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사라진 방어유적...'주먹구구식' 복원 부작용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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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사라진 방어유적...'주먹구구식' 복원 부작용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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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봉수-환해장성 실태조사, 원형 훼손사례 부지기수
잡목 우거지고 진입로 사라져...문화재 지정조차 외면

옛 제주인의 생활상을 담긴 방어유적 연대, 봉수, 환해장성 등의 원형이 크게 훼손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형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고증이 없이 '주먹구구식' 복원이 이뤄짐에 따른 부작용이다.

제주시는 지난 22일 제주시 열린정보센터 1층 회의실에서 '연대.봉수 및 환해장성 정비 활용계획 수립' 용역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재단법인 제주문화유산연구원에 의뢰해 추진된 이 용역은 제주도의 관방시설로 제주도지정 기념물 제23호 및 제49호로 지정된 연대와 환해장성,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봉수의, 실태조사를 통해 보존과 정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지난달 24일 열린 2차 중간보고회에서 얻은 전문가 자문결과를 반영, 문화재로 지정된 연대와 환해장성이 현재까지 보수.복원된 현황자료(도면, 공사 전.후 사진, 항공사진)를 추적하고, 원형고증 및 훼손상황 점검이 이뤄졌다.

잡목으로 우거져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함덕연대.<헤드라인제주>

현존하는 제주도의 연대와 봉수는 1894년 근대적인 전화통신의 등장으로 인해 봉수제가 폐지된 후에 100여년동안 적잖은 훼손과 변형이 진행된 후에 남아있는 잔존물이다.

고려말부터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해안선에 집중배치된 연대.봉수는 약 500여년간 제주땅을 지켜옴은 물론 당시 제주인들의 생활상이 반영돼 있어 뛰어난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조사결과 연대, 봉수, 환해장성 등은 조사나 역사적 고증 없이 복원사업을 벌이는 통에 원형이 훼손되는 경우가 상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 잡목 우거진 연대...형태조차 알아보기 어려워

1970년대부터 복원사업이 진행돼 2000년대에 집중적인 복원이 이뤄진 연대는 원형에 대한 조사없이 복원이 진행되다보나 복원전 도면 등 관련 기초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왜포연대의 경우 진입로가 사라져 있었고, 지정문화재인 함덕연대의 경우 잡목이 우거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우지연대, 배령연대는 원형에서 위치가 이동해 있었다.

또 연대의 특성상 해안에 인접해 있어 해안도로 개설로 인해 버젓이 노출돼 있음에도 별다른 보호시설조차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연대는 보존과 관리의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 새로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진입로가 사라져 있는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왜포연대.<헤드라인제주>

# 전망대-레이더기지-경비대시설 잠식된 봉수...훼손 심각

봉수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문화재 지정사례가 아예 없었던 것.

만조봉수에는 전망대가, 당산봉수에는 레이더기지가, 수산봉수에는 경비대 시설이 설치되면서 원형이 파괴돼 있었다 고내봉수는 오름탐방로로 인해 훼손된 상태였다.

봉수는 대부분 오름 정상부에 위치해 있어 잡목이나 풀로 인해 형태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연구진은 봉수의 문화재지정이나 향토문화유산으로의 보존대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정비후 안내판 설치를 통해 오름에 대한 이해와 역사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전망대가 설치돼 있는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만조봉수.<헤드라인제주>
오름탐방로로 인해 원형이 사라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봉수.<헤드라인제주>

#해안도로-양어장 증축에 몸살...환해장성 보호대책 시급

해안가를 둘러싼 환해장성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동, 별도, 북촌 환해장성은 고증 없이 복원사업을 벌여 이미 원형이 훼손돼 있었다.

특히 해안선에 위치한 환해장성은 훼손이 심각해 보호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재 등으로 지정되지 못한 환해장성은 해안도로, 양어장 증축, 건축행위 등으로 인해 훼손된 경우가 빈번해 이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나마 고내, 평대 환해장성은 비교적 잘남아 있어 지금이라도 문화재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포함됐다.

추가적인 문화재 지정이 요구되는 고내 환해장성. <헤드라인제주>

#"복원된 방어유적, 문화체험 프로그램 활용 가능"

연구진은 "연대의 복원은 발굴조사 없이 진행돼 왜곡되고 있는 현실이므로 차후 복원계획 수립시 발굴조사와 병행해 연대와 주변 시설물을 함께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봉수에 대해서는 "원형이 보존된 곳을 지정해 발굴조사를 통해 원형보존 하도록 하고, 사유지로 방치되거나 원형이 사라진 곳의 봉수는 고증을 통해 원형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복원되지 않는 환해장성은 훼손구간에 대한 부분적 복원이 필요하고, 환해장성이 해안과 인접해 있어 훼손이 가속화되는 추세로, 이에 대한 보존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복원된 시설은 주민들을 위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활용방안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소규모 봉수 연대쌓기 체험 △역사순례 및 점화체험 △마을 죽체행사시 연대 및 봉수점화행사 실시 △도단위 혹은 지역단위 체육대회시 점화 실시 △지역문화제 연계 △올레코스와 연계된 트레킹 △거화행사 주최계획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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