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년제' 오름에, '숲길' 뚫고 트레킹코스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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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년제' 오름에, '숲길' 뚫고 트레킹코스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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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행정감사...'다랑쉬 오름' 임도 건설 자연훼손 논란
김승하 의원 "복원된 숲 다시 해쳐...이건 범죄행위" 맹공

세계자연유산인 제주의 오름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임도(林道) 건설을 명분으로 해 길을 뚫은 후 이를 다시 '트레킹코스'로 포장하며 홍보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제주시 동부지역을 대표하는 오름인 '다랑쉬 오름'의 임도 개설.

특히 제주시가 사업의 당위성을 위해 이를 '트레킹 코스 조성' 정도로 포장시켰다는 점은 앞으로 논란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임도가 건설되면서 생채기가 난 제주시 구좌읍 소재 다랑쉬 오름. <헤드라인제주>
다랑쉬 오름에 조성된 임도. <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김승하 의원(새누리당)은 15일 제주시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며, "멀쩡한 산림을 훼손해 임도를 설치하는 것이 올바른 산림정책인가"라고 질책했다.

제주시는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사업비 2억3000만원을 투입해 일명 '다랑쉬 오름'으로 불리는 월랑봉에 임도 2.5km를 조성했다.

해당 구간은 지난 1985년 산불방지를 위해 방화선을 구축했던 장소로, 세화리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임도가 건설됐다.

그러나, 방화선이 구축됐던 이 구간은 최근에 이르러서는 대부분 숲으로 복원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바닥을 다지고 석축을 쌓는 등의 작업으로 숲을 훼손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숲길의 양 옆으로는 수령 30년 내외의 삼나무와 편백림이 식재돼 있다. 방화선을 구축할 당시 식재됐던 나무들이 어느덧 수풀을 조성하고 있던 길이다.

김 의원은 "오름을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오름이 훼손되고 있어 '휴식년제'를 시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복원이 다 된 숲을 다시 훼손하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다랑쉬 오름은 4.3의 아픈 역사를 묻고 있는 제주의 대표적인 오름인데 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는가"라며 "이 같은 행위는 범죄 행위나 다름 없다"고 강도높게 질타했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다랑쉬오름을 먼 거리에서 보면 임도가 개설된 부분의 생채기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더 큰 문제는 제주시가 임도 건설의 당위성을 레포츠 수요의 충족 정도로 포장했다는 부분이다.

김승하 의원. <헤드라인제주>
제주시는 임도사업을 계획하면서 "임도를 이용한 여가.휴양.레포츠 등 산림휴양 및 자연체험 장소로서 시민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 "임도의 적극적 확충으로 산림경영 기반시설의 확보를 위해 임도를 조성한다"고 목적을 설명했다.

사업이 완료된 직후에도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트레킹 및 산림치유 등 산림휴양.체험 장소에 안성 맞춤인 '숲속의 녹색임도'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레킹을 위해 도로를 내고 석축을 쌓는 등의 시공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차준호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은 "산림경영 확보와 산불예방 등을 시설하기 위해 임도를 냈다"며 앞으로 임도를 개설할 때 훼손이 최소화되도록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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