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삽질 멈춰라...군사기지화 망상 중단"
1992년 11월 7일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와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투신한 고(故) 양용찬 열사 28주기를 맞은 8일 제주도청 앞에서는 촛불 든 시민들의 '제주 제2공항 중단' 함성이 울려퍼졌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대표 고광성)와 28주기 추모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제주도청 앞에서 '고 양용찬 열사 28주기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이번 추모제는 제주 제2공항 저지와 공론화 추진, 계속되는 대규모 개발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촛불 문화마당 형식으로 진행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시작된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은 "양용찬 열사 계승해 제2공항 막아내자"며 국토교통부의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중단과 도민공론화 수용을 강력 촉구했다.
고광성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양용찬 열사가 가신지 28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회고한 후, "그러나 지금 제주는 열사가 온 몸을 불사르며 그토록 원했던 제주가 아니다"며 '개발 광풍'에 휩싸인 제주의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지금 제주는 삶이 터전으로서 생활이 보금자리로서의 제주가 아니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평화로운 섬 제주가 아니다"며 "지금 이 제주에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데, 제2공항이라는 광풍, 제주 전역을 군사기지화 하려는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제주를 파괴하려는 광풍이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열사여, 다시 그 횃불이 되어 살아 돌아 오셔서, 이 미쳐 날뛰는 제2공항이 광풍을 막아 달라. 군사기지화이 광풍을 막아 달라"고 외쳤다.
또 "한라산의 준엄한 명령이다. 제주 제2공항의 삽질을 멈춰라. 군사기지화 하려는 망상을 멈춰라고 외쳐달라"며 "열사의 정신을 계승해 제2공항을 막아내고 제주를 지키며 열사의 뜻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원보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는"28년 전 그날 밤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지금 제2공항 문제가 양용찬 열사가 걱정했던 상황들로, 그런 상황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제2공항 전국행동이 만들어졌다. 4년전 제2공항이 발표가 되서 지역주민들이 생존권투쟁, 쫓겨나지 않는 싸움으로 시작해 지역문제가 아닌 제주도의 문제가 됐다가 이제 전국적인 문제가 됐다"면서 "우리가 양용찬 열사다. 세종시와 광화문에도 양용찬 열사들이 있다. 힘내서 반드시 제2공항 저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경훈 시인의 추모시 낭송,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비상도민회의 박찬식 상황실장의 영상 메시지 상영, 문화공연, 배기철 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의 결의발언 등이 이어졌다.
한편,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는 이번 28주기 추모기간을 맞아 다양한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3일에는 '뉴오션타운' 조성 사업이 추진되는 송악산을 찾아, 대규모 개발사업의 문제와 송악산을 지키고 송악산 개발 저지 연대를 위해 양용찬 올레걷기 행사를 가졌다. 7일에는 신례리 청년회 주관으로 열사묘역에서 28주기 추모제를 봉행했다.
내달 6일에는 서귀포시 동홍아트홀에서 구럼비유랑단,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28주기 추모위원회가 공동 주관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해 잃어가고 있는 제주의 현실을 지적한 양용찬 열사 추모연극인 '사랑 혹은 사랑2'를 공연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