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줄인다더니..." 비싼돈 들여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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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줄인다더니..." 비싼돈 들여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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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GV앞 훼손된 차선규제봉 '철거'...계획없이 '오락가락'
도로사정 고려 안한 교통행정...뒤늦게 "의견 수렴하겠다"

불법유턴 등으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제주시 이도2동 CGV극장 앞 도로. 제주시는 지난해 5월께 이 도로의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로개선사업을 벌였다.

1억8500여만원이 투입된 사업을 통해 횡단보도 1개소가 이설되고 교통섬 1개소가 마련됐다. 특히 차선을 침범하는 차량을 방지하기 위한 차선규제봉 80여기가 함께 설치됐다.

그러나,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은 결국 한해를 넘기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제주시가 최근 중앙선침범 반대차로를 돌진하는 차량들로 인해 중앙분리대 규제봉이 파손됨에 따라 설치된 규제봉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밝힘에 따른 것이다.

제주CGV극장 앞 도로의 차선규제봉 일부가 훼손되고 휘어졌다. <헤드라인제주>

# 운전자 위협한 차선규제봉 "심었다가...뽑았다가..."

해당 시설물은 설치된 직후부터 문제를 일으켜 왔다. 교통섬과 차선규제봉이 완공된 시기는 지난해 12월께였는데, 제 자리를 지켜야 할 규제봉들은 올해초부터 하나둘 행방을 감추기 시작했다.

그나마 남아있던 규제봉은 심하게 휘어져 운전자들을 위협했다. 한 시민은 "차를 운전하다가 도로쪽으로 휘어져 있는 안전봉을 발견하고, 이를 피하려 핸들을 급히 꺾다가 사고가 날 뻔 했다"며 아찔한 순간을 전하기도 했다.

규제봉이 훼손된 이유는 차량과의 충돌 때문이었다. 워낙 U턴이 빈번하게 이뤄지던 곳이다보니 운전자들이 버릇처럼 차량핸들을 꺾으면서 규제봉과 충돌한 것이다.

왕복 6차선의 넓은 도로가 차량의 속도를 부추겼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특히 도로가 넓직해 야간에는 도로 정중앙의 차선규제봉과 가로등의 거리가 멀어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반년동안 훼손된 규제봉을 뽑았다 다시 심기를 반복한 것만 5차례.

각 도로의 사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면서 불거진 문제였다.

# 한참 지나서야 "규제봉 철거 불가피"

<헤드라인제주>는 지난 2월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해당 업무를 맡은 제주시와 도로교통공단간의 '업무 떠넘기기'를 지적했다. (관련기사 <비싼 돈 들여 설치하고, 파손되자 "난 몰라">)

당시 제주시 관계자는 "교통사고 잦은 곳은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이 지정하는 것이라 임의로 바꿀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며 "개선안도 공단측에서 제시해야 한다"고 발뺌했다.

반면 도로교통공단측은 "공단은 자문기관으로써 기본안을 낸 것일뿐 전반적인 공사나 설치 부분은 제주시에서 감독하고 있다"며 "제주시의 의지만 있다면 개선할 수 있다"고 맞섰다.

결국 문제가 발생하고 석 달을 훌쩍 넘긴 시점에서야 제주시로부터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확실한 계획을 갖춘 것이 아니라 문제가 해결되기 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 관계자는 "규제봉이 훼손됨에 따라 야간 운행시 중앙차선에 혼란이 예상돼 일괄 철거 조치가 불가피했다"며 "시민들로부터 봉을 철거한 자리에 조경을 해 불법유턴도 방지하고 도시경관도 아름답게 했으면 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선규제봉에 대해 도로교통공단과 경찰과 협의하고 시민제안 사항에 따른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CGV극장 앞 도로의 사라진 차선규제봉.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CGV극장 앞 도로의 사라진 차선규제봉.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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