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보류, 보류, 부결"...8년 준비한 '곶자왈 조례' 결국 무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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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보류, 보류, 부결"...8년 준비한 '곶자왈 조례' 결국 무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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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상임위서 부결된 곶자왈 보전.관리조례, 이유는
곶자왈 정의.기준 상위법 위반 논란...매수청구권 왜 축소?
'관리.원형훼손지역' 곶자왈은 개발 허용?...환경단체도 '외면'

제주 곶자왈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조례 전부개정안이 8년 만에 마련됐으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많은 논란 끝에 부결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환경단체는 물론 도의회로부터도 '퇴짜'를 맞으면서, 곶자왈 보전.관리 조례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제424회 임시회 회기 중인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27일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 개정안'에 대해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즉, '부결' 처리한 것이다.

송창권 위원장은 "(상임위 심사에서는) 제주특별법에 따른 위임 범위와 관련한 문제, 곶자왈 토지 매수 청구권의 법률적 근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라며 "이 결과 도민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공감대 형성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이 개정 조례안은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7일 열린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 ⓒ헤드라인제주
27일 열린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 ⓒ헤드라인제주

이번 조례안의 도의회 부결은 예견된 것이었다. 이 조례안에 대해 환경단체에서 문제가 많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데다, 도의회 환도위에서 지난 해 6월과 9월 임시회에 상정됐으나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면서 두 번 연속 '보류'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회기에서는 새로운 수정안이 아니라 기존 제주도정에서 제출한 안을 그대로 상정하면서 원안 통과는 애시당초 어려운 상황이었다. 도의회에서 전면적 손질을 통해 수정 의결을 하든지, '대안'을 상정해 통과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환도위는 최종적으로 '부결'을 선택했다.

제주도정으로 하여금 조례안을 다시 마련해 제출하라는 의미다.

앞서 이번 곶자왈 보전조례 전부 개정안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015년 8월 '제주 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방안 수립' 용역이 착수된 후 8년 만에 입안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제주 곶자왈은 2003년 지하수자원보전지구 2등급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으나, 그동안 골프장을 비롯해 제주영어교육도시 및 신화역사공원 조성 등 대규모 관광개발에 노출되면서 훼손 논란이 이어져 왔다. 

2014년 '곶자왈 보전 관리 조례'가 제정되고, 2019년 제주특별법에 '곶자왈' 규정이 명문화됐으나, 어디까지 곶자왈로 볼 것인가 하는 경계기준은 마련되지 않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곶자왈에 대한 정의 재설정을 비롯해 △보호지역·관리지역·원형훼손지역 구분 △곶자왈 보호지역등의 지정 △소유별 곶자왈의 보전·관리 △지원사업, 토지의 매수 청구 및 특별회계의 설치 △곶자왈 자연휴식지 지정·관리 △생태계서비스지불제계약 체결에 관한 사항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의 핵심적 내용에서 논란은 컸다. 

◇ "곶자왈 정의.지정기준, 제주특별법 위임 범위 넘어선 것"

도의회 심사과정에서는 우선 곶자왈 정의나 지정 기준 등이 제주특별법에 위임된 범위를 넘어서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특별법 354조(곶자왈 보전)에서는 곶자왈의 정의를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조례에서는 이 내용에 더해 "곶자왈의 생성기원에 근거한 화산분화구에서 발원하여 연장성을 가진 암괴우세용암류와 이를 포함한 동일기원의 용암류 지역"이라는 내용을 추가하고 있다. 

상위법과 곶자왈 정의가 일치하지 않으면서 해석의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추가된 부분의 곶자왈 개념은 고도의 전문적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내용이어서, 보전 주체인 도민들에게 오히려 더 혼란만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제주도는 법제처에 질의해 회신을 받고 수정해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도의회에서는 여전히 의문을 표했다.

◇ 곶자왈 매수청구권 논란...'매수신청권'으로 변경?...왜 보호지역만?

'곶자왈 매수청구권' 조항도 쟁점이 됐다. 매수청구권은 곶자왈을 소유한 도민들의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신설된 조항인데, 도의회 심사과정에서 제주도정은 '매수신청권'으로 변경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키웠다.

도의회에 제출한 내용은 '매수청구권', 실질적으로는 '신청권'으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에서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도의회 일각 및 환경단체에서는 매수청구권의 대상을 보호지역 내 토지소유자로 한정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조례에서 곶자왈을 보호지역과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구분하고, 이 중 보호지역으로 한정할 경우 나머지 구역 곶자왈 소유자인 주민의 권리(재산권 행사)는 제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곶자왈 유형 구분도 논란...관리.원형훼손지역' 곶자왈은 개발 허용?

곶자왈 지역의 유형 구분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더욱 컸다. 환경단체가 이번 곶자왈 조례를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
조례에서는 곶자왈 지역을 △보호지역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 등 3개 유형으로 구분해 정의하고 있다. 각각의 설명을 보면, '보호지역'은 "곶자왈 중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지역"으로 명시했다. '관리지역'은 "곶자왈 중 보호지역에 준하는 지역으로서 앞으로 보전의 가치가 있는 지역", '원형훼손지역'은 "곶자왈 중 경작, 개발 등 인위적인 행위가 이루어진 지역"이라고 정의했다.

이 내용만 보면, '보호지역'은 말 그대로 보호해야 할 지역으로 해석되나,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은 곶자왈로서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굳이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읽힌다. 즉, 곶자왈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무분별한 개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 구분이 적용되면, 실제적으로 보전이 이뤄지는 곶자왈 면적은 전체의 3분의1 수준으로 확 줄어드는 문제도 제기된다.

제주도의 곶자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곶자왈 면적은 최종 95.1㎢로 제시됐다. 이는 제주도 면적의 5.1%에 해당하는 규모다. 당초에는 106㎢로 제시됐으나, 의견수렴 등을 거쳐 10.9㎢ 줄었다.

곶자왈 면적 중 사유지는 76.5%에 달하는 72.8㎢에 이른다. 또 유형별로 보면, 보호지역은 35.5%인 33.7㎢(사유지 65.4%), 관리지역은 31.2%인 29.6㎢(사유지 79.7%), 원형훼손지역은 33.3%인 31.7㎢(85.4%)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새로운 정책이 적용되면, 사실상 보호지역으로 설정되는 35% 면적만 원형 보전 대상이 되는 셈이다. 
 
환경단체에서 이번 조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곶자왈 유형구분이 사실상 곶자왈 지역 내에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주는 조례라며, 개정 작업의 중단을 요구했다.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은 "곶자왈 지키지 못하는 곶자왈 보전 조례는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곶자왈 유형에서 관리지역은 ‘곶자왈 중 보호지역에 준하는 지역으로서 앞으로 보전의 가치가 있는 지역’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역으로 관리지역을 현재 보전가치가 떨어지거나 없는 곶자왈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형훼손지역은 ‘곶자왈 중 경작, 개발 등 인위적인 행위가 이루어진 지역’이라 정의하고 있어, 원형훼손지역을 더 이상 곶자왈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곳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사랑·민중사랑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도 27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은 곶자왈의 다양한 가치를 보호 관리하기 위한 기능을 할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며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곶자왈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기 위한 조례임에도 환경단체로부터도 외면받은 이번 조례는 결국 무산됐다. 원점에서 검토와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제주도정이 환경단체와 도의회에서 지적한 쟁점 사항에 대해 전향적으로 수용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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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 2024-02-27 21:46:43 | 211.***.***.200
부결 당연한 것이다
새로 만들어라
원형 훼손지역 관리지역 하면서 개발 유도하지 말고 곶자왈은 철저히 보전해라
사유지는매입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