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에 단속된 안타까운 사연들은 단속원들의 심경마저 울리고 만다. 바로 ‘생계형’들이다.
최근 건축경기 호황에 힘입어 시내 곳곳에 대형 숙박업이 성행하고 있다. 손님을 싣고 오가는 시간대에 주변 교통은 전세버스가 점령한 탓에 교통체증과 더불어 사고위험마저 늘 공존하고 있으나 버스 기사들이 겪는 고충은 따로 있다.
지난 3월의 어느 날, 필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시지부 소속 공직자 80여 명을 태운 두 대의 전세버스를 제주시내에 위치한 한 호텔 앞에서 기다렸다. 필자와 소속된 전국 220여 지부 14만 명에 이르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워크숍차 제주를 찾아오는 일은 흔하다.
버스가 도착한 즉시, 필자는 차에 올라 ‘바로 앞을 보시면 알겠지만, 주정차 카메라가 단속 중이므로 버스가 여러분을 기다릴 수 없다. 내일 아침 08시에 출발하니 반드시 시간을 지켜 달라. 늦으면 버스는 여러분들을 기다리지 못하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신신당부했다. 어김없는 직업의식 발휘(?) 탓에 나이 지긋한 버스기사가 연신 고마움을 표시해 주었다.
다음날, 80여 명이 한 사람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는 일순간에 무너졌다. 10여 명이 제 시간에 나오지 않아 버스는 단속을 피하려 도심 한 바퀴를 다시 돌면서, 출근 시간대 교통정체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버스 기사의 고충은 그러했다.
“손님들에게 아무리 떠들어보고 설득해 봐도 통하지 않아요. 약속시간이 지나면 출발하겠다 엄포 아닌 엄포를 늘어놓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쉽게 됩니까? 그러다 단속돼 5만원의 과태료를 받는다면 지입제로 하루 벌어먹고 사는 우리들 입장에선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어요. 매일 같이 벌어지는 진땀나는 풍경이지요.”
렌터카의 단속도 예외는 없다.
“나는 호텔 지하 주차장에 정상적으로 파킹을 했는데, 어떻게 과태료가 부과되었는지 이해가 안 가요”라는 전화를 받았다.
사연인즉, 분양형인 경우 6실당 1면의 주차장만 있으면 건축허가가 나오는데, 300실 규모가 정상 가동될 경우 전세버스 이용수단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개별 관광객이 타고 온 100여 대의 렌터카는 주차할 공간이 없게 된다. 일찍 투숙한 손님은 정상적으로 주차장에 세웠겠지만, 호텔 측에서 회전을 이유로 돌리고 돌리다 결국 호텔 밖에 세웠다가 단속된 억울한 사례이다.
칼럼 마지막 편에 교통(주차) 정책에 대한 진단과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겠지만, 도내에 등록된 자동차가 48만 대를 육박하면서 심각성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이야기다. 인구 1인당 0.50대, 1세대당 1.22대로 전국 최고의 보급률 보이고 있으며, 특히 승용차에 의존한 교통수단 분담률이 43.5%로 매우 크고, 개별관광객의 대표적 운송형태인 2만 8천대의 렌터카가 이 조그만 섬에서 뒤엉키면서 일어나는 비화는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비단, 이 문제는 제주뿐만이 아니라 주정차 단속과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으면서 급기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과태료 면제 의견진술 투명화 방안’을 권고안으로 전국 지자체에 내려 보냈다.
이에 따라 과태료에 이의가 있는 경우 관할 법원으로부터 불복 제기 이전에 의견진술기회를 제공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의견진술심의회에서 가부 심의로 구제하자는 취지이다.
심의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5인 이내로 구성되어 서류심의와 필요시 현장심의도 병행하고 있으며, 전적으로 위원 한 분 한 분에게 재량이 주어졌으나 엄격하고도 공정한 심사를 위해 자체 면제처리 기준에 부합한 경우에만 ‘면제처리’를 적용하고 있다.
심의회가 정한 면제 기준을 살펴보면 수사와 범죄 목적의 차량, 군 작전 차량, 화재·수해·재해의 응급복구, 전기·수도·통신 등의 도로공사 차량, 긴급 우편배달 차량, 긴급 현금 수송차량, 긴급 취재차량, 훈련차량, 응급환자 수송 차량, 선거 유세차량 등이다.
그 외에도 택배, 이삿짐 등 생계형 차량, 교통사고와 고장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차량, 환자 보행이 불가피한 환자수송 차량과 더불어 장애인이 탑승된 사회적 약자차량 등이 제시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공통적인 기준만 적시되어 있을 뿐,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는 일일이 적시될 수 없어 건건의 사안을 심의에 부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령, 침대 가게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도심에 위치한 곳에 배달을 갔을 때, 유예시간(10분) 내에 현실적으로 물건을 내릴 수가 있는지, 침대의 무게까지도 염두해 두면서 심의를 벌인다.
또한, 횟집에 설치된 수족관에 물갈이가 불가피한 화물차가 그 물갈이에 소요되는 현실적인 시간도 고려하여 가부결정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1회 ‘면제 결정’이 내려졌다고, 다시는 단속되지 않으려는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고 이를 악용할 경우에는 여과 없이 ‘부과 처분’을 내리고 있다.
다만, 과태료를 자진 납부할 경우 20%가 감경되지만 이의신청을 제기하여 심의회에서 ‘부과 결정’이 내려질 경우 감경혜택은 없어지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맹목적인 단속만 능사인가?”라는 민원에 대해 솔직히 한 달 내내 단속 1건도 없어도 좋으니 단속 제로화가 되었으면 한다.
단속 요구 민원이 빗발치는 곳을 우선적으로 고정식 카메라를 설치하고, 황색노면 표지와 단속표지판 외에도 구간 구간마다 단속 안내 현수막을 내걸어 최대한 운전자들이 단속되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다. 시내 곳곳이 이 나부끼는 단속 안내 현수막으로 인해 보기에도 흉하지만, 어떻게든 한 사람의 운전자라도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하려는 일종의 몸부림으로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다음 편에는 유명관광지마다 주정차 문제로 골머리를 않고 있는 ‘신음하는 유명관광지’편을 게재하여 공유해 보고자 한다.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강문상 필자는...강문상 필자는 현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공직업무는 서귀포시 주차지도담당 직책을 맡고 있다. 이 글은 필자가 공직 현장에서 주정차 업무 등 교통민원을 접하면서 느끼는 소회로, 주정차 문제 등에 대하여 앞으로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제주도의 주정차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의 저서로는 <그 섬은 말모래기>(2008. 남도), <공무원의 혼>(2013. 남도), <기가 막히게 좋은 인생(공저, 2009. 엠아이지), <이렇게 좋은 날도 있어야지 Ⅰ·Ⅱ>(공저, 2010~20113. 엠아이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