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들인 '문화거리'...불만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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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 들인 '문화거리'...불만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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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2동 '문화예술 거리' 상권 불만 여전 "문화라 할만한게 있나"
제주시 "장기적으로 봐달라, 효과 날것"...빈점포 올해부터 임차

'문화예술의 거리'라는 타이틀로 야심차게 시작된 제주시 삼도2동 원도심 재생사업.

시들어 가던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 꺼내든 '핵심카드'였지만, 사업이 시행된지 3년째 되는 현재까지 주민들은 실망스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억원을 들였다고는 하는데, 보도블록이 깔린 것 외에는 정작 달라진 것이 없다게 주민들의 불만이다. 빈 건물은 여전히 비어있었고, 오가는 사람이 없어 휑한 거리는 여전히 휑했다.

제주대학교 병원이 아라동으로 이전하면서 상권이 시들어 간 삼도2동은 최근 발표된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전력 연구'에서 일도1동, 용담1동과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도 안았다.

실제로 6일 찾아간 '문화예술의 거리'는 막 사업을 시작하려던 3년전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이날 오후 약 1시간여 동안 거리를 오간 행인은 20명 남짓으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한적한 삼도2동 옛 제주대병원 거리. <헤드라인제주>

# '제주의 인사동' 목표...도로 블록 포장-야외전시장 조성

'문화예술의 거리'는 제주대병원이 이전 후 장사가 되지 않아 수년째 비어있는 점포를 건물주와의 협의하에 문화예술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해 준다는 계획으로 시작됐다.

빈 건물 등은 문화예술 창작, 체험, 전시공간과 공예공방, 전통음식문화 등의 공간으로 만들어 탕건, 망건, 갓일 등을 재현해 지역방문객과 관광객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걷고 싶은 거리와 친수공간, 소규모 야외공연 공간 등을 만들어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궁극적인 목표는 삼도2동을 '제주의 인사동'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8억3300만원을 들여 도로 블록 포장을 하고, 옛 현대극장 인근에 '야외전시장'을 조성했다. '한짓골' 지역 공터에는 나무를 식재하는 등 소공원을 만들었다.

삼도2동 주민센터 근처의 비어있던 외벽에는 지역 작가가 그린 벽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예술의 거리에 그려진 벽화. <헤드라인제주>
한적한 삼도2동 옛 제주대병원 거리. 비어있던 병원 건물에 '창업보육센터'가 들어섰지만, 센터를 오가는 이들은 드물었다. <헤드라인제주>

# 지역상권 불만 여전..."문화예술이라 할만한 게 있나?"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눈에 보이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단박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 동네에서 장사를 한지 20년째라는 A씨는 "문화예술의 거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까지 바뀐 것은 블록이 깔린 것 밖에 없다"며 "거리를 보면 문화예술이라고 할만한 건덕지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함께 자리하고 있던 B씨도 "상권이 워낙 죽으니까 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더 안좋아지고 있다"며 "제주대병원 건물이 비어있을때도, 이번에 문화거리를 만들 때도, 기다리라고만 한다. 마냥 기다리다가 빚만 늘어나 쫓겨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옛 제주대병원 건물에 창업지원센터가 들어섰지만, 오가는 사람들은 거기서 거기"라며 "오히려 블록이 깔리니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시끄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C씨도 "문화예술의 거리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동안에 오히려 손님이 줄었다"며 "유일하게 바라던게 제주대병원 건물 활용이었는데, 창업센터가 들어서도 여전히 사람이 없더라"고 말했다.

그는 삼도2동 동사무소 인근 외벽에 그려진 벽화를 지칭하며 "벽에 그림을 그린다고 예술의 거리가 되는 것은 아닌것 같다"며 퉁명스레 답했다.

# 제주시 "길게 보고 가는 사업...올해부터 다를 것"

지역주민들의 불만에 제주시는 판단을 유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까지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하드웨어' 구축 단계였고, 올해부터 '소프트웨어'를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제주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옛 제주대병원 거리만 개선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데, 이 사업은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문화예술의 거점 조성사업'으로 삼도2동 일대에 대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2년 안에 해결을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고 시작된 사업이다"라며 "지금까지 기반을 구축하는데 힘을 썼다면, 이제부터 '소프트웨어' 측면을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는 올해 기반시설 사업비 1억5000만원, 임차료 1500만원, 거리축제 개최에 4200만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비어있는 건물에 예술인들을 모집하는 사업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09년부터 비어있는 점포를 알아보니 13곳이 있더라. 이중 10곳은 임대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올해부터 작가들이 입주하면 건물주들도 숨통이 트이고, 작가들도 입주하면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예술가들도 문의를 많이 하고, 거주하겠다는 사람들도 많다"며 "당장에 효과가 보이지 않아도 올해부터는 달라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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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필 2014-02-08 16:17:52 | 222.***.***.6
박 기자가 발로 뛰기 시작했군요.
날카로운 기사 기대만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