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공사 중' 천미천 정비사업 타당성 논란, 감사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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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공사 중' 천미천 정비사업 타당성 논란, 감사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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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감사위원회에 천미천 공사 '성과감사' 청구
"중복성.낭비성 예산 투입...하천 원형훼손 만신창이"
"상습 침수지역이라면서, 바로 옆에 타운하우스 허가는 왜?"
천미천 구좌지구의 우안 5지구. 천미천 내에서도 가장 큰 소를 갖고 있다. 오른쪽으로 제방을 건설할 계획이다. 그런데 하천 오른쪽 바로 옆에 타운 하우스 13개 동이 건설되고 있다. 
천미천 구좌지구의 우안 5지구. 천미천 내에서도 가장 큰 소를 갖고 있다. 오른쪽으로 제방을 건설할 계획이다. 그런데 하천 오른쪽 바로 옆에 타운 하우스 13개 동이 건설되고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성읍마을 아래 천미천 모습. 이미 오래전에 정비사업으로 인해 원형을 잃었다.
성읍마을 아래 천미천 모습. 이미 오래전에 정비사업으로 인해 원형을 잃었다.

제주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하천으로 꼽히는 천미천에서 30년째 하천 정비공사가 진행되면서 심각한 원형 훼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환경단체가 이 공사의 타당성에 대해 감사를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8일 천미천에서 진행되는 하천정비 사업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에서 '성과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성과감사는 특정 사업이나 정책에 대해 경제성.능률성.효과성에 대한 검토와 평가를 위주로 수행하는 감사를 말한다. 

이 단체는 "하천 정비공사로 인해 천미천의 최소 절반 이상이 훼손됐다"면서 "과도하게 부풀린 홍수 피해를 근거로 진행되고 있는 하천 정비사업에 대한 전면적 감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미천 사업과 관련한 감사 청구사유는 △중복성, 낭비성 예산 투입의 문제 △사업 타당성 문제 △정비사업 주변 타운하우스 건설 허가 관련 등이 핵심이다. 

이 단체는 "제주도에서 가장 긴 천미천은 아이러니하게도 하천 정비사업에 의해 원형이 가장 많이 훼손된 하천이기도 하다"면서 "1990년대 초반부터 하천정비사업이 시작되어 천미천 원형은 크게 훼손됐지만, 최근 또다시 40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권역에 걸쳐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개별 사업당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이 드는 천미천 정비사업이 진행되었지만 이로 인한 홍수피해 저감 효과 분석은 없었고, 경제성 분석, 생태환경적 점검은 없었다"면서 "이러다보니 천미천의 하류와 중류는 거의 만신창이가 되다시피했고 심지어는 상류부근에도 최근 하천정비계획이 세워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처럼 천미천을 포함해 제주도의 하천정비사업은 개발사업 중에서‘성역’이었다고 할 정도로 아무 견제 없는 질주를 해왔다"면서 "이러다 보니 토건 산업을 위한, 공사를 위한 공사가 아닌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계속되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감사에서는 우선 중복성.낭비성 예산에 대해 철저히 감사를 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천미천 서귀포시 권역의 경우 20회 이상의 정비공사가 진행되면서도 사후에 하천정비 효과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면서 "즉, 침수피해 방지 효과에 대한 검증도 없이 20회 이상의 사업에 200여억 원이 예산이 투입됐고, 최근 또다시 서귀포시 권역에 2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천미천 표선지구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는 천미천의 상류라고 할 수 있는 교래리 구간의 천미천 정비계획이 포함된 제주시 지방하천 하천 기본계획 수립 전략환경영향평가도 통과되었다"며 "천미천 하류, 중류를 넘어서 상류까지 정비사업이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업계획에 대한 타당성 문제도 제기했다.

이 단체는 "제주시 당국에서 추진하는 천미천 구좌지구 하천정비사업의 경우 천미천의 중류에 해당하는데, 하천 주변이 숲이거나 목장지대가 많았다"며 "하천정비의 이유가 침수피해 예방이라면, 피해가 있는 지역이 가옥이 있거나 농지가 존재하고 있어야 하나, 주변에 농지가 있다 하더라도 필지가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정도의 농지라면 침수피해가 나는 농지를 매입하는 정도로 해도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 그런데도 굳이 양안의 상록활엽수림을 훼손하면서까지 제방을 건설해야 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천미천 구좌지구 계획 중 ‘우안 5지구’는 천미천 내에서도 가장 큰 소(沼)를 갖고 있다고 할 정도로 물이 풍부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면서 "그런데 현장을 조사해보니 하천정비 대상으로서 선정한 필요성이 매우 낮아 보였고, 하천정비구역이라고 하면 침수구역이라는 뜻인데, 정비구역에서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타운하우스 허가가 나서 13개 동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상습 침수 지역이어서 제방을 건설하는 하천 정비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바로 옆으로 개발사업 허가를 내줄 수 있는 건지 앞뒤가 안 맞는 행정이다"며 "허가를 내 준 부서가 다를뿐 모두 제주시 관할 구역이다. 앞뒤가 안 맞는 행정을 넘어서 이는 천미천 정비사업의 타당성 그 자체를 흔들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하며 철저한 감사를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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