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하천정비 공사로, '천미천' 절반 이상이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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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하천정비 공사로, '천미천' 절반 이상이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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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운동연합 "천미천 공사, 원형 심각하게 훼손"
"홍수방지.하천보호 목적 공사 타당성 의문...전면 재검토돼야"
천미천 공사현장.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헤드라인제주
천미천 공사현장.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헤드라인제주

제주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하천으로 꼽히는 천미천에서 하천 정비공사가 진행되면서 심각한 원형 훼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31일 "하천 정비공사로 인해 천미천의 최소 절반 이상이 훼손됐다"면서 "과도하게 부풀린 홍수 피해를 근거로 진행되고 있는 도내 모든 하천 정비공사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원형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천미천은 총 길이가 25.7km로 도내 143개 하천 중에서 가장 길고 복잡한 하천이다. 

한라산 1100m 이상 지점인 돌오름,어후오름,물장올 등지에서 발원해 제주시 동남부지대, 조천읍, 구좌읍, 표선면, 성산읍에 걸쳐 흐르다가 표선면 신천리 바닷가 앞에서 여정을 끝낸다. 
 
이번 천미천 공사계획은 총 11.98km로, 제주시와 서귀포시 구간이 모두 포함된다. 

제주시 공사 구간(구좌지구)은 3.98km이고 서귀포시 공사구간(천미천(표선지구)은 8km이다. 두 곳 모두 호안정비(양쪽에 전석 쌓기 형태로 둑을 쌓는 방식)를 중심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중 천미천 구좌지구 공사는 조천읍 교래리에서 송당리에 이르는 구간에서 이뤄지고 있고, 현재 공사 진척률은 43%를 보이고 있다.

이 공사 구간을 제외하고, 조천읍 교래리 일대에서 또 다른 공사도 추진되고 있다.

이 단체는 "생태계가 매우 훌륭한 하천으로 꼽히는 천미천에서 지난 세월동안 25km 구간서 이미 하천정비가 많이 이뤄졌다"며 "그 과정에서 천미천의 아름답고 큰 소(沼)들과 양안의 숲 그리고 기암괴석이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천미천 공사구간에서는 하천 양쪽에 전석 쌓기 형태로 둑을 쌓는 방식인 호안정비 중심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로인해 하천 원형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또다시 천미천 정비공사는 현재진형형"이라며 "현재도 천미천의 60%가 넘는 구간이 공사 중이거나 공사를 준비 중에 있고, 사실상 한라산에 포함된 천미천 상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천정비공사가 이뤄지는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하천 정비공사의 목적과 관련한 타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이 수많은 예산 투여에 비해 목적으로 하는 효과가 이뤄지는 것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며 "천미천 구좌지구의 경우, 홍수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자료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업의 배경은 하천의 월류에 의한 농경지와 가옥에 대한 침수피해를 제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평가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천미천 침수피해 현황은 2012년 태풍 산바에 의한 침수피해 현황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침수피해도 표선면과 성산읍의 일부지역의 통계를 제시하고 있으나 천미천과 거리가 떨어진 곳들이 있고 더욱이 피해지역이 천미천의 월류에 의한 침수피해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주도에서 주장하는 논리라면, 태풍의 길목인 제주도의 143개 하천은 모두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아올려 정비돼야 한다"며 "이는 오히려 정비 사업으로 인해 제주도 하천의 고유 기능과 원형이 훼손된다는 점에서 목적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많은 예산이 투입되는데 비해 천미천 정비 명분은 미흡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근거자료도 명확하지 않다"며 "천미천은 예전부터 침수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이미 하상(하천의 바닥) 평탄화, 제방 건설 등 하천정비 작업으로 인해 원형을 상당부분 상실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그렇다면 기존 하천정비로 인한 침수피해 방지 효과에 대한 평가가 먼저 나왔어야 하며 이 평가를 토대로 하천정비 계획이 시행되는 것이 순리"라며 "홍수예방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도 없는데다가 피해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또다시 400억 원이 훌쩍 넘는 예산을 들여가면서 하천정비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묻지마 하천정비’이며 혈세낭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사업타당성의 문제와 함께 중요한 문제는 바로 천미천의 대규모 훼손"이라며 "하천 정비과정에서 천미천의 웅장한 소와 양쪽의 상록활엽수림대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ㅛ 주장했다.

천미천 전경.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헤드라인제주
천미천 전경.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헤드라인제주

이 단체는 "제주도 하천의 원형을 무너뜨리면서까지 공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근거도 미미한 홍수 피해 예방을 명분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낭비하는 일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우선적으로, 현재 40% 이상 진행된 천미천 구좌지구 공사를 중단하고 토지 보상이 진행 중인 천미천 표선지구에 대한 사업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또 "공사의 명분인 홍수 피해예방을 정밀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천미천을 파괴하는 방식이 아닌 보전의 방식을 통한 계획으로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며 "과도하게 부풀린 홍수 피해를 근거로 진행되고 있는 도내 모든 하천 정비공사에 대해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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