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어업 소득이 좋아? 헛소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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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행정'..."어업 소득이 좋아? 헛소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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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 경영실적 '맑음' 결과에 어업인 "모르는 소리" 분통
전화로 조사한 어업인 소득..."실상을 보지 않느냐" 지적

지난해 제주시 관내 수산업경영인에 대한 어업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경영상황이 비교적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어업소득이 1억3900여만원으로 파악된 것.

그런데, 대부분의 어업인들은 제주시의 이 같은 발표가 어리둥절하다. 피부에 와닿는 경영사정은 여전히 개운치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제주시가 수산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사업기반 조성금 및 경영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관내 수산업경영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 2008년까지 수산업경영인으로 선정된 261명 중 응답한 선도우수경영인 4명, 전업경영인 59명, 어업인후계자 155명 등의 소득상황, 어업기반시설 유무 등을 전화통화를 이용해 파악했다.

결과에 따르면 2010년 한해 동안 수산업경영인 1인당 평균 어업소득은 1억3900만원이다. 이는 1억2200만원이었던 전년도 소득에 비해 1700만원이 늘어난 수치다.

수산업경영인 분류별로 선도우수경영인의 소득은 3억700만원, 전업경영인은 1억8400만원, 어업인후계자는 1억17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는 이같이 어업경영이 호조를 보인 이유로 조기, 넙치 등 수산물 가격이 높게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일선현장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결과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벌이가 좋지 않아 감척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는 상황인데 어업경영 실적이 '맑다'는 것은 쉬이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제주시에서 어선을 운항하고 있는 강모씨(51)는 기름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이상기후 때문인지 어획량이 들쑥날쑥해 출어를 해야하는지도 고민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강씨는 "기름값에 부식비에, 기계고장에 들어가는 돈은 빠듯한데 고기는 얼마나 잡힐지 모르고 있다"며 "한번 나갔다 오는게 돈이라 출어를 해야할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강씨의 경우 지난해 총 소득으로 2억9000만원을 신고했다. 그러나 이 중 인부에게 50% 떼어주고, 유류비와 미끼, 상자, 얼음, 부식비, 선체보험 및 선원보험 등 보험비를 제외하니 남는 것이 없었다.

그는 "또 어선을 타는 사람들이 없어 웃돈을 주면서까지 선원을 모집하는데, 선금을 주면 달아나는 등 배를 모는 사람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수산업 경영이 좋다는 것은 자료만으로 판단하고 어민들의 실상을 보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헛소리"라고 격분했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이번 어업소득 실적은 '수산업경영인'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시에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대상자라는 것이다.

제주시는 수산업경영인 지원사업에 따라 선도경영인에게는 1억원, 전업경영인에게는 7000만원, 어업인후계자에게는 5000만원의 저리 융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함께 수산업경영인의 범주에는 어선뿐만 아니라 양식업자까지 포함됐기 때문에 소득이 높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산업 종사자에게 5000만원 정도는 큰 지원액수가 아니다. 굳이 '수산업경영인' 범주에 포함돼 5000만원 정도의 융자를 지원받는다 한들 일반 어민들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또 조사대상자 261명중 양식업자는 30명에 그쳐 양식업자까지 포함돼 소득이 높게 나타났다는 해명도 마뜩치 못한 실정이다.

문서상으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수산업 경영. 그러나 정작 어민들은 여전히 경영난을 겪고있는 상황에서, 전화로만 어민들의 소득을 조사한 '탁상행정'에 대해 비난이 일고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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