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공사 중' 제주 하천 정비사업, "이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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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공사 중' 제주 하천 정비사업, "이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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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제주도의회 정책토론회..."원형 파괴 매우 심각"
"5년간 70km 길이 공사...하천변 숲, 물웅덩 점차 사라져"
"수해 원인 규명후 사업 진행...제주형 하천관리계획 수립해야"
11일 제주도의회에 열린 하천 정비사업 방향 모색 정책토론회. ⓒ헤드라인제주
11일 제주도의회에 열린 하천 정비사업 방향 모색 정책토론회. ⓒ헤드라인제주

제주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하천으로 꼽히는 천미천을 비롯해, 도내 주요 하천에서 30년째 정비사업의 토목공사가 진행되면서 원형 훼손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진행된 정비사업이 이뤄진 하천 공사구간만 무려 70km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양영식)는 11일 오후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형 하천 정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하천 정비사업으로 인한 하천 원형 및 주변 생태계 훼손의 문제를 한 목소리로 지적하며, 사업방향을 전면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먼저 양수남 제주환경연합 대안사회국장은 '도내 하천정비 실태조사를 통해 본 하천정비사업의 문제점과 과제'를 통해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양 국장은 "하천변의 숲은 제주도의 가장 중요한 녹지축이라고 할 수 있고, 도심내의 하천은 특히 그렇다"면서 하천숲의 기능을 강조했다.

그는 "도심화되어 콘크리트화 되어 있는 지역도 하천이 있는 곳은 하천변 숲이 있어 그나마 생물서식처로서도, 사람들의 휴식처로도 이용되고 있다"면서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에 폭염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하천변의 숲은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도시민들이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중요한 녹지축"이라고 말했다.

또 "하천변의 숲과 함께 제주도 하천의 중요한 특징은 암반 위에 소(沼)가 무수히 많다는 것"이라며 "이 소는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라, 수서곤충, 양서파충류, 어류가 사는 생태적 공간이며 이들을 먹으러 새들이 날아오며 노루,오소리,족제비같은 야생동물이 목을 축이러 오는 오아시스와 같은 중요한 내륙습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제주하천의 생태적․역사 문화적 가치, 자연재해 예방의 가치는 하천정비사업으로 인해 무참하다고 할 정도로 파괴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양 국장은 "그것도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행정당국에 의해 파괴되어 왔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며 "소가 있는 곳은 하상(하천의 바닥)정비를 하면서 없애버렸고 양안의 울창한 숲은 제방건설로 인해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행정당국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최근 5년간 도내에 총 30개의 하천정비사업이 진행 중이고 총 공사 길이는 70km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5년간 투입된 총 공사비는 3392억 1400만 원에 달한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양 국장은 "정비 사업이 계획 중이거나 공사 중인 하천을 대략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대부분 제방 건설 위주의 사업이었다"며 "소하천의 경우 하천의 폭을 넓히는 사업이 주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또 "행정당국에서는 하상 정비 공사는 안한다고 하지만 한천 정비 공사처럼 하천 안에서 부득이하게 공사를 해야 할 경우가 생겨서 중장비가 들어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클레인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덤프트럭으로 성토를 하게 되는데 나중에 복원한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복원은 어렵고 훼손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소가 있는 하천의 경우 공사과정에서 생물상이 절멸할 수밖에 없고, 서중천의 경우가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비 사업이 거의 완료된 서중천은 양안에 제방사업을 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지만 현장을 조사해 본 결과, 공사 진행 과정에서 양안뿐만 아니라 하상까지 훼손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양안의 제방 공사 과정에서 대형 중장비가 하천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하천 안의 소(沼)와 기암괴석들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장 확인 결과에서 30년간 공사가 진행 중인 천미천 정비사업은 상류와 중류, 하류 모두에서 공사가 이뤄지면서 훼손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 국장은 "천미천 정비사업에서는 사업계획의 타당성 문제와 함께, 정비사업 주변에 타운하우스가 건설되고 있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천미천 현장을 조사해보니 하천정비 대상으로서 선정한 필요성이 매우 낮아 보였다"면서 "더욱이 하천정비구역이라고 하면 침수구역이라는 뜻인데, 정비구역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타운하우스 허가가 나서 13개 동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습 침수 지역이어서 제방을 건설하는 하천정비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바로 옆으로 개발사업 허가를 내줄 수 있는 건지 앞뒤가 안 맞는 행정이다"면서 "이는 천미천 정비사업의 타당성 그 자체를 흔들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도감사위위원회에 성과 감사를 청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한천 정비사업과 의귀천 정비사업에서도 제주도 특유의 하상형태인 기암괴석과 소가 훼손되고 하천원형이 파괴되고 있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11일 제주도의회에 열린 하천 정비사업 방향 모색 정책토론회. ⓒ헤드라인제주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양수남 제주환경연합 대안사회국장. ⓒ헤드라인제주

◇ 양수남 국장 "수해 원인 확실하게 규명 후 사업 진행해야"

그는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정책 제언으로 △하천정비 계획을 세울 때 하천의 치수기능, 생태 기능을 동시에 고려 △수해의 원인을 확실하게 규명한 이후 정비 사업을 진행 △상습침수 지역은 국가에서 토지 매입 △하천복원 사업 필요 등을 제시했다.

하천정비 사업을 왜 추진해야 하는 지 수해 원인 규명을 비롯한 타당성부터 정확히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구체적 개선방안에서는 '제주형 하천관리 계획' 수립을 주문했다.

그는 "환경적 측면에서는 중앙부처의 권한이양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며 "원칙 없이 무분별한 하천정비사업이 줄을 이었고 수많은 하천이 훼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므로 이제는 특별법에서 위임된 제주도지사의 권한을 하천의 개발보다는 하천보전과 복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육지부 하천관리 지침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제주 하천의 원형을 훼손한 것을 반성하고 제주형 하천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법에서 제주도 조례에 위임된 것을 제대로만 교정해도 제주도 하천관리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따라서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하천관리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간별 땜질 정비가 아닌 유역별 관리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제주도 하천정비사업의 패턴은 하천구간을 쪼개가면서 무수히 많은 공사를 해왔다는것이 큰 특징"이라며 "예산상의 제약도 있었을 것이지만 구간을 쪼개가면서 하다 보니 규모가 작아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하는 정비사업도 많이 있는데, 이는 생태환경문제에 대한 견제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구간별로 정비하다 보니 수해 지역에 제방을 쌓아 임시 처방을 하는것일뿐 정비사업을 하는 곳보다 하류 구간은 오히려 침수피해를 더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아라며 "상류에서 제방을 쌓게 되면서 빗물을 더 모을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하게 되고 큰비가 왔을 때는 오히려 하류로 물이 급속하게 몰리면서 하류일대가 침수피해를 받을 수 있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1일 제주도의회에 열린 하천 정비사업 방향 모색 정책토론회. ⓒ헤드라인제주
11일 제주도의회에 열린 하천 정비사업 방향 모색 정책토론회. ⓒ헤드라인제주

◇ 고병련 교수 "하천 자연성 회복 위한 식생공법 도입돼야"

고병련 제주국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하천의 자연성을 위한 제주도 하천정비에 대한 제언' 주제발표에서 제주도 하천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방안이 조속히 강구돼야 함을 강조했다.

고 교수는 "제주도가 2005년 ‘자연 친화적 하천 정비 사업 추진 방침’을 수립했지만 여전히 하천정비사업으로 제주도 특유의 하상형태인 기암괴석과 소(沼)가 훼손되고 하천원형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치수사업에 집중하여 자연 친화적인 정비보다 재해 예방에 치우쳐 자연성 유지는 고려되지 않고 하천의 하상을 훼손하는 상황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분적인 구간별 하천정비는 오히려 하류에 재해를 일으킬 수 있고, 배수 위주의 하천정비는 제주도의 주 수원인 지하수의 함양비율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우려도 낳고 있다"며 "하천의 계곡과 함께 폭포, 그리고 하천의 절경이 사라지게 되어 제주만이 내세울 수 있는 하천비경은 옛 사진 속에서만 볼 수밖에 없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제주가 내세우는 생태관광자원이 소멸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적 타격도 발생할 것"이라며 "제주하천이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은 자연환경 보전과 그에 융합하는 생태관광이라는 점을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홍수를 확실히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방을 만들 필요가 있으나 주변 자연 환경을 파괴를 피할 수 없는 점에서 자연성 회복이란 차원에서 하천을 정비를 재 접목해야 한다"면서 "더 늦기 전에 제주의 하천은 어떤 상태인지, 생태하천으로써의 기능과 복원은 어디까지 왔는지 뒤 돌아보고 제주 하천인 경우 생태하천복원을 위해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해 수생태계 복원효과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연성 회복을 위한 제주형 식생공법 도입을 제안했다.

이날 이두훈 건설기술연구원 박사의 '제주형 친환경 하천정비 방안 모색 연구'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주제발표가 끝난 후에는 홍명환 도의원이 좌장을 맡고, 백승준 제주도 도민안전실 재난대응과 팀장, 박창열 제주연구원 박사,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 오영훈 제주국제대학교 교수가 참여한 가운데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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