완벽하게 준비된 도전도 없다. 조금은 불안하고, 조금은 서툴러도 담대하게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3개 행정구역안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현 의원은 도의회 내부로 화살을 겨냥했다.
현 의원은 제주도정의 담대한 추진을 촉구하면서, "그 길에서 의회가 ‘견제와 감시기관’이라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도정을 비판하고 발목 잡는 역할에 치중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의회만이 정답이라며 스스로 '답정너'를 자초하거나 교만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새로운 갈등이 되풀이 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도의회가 행정체제 개편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의원은 "민주당은 지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정당의 공약으로 제시한 행정체제개편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현기종 "여전히 가야할 길 멀어...도민사회 총의 다시 모아야"
반면, 국민의힘은 총론적으로는 행정체제 개편 로드맵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도민사회 충분한 논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현기종 원내대표는 "오영훈 지사는 기초자치단체를 재도입하되,행정구역은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로 나누는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현 의원은 "이제 주민투표가 시행되고, 도민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기만 하면 기초자치단체가 부활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제가 판단하기에, 장밋빛 전망을 갖기에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연구용역은 1년간의 연구기간과 15억원이라는 연구용역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부실 연구'라는 지적을 받아 왔으며, 특히 연구용역 시작 단계에서 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기관통합형 기초자치단체' 모형은 결국 다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연구의 신뢰성을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도민 공감대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도민 의견이 하나로 결정되었다고 볼 수 없는 여지도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행정구역을 3개로 나누는 안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 의원은 "지난해 10월 실시된 4차 도민여론조사에서는, 4개 행정구역 개편이 57.4%로, 최종 결정된 3개 행정구역 개편 32.6% 보다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면서 "즉 도민사회는 4개 행정구역을 원하지만, 제주도정은 행개위의 결정을 받아들였다고는 하나, 그와 다르게 결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해 다시 총의를 모아가야 할 것이며, 그런 과정을 거칠 때 행정체제 개편의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할 수 있고, 일각에서 꾸준하게 제시되어 온 답정너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의원은 "어떻게 제주도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내고, 이를 주민투표의 결과로 나타내어, 중앙정부를 설득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매우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정이 계획하고 있는 주민투표까지의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신뢰성 있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과정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제주도정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시켜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 교섭단체 연설 끝나자 '발목잡기' 발언 고개 절레절레
한편,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후 도의회를 향한 현길호 의원의 '발목 잡기 안돼' 발언을 두고 의회 내부에서는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임시회에서 도정의 주요 업무를 보고받을 예정인데, 원내대표 연설을 통해 '맹목적 비판 자제'와 '발목잡기 중단'을 요구한 것은 의정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당 소속 의원에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헤드라인제주>
머리가 좀 아쓱 가버린 모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