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제주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인허가 막바지에 빚어졌던 하수처리 갈등과 관련해, 제주시가 21일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증설공사) 준공되면 공공하수관로에 연결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상하수도본부가 사업시행자와 협의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제시한 입장과 같은 내용이다.

제주하수처리장 증설공사 준공되면 공공하수관로에 연결하도록 하되, 그 전에 민간특례사업 준공이 이뤄지면 예비 자체 처리시설을 갖춰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제주도의회 환경영향평가 심사와 실시계획인가 등 사업 진행 과정에서도 하수처리는 공공하수도 연결을 전제로 하되,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 준공 시기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준공될 때까지는 자체 오수처리시설을 설치해 대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제주시의 이날 민간특례사업 하수처리 방침 관련한 브리핑은 두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일었다. 하나는 하수처리의 방침을 '투트랙 전략'으로 제시한 점, 다른 하나는 제주시 당국이 공동사업자 지위에 있으면서도 마치 방침을 정하는 결정권자 코스프레를 했다는 점이다.

먼저, 하수처리의 원칙적 내용을 '투트랙 전략'으로 제시한 것은 사실을 교묘하게 호도하며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성철 제주시 도시건설국장은 "사업 오수 처리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와 실시계획인가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대로 공공하수 연계처리 원칙과 함께 자체오수처리시설 구축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마련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시의 '투 트랙' 전략이라는 말은 한낱 미사여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가 원칙으로 제시한 내용을 보면, 의무적으로 자체오수처리시설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제주하수처리장 증설이 완료되면 공공하수로 연결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하수처리장 준공시점은 2025년 12월31일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일부 늦어질 수 있다. 

이에 사업자측은 제주하수처리장 준공 일정을 감안해 오등봉 공원 준공시점을 2026년 12월로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하수처리장보다 준공 시점을 늦추면서 자체처리시설 갖출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때문에 제주시의 '투트랙 전략'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선 하수처리장 증설→후 아파트 준공'이라는 원트랙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더욱이 제주시는 이미 하수를 자체 처리하기로 하고 사업 승인까지 받은 중부공원에 대해서도 하수 처리 방식을 형평성 문제 때문에 변경하기로 했다. 

배석했던 김동훈 제주시 도시계획과장은 "오등봉이 이렇게 간다면 중부도 당연히 같은 방식으로 가야된다 해서 중부(도시공원) 같은 경우에는 주택건설 사업 승인 변경을 통해서 오등봉과 같은 방식으로 가기로 그렇게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주시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있는 도시공원 민간특례개발사업에만 하수처리의 파격적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이날 제주시 당국의 입장은 공동사업시행자가 아니라 인.허가 기관 내지 감독 기관인 듯한 '탈(脫) 사업자 화법'으로 일관하면서 의아스럽게 했다.

오등봉 민간특례사업은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공동 사업시행자로 돼 있다. 인허가 부서인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에서 밝혀야 할 입장을 공동사업자인 제주시가 결정권자인 것처럼 입장을 밝힌 셈이다.

강재섭 상하수도본부장도 최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하수처리 문제와 관련한 부분은 사업시행자 중에서 제주시로 창구를 단일화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시가 사업자 지위에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그런데도 제주시는 시종 민간건설업자만 사업자인 것처럼 하며 협의 대상으로 설정했다. 

김성철 국장은 "제주시와 상하수도본부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하수처리 방식에 대하여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 준공 후 공공하수도 연계 처리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일관되게 제시해왔다"면서 "사업자측 역시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해 상호 신뢰 하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모든 사업 절차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또 "제주시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하수처리와 관련해 소모적인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상하수도본부와 자체 핫라인을 구축해 부서 협의 창구를 일원화하고, 사업자측과 일관된 원칙과 내용으로 협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이어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환경영향평가와 실시계획인가 과정에서부터 이미 사업자측과 하수처리 대책을 협의해 사업을 진행해왔다”며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 진척 상황을 보면서 공공하수도에 연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상하수도본부 및 사업자측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업자측 역시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해', '사업자측과 일관된 원칙과 내용으로 협의', '사업자측과 협의해 나가겠다' 등 기자간담회 내내 사업자가 아닌 척 하는 화법을 사용했다.

공동시행자인데 구체적으로 제주시와 민간사업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자, "제주시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도록 하고, 공적인 부분, 공공성 부분 잘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고, 일반 공사 그런 것하고는 틀리다"면서도 정확히 공동시행자간 역할 구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는 제주시가 사업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하수처리 관련 논란의 책임을 민간사업자에게로 넘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등봉 민간특례사업은 2025년까지 사업비 약 8100억원을 투자해서 전체 공원면적 76만 4863㎡ 중 70% 이상은 공원시설로 지정해 제주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12.4%인 9만 5426㎡ 면적을 비공원지역으로 지정해 총 1429세대 규모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곳에서 하루 하수 발생량은 공원시설 구역을 포함해 약 1870톤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제주시는 9월쯤 건설사업 시행 승인이 나오면, 올 연 말까지 공원시설 부분에 대한 착공이 이뤄질 것을 전망된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