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아쉬움이 크게 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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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아쉬움이 크게 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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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행정체제 공론화 1년 평가, 그리고 과제는?
도민참여단 숙의토론 '결론' 제시됐지만...과정의 한계 노출
헷갈리는 목적...무색해진 '제주형'...여론조사 제대로 했나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숙의토론을 통한 도민참여단의 결론은 내려졌고, 이제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권고안, 그리고 제주도지사의 최종 판단만 남겨놓고 있다. 

도민참여단의 행정체제 개편모형에 대한 최종 선택은 '시.군 기초자치단체 도입'으로 결론이 났다. 행정구역은 국회의원 선거구와 일치시키는 형태의 '3개 체제(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로 조정하는 안이 1순위로 제시됐다. 

이 결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현행 단일광역행정체제를 제주특별자치도 산하 3개 기초자치단체로 재편하게 된다. 

숙의토론이 마무리된 후, 행개위나 오영훈 지사 모두 도민참여단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히면서 행정체제 개편안은 도민참여단의 의견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형 행정체제 공론화 도민참여단 숙의토론. ⓒ헤드라인제주
제주형 행정체제 공론화 도민참여단의 마지막 숙의토론 모습. ⓒ헤드라인제주

오 지사는 숙의토론 결과가 자신의 생각과는 조금 차이가 있으나 존중하겠다고 했다. 오 지사가 언급한 '차이'는 행정구역을 3개로 나누는 부분이다. 오 지사는 행정구역 수에 대해서는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예전에도 "5~6개 구상 중", "경쟁력 있는 단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3개 체제'는 자신이 생각하는 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도민들께서 효율성 등을 검토하고, 예산 투입에 대한 걱정도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존중할 것임을 밝혔다. 행개위의 권고안 정리, 도지사의 수용여부 발표라는 공식적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결론은 거의 내려진 셈이다.

행개위는 도민참여단의 선택을 바탕으로 이달 중 주민투표안을 포함해 공론화 결과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도지사에게 권고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주민투표는 조례 위임 사항인 행정구역 조정안을 제외하고, 행정체제 개편모형, 즉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해 내용으로 부쳐질 것을 보인다. 

다만, 어떤 형식으로 주민투표에 부칠 것인가 하는 부분이 공론화 용역의 마지막 과제로 남는다. 이를 테면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물을 것인지, 아니면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현행 체제 유지' 2개 안을 제시해 선택하도록 할 것인지가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결정만 이뤄지면 이달 말 주민투표안을 포함한 권고안이 도지사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권고안이 제출되면, 그동안 숨가쁘게 진행돼 온 공론화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다.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도민참여단이 숙의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지난 1년의 과정을 돌아보면, 아쉬움은 매우 크게 남는다. 공론화 용역 일련의 과정은 깔끔하지가 못했고, 적지 않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 공론화 절차 1년, 아쉬움과 한계...주요 쟁점은?

무엇보다 지난 1년의 공론화 과정은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최초 설계에서부터 아쉬움이 크다.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이번 용역은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였다. 다양한 행정체제 개편 모형(대안)을 갖고 공론화를 진행한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용역진이 분석 대상의 모형을 행정시장 직선제, 행정시장 의무예고제, 읍면동장 직선제 등을 포함해 6개로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공론화 진행과정의 내용을 보면, 사실상 기초자치단체를 전제로 한 내용이었다. 이미 정해놓은 수순, '답정너'라는 비판이 도의회에서 분출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물론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민선 8기 도정의 핵심공약이고, 도지사가 이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기 때문에 추진의 명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논리라면 애당초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용역'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타당성 조사용역'을 진행하는게 옳았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제주도정의 용역 방향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 갑자기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용역'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용은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음에도 말이다. 

왜 '직행 코스'인 방법(기초자치단체 도입 타당성 검토용역)을 놔두고, 먼 길을 도는 우회 코스(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용역)을 택했던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최초 설계에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하는 이유다. 

이는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첫째, 공론화 용역의 설계와 목적에서 헷갈림을 주면서, 오히려 도민사회 논점을 흐트러트린 측면이 있다.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는 엄밀히 말하면, 백지상태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대안을 비교 분석하며 개편 방향을 찾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답(기초자치단체)이 어느 정도 정해진 상태에서 공론에 부쳐지면서, 다양한 개편 모형에 대한 논의는 처음부터 큰 의미는 없었다. 

이는 지난 8월 2차 숙의토론 결과 행정체제 개편방향으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와 '행정시장 직선제' 2개 대안이 압축 제시된 후 제주도정발(發) '행정시장 불가론'이 급속히 등장했던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번 숙의토론 과정에서 공정성을 훼손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결국 처음부터 '기초자치단체 도입' 하나로 방향을 정해서 도민사회 논의를 진행해도 될 것을,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며 논의에 부쳤던 것이다. 행정시장 직선제나 현행체제 유지 등의 생각을 갖고 공론에 참여했던 도민들은 결과적으로 '헛수고'를 한 셈이 됐다. 소위 '들러리' 역할을 한 것에 다를 바 없게 된 것이다.

둘째, 행정체제 개편 용역으로 방향을 잡은 후, '제주형'의 의미도 무색해지게 됐다.

'제주형'은 원래 민선 8기 공약의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붙여졌다. 도정 출범에 즈음해 화두로 던졌던 '기관통합형(기초의원을 뽑아 의회를 구성하되, 시장은 의원 중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기관 구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용역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기관구성에 대해서는 도민사회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만약 처음부터 기초자치단체 도입 타당성을 공론에 부쳤다면, 집중적 토론을 통해 기관구성의 모형에 대한 논의가 진척됐을런지 모른다. 이번 공론화의 주제인 행정체제 개편 앞에 '제주형'이라는 수식어 붙여지기는 했으나, 그 실체는 불분명하게 다가온다.
 
셋째, 공론화 절차를 진행하면서 이뤄진 도민 여론 측정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용역진은 행정체제 개편 대안, 그리고 행정구조 조정안에 대해 도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각 조사 결과가 제시될 때마다 논란이 일었다.

크게 두 가지 차원이다. 하나는 질문지 구성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표본 선정에 관한 것이다.

먼저 질문지 구성 논란에 있어 행정체제 개편 대안과 관련해서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은 후, 막바로 기초자치단체 선호 질문으로 넘어갔다. 어떤 대안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나열형 질문은 없었다. 

행정구역 조정과 관련해서는 용역 분석 과정에서 현행 2개 체제 및 5개 이상 체제를 제척시켰고, 여론조사는 3개 체제와 4개 체제만을 놓고 조사가 이뤄진 문제가 제기됐다. 

표본 구성의 적절성 논란도 이어졌다. 2개 조사의 표본은 총 800명 규모로 설정됐다. 보통 제2공항 등 지역현안 여론조사 때 2개 조사 기관 동시 수행 방법으로 각 2000명 이상 표본 규모로 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용역진은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1000명 정도로 하고 있는 점을 들었지만, 지역 내 도민 여론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여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체적 여론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인구와 지정, 성별, 연령별 비례 추출했다고 하나, 인구가 많은 제주시 동(洞) 지역 목소리에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히 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역별 표본 구성은 △제주시 동 지역 △제주시 읍면지역 △서귀포시 동지역 △서귀포시 읍면지역 등 4개 지역으로 분류해 실시했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분석 결과는 4개 지역이 아니라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 지역으로만 제시하고 있다. 즉, 읍.면지역 주민들은 어떤 의견을 보였는지 알 수 있는 교차분석 결과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각 조사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소 행정구역을 몇 개로 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는 표본 규모를 확대했어야 했다. 필요하다면 제2공항 여론조사 당시 성산읍 지역을 별도로 시행했던 것처럼, 동.서부 읍.면지역에 대한 조사는 별도로 진행하는 것도 검토했어야 했다. 

도민 공론화 용역을 진행하면서 여론조사를 약식 규모로 한 것은 '옥의 티'가 아닐 수 없다.

◇ 향후 과제는?

이처럼 많은 아쉬움이 남는 가운데, 어쨌든 공론화 절차는 이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남은 것은 행개위의 주민투표안, 그리고 도지사의 수용여부 결정이다. 

그러나 권고안이 제시되더라도, 도지사의 결정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번째는 제주특별법의 조속한 개정이다. 국회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일부 의원 및 행정안전부의 반대 의견으로 심사보류된 상황인데,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특별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주민투표 실시계획을 비롯해 모든 절차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특별법 개정은 기초자치단체 도입 근거를 명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특별법 제10조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에는 행정시를 두도록 돼 있는데, 개정안에서는 주민투표를 통해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구성 △기초자치단체 설치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과거로의 회귀'나 '부활'이라는 논란 속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지위를 그대로 유지함 속에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번째는 주민투표에 부쳐진다고 가정한다면, 주민투표안에 대한 도민사회 사전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주민투표 결과에 도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심각한 갈등 및 분열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주민투표 권고안에 대한 수용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도민 의견을 추가적으로 폭넓게 들을 필요가 있다. 오 지사 역시 최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주민투표 전 다시 여론수렴 과정이 있을 것이고,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한번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법 개정과 더불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도지사의 결단을 기대해본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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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3-12-30 10:40:40 | 1.***.***.89
제주도는 행정체제개편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기본인프라가 많이 부족합니다 병원 도로 인도 가로등 상하수시설 친절한관광지직원분 절실히 필요합니다

도민 2023-12-12 06:57:47 | 14.***.***.188
서울도 김포시를 통합,,세계화에 맞추어 확장 추세인데
제주섬은 폐쇄성.쪼개려는 섬사람의 특징이
처음부터 현재까지 변화가 없네요..무식허다

도민 2023-12-12 06:51:27 | 14.***.***.188
기초 자치단체 설립은 옛날로 회귀하는것이고ㅡ무조건 소송당한다ㅡ
ㅡ제주특별법 취지에 맞지않고, 불법성논란,
ㅡ현재는,,다른도 특별법은 2층 구조와 제주특별법은 단층구조로 확연히 다른점이있다.
제주는 단층을 보완하기위하여 JDC 역할이 기초단체 역할 일부를하는것을 이해하라

ㅡ강원특별자치도법엔 기초 자치단체 구성이 2층 구조가필수다,,제주는 기초단체 삭제 ,,

ㅡ앞으론,,행정계층을 논할 시기가 지금은 아님
ㅡ우선,특별법을 2층 구조에 알맞게 전면 개정한후
제주특별법 규정에 의한 2층구조와 기초자치단체 설립 문구삽입후에 기초단체에 대해 논하라

무늬만 2023-12-11 18:40:33 | 122.***.***.155
그럴드시 포장하고
눈가리고 아옹~!!!

도민 2023-12-11 08:51:14 | 211.***.***.76
4대선거 (도지사 보궐선거,아라동 보궐선거,특별법 행정체제,,2공항)을
도민이 "주민투표"로 결정하자
ㅡ법적근거: 주민투표법 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
ㅡ"대구 신공항" 주민투표 사례(군위군민 2만 2189명, 의성군민 4만 8453명) 참여, 신공항 유치성공
ㅡ "원전유치" 사례.. 6곳<삼척시,경주시, 기장군, 울진군, 울주군, 영광군>에서 주민투표로 원전 유치 성공한 사례가 있다
<<< 2공항 여론조사>>>
ㅡ주민투표 :동의 76.6%-비동의 20.7%

공론화, 말은 그럴듯했으나 2023-12-11 07:47:37 | 175.***.***.190
숙의토론 끝났고 결과 나왔지만 제주도 변화할거라고 기초자치단체 생긴다고 들떠있거나 설레어 하는 분위기 아니우다
도민들 그거에 관심 많지 않다
왜?!!
행정이 너무 짜여진대로 맞춰 공론화 진행했기 떼문이다
위 글에서 지적한대로 그럴거면 공론화 하지 말고 첨부터 기초단체 용역 하는게ㅜ맞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