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국비 확보 '자화자찬' 홍보...실패한 부분은 슬쩍 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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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국비 확보 '자화자찬' 홍보...실패한 부분은 슬쩍 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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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행정 통했다"는 제주도 성적표, 제대로 성과 낸 것 맞나?
道 "214억 추가"...송재호 "176억", 김한규 "46억", 위성곤 "764억"
확보 실패 예산은 '침묵'...국립국가폭력 트라우마센터 결국 불발
생활필수품 해상운송비 지원, 감염병전문병원 등도 미확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새해 정부예산안이 통과하자 제주특별자치도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일제히 국비 추가 반영 결과에 대한 홍보성 보도자료를 내놨다. 모두 '자화자찬' 일색이다.

물론 정부가 편성한 당초 예산안의 제주도 예산이 상당부분 미흡했기에,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추가 확보한 올해 성과는 높이 평가할 부분인 것은 맞다. 국비 확보 성적표는 제주도정의 국비 확보를 위한 중앙절충력,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들의 노력 정도를 평가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중요한 점은 내용과 '질(質)'이다. 그렇다면, 이번 국회 단계의 예산 추가 확보 정도는 어떤 평가를 나올 수 있을까. 정말 제대로 성과를 내기는 한 것일까.

◇ 국회 예산심의 과정 '213억' 추가 확보...증액 사업들은?

제주특별자치도 발표 자료를 보면, 국회를 통과한 확정된 정부 예산에서 제주도 사업비는 최종 1조8583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당초 정부 편성단계에서는 1조8370억원이었으나, 국회 단계에서 12개 사업 213억원, 국가사업 1건 2억원 등 총 13건에 215억원을 추가하면서 1.2%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 부분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국회 단계에서 총 9건에 436억원이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 중 2건 310억원은 국가 추진사업(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RIS) 사업, 어촌활력기반 구축사업)이다. 국가추진사업을 제외한 순수 추가 확보액은 126억원인 셈이다. 2022년도에도 지역사업 국비 추가 확보액은 126억원으로 비슷했다.

지역 사업 기준으로 보면 내년 국비 확보액은 올해보다 5건 87억원 증가한 것이다. 규모면에서 보면 두드러진 성과가 나타난 것은 분명하다. 

국비가 추가로 반영된 사업들을 보면, 의미있는 부분도 많다. 

이번 국비확보로 △서귀포 추모공원 자연장지 확장사업(11억 9000만원) △장애인 거주시설 확충사업(17억5000만 원) △법화사 전통문화 체험관 건립(3억 원) △제주 관음사 불교역사문화교육관 건립(5억 원) 등은 내년에 처음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게 됐다. 45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1년째 공사 대기 상태에 있는 탑동로 배수암거 정비사업은 생색내기 수준이기는 하나 일단 5억원이 배정됐다. 나머지 40억원은 지방비에서 긴급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종전에 계속 진행해 오던 사업 중에서는 △제주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81억 2000만원) △제주4․3평화공원 활성화 사업(34억 6000만원) △소규모처리장 통합원격관리 체계구축(30억 5000만원) △제주 스마트 공동물류센터 조성(4억 4000만원) △말산업 육성지원(14억 4000만원) △국가유산광역 활용기반구축(6억 원)이 국회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반영됐다. 사업을 중단없이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중 제주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은 하수처리시설을 중단 없이 운영하면서 단계별(8단계) 시공해야 하는 고난도의 공사로 당초 정부안에 164억 원만 반영돼 정상적 추진을 장담할 수 없었으나, 추가 증액으로 계획기간 내 준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제주도정 "발품행정 통했다"...국회의원 3명 "국비 추가 확보"

이 결과에 대해 제주도정은 물론 지역 국회의원들도 앞다퉈 대대적 성과 홍보를 했다. 

제주도정은 "발품행정 통했다. 국비 13개 사업 215억 원 추가 확보"라는 타이틀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성과는 도 전 직원과 도의회, 지역 국회의원들이 긴밀히 공조하며 국비 반영을 위해 전력투구한 결과”라고 평했다.

또 "정부 긴축재정 기조 속에 수 차례 국회를 방문해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양당 간사 등 여‧야 핵심인사와 함께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등 관계자를 만나 국비 증액 필요성과 현안 해결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제주도-도의회 공동 국비확보단도 양당 주요 당직자들에게 지역 현안사업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비 확보를 위한 초당적인 지원을 요청한 점도 이번 성과의 요인으로 꼽았다.

제주도와 지역 국회의원 3명이 내놓은 내년 국비 추가 확보 결과 관련 보도자료 타이틀. 
제주도와 지역 국회의원 3명이 내놓은 내년 국비 추가 확보 결과 관련 보도자료 타이틀. 

지역 국회의원에서는 지역구 사업을 중심으로 해 예산 확보 성과를 자료를 내놨다. 성과 규모는 송재호 의원(제주시 갑)은 176억원, 김한규 의원(제주시 을)은 46억원,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은 764억원으로 제시했다. 

송재호 의원은 "제주에 필요한 주요 현안.사업 예산을 추가로 반영하여 국비 176.74 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면서 "이는 저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 제주도청-도의회와의 긴밀한 협력, 타 의원실과 소통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김한규 의원은 "제주 지역 물류비 경감과 사회적 약자 지원에 집중했다“면서 ”장애인거주시설 확충 등 정부 편성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공공형 장애인거주시설 확충 사업, 스마트공동물류센터 조성 등의 예산을 전부 반영시켰다"고 평가했다.

위성곤 의원은 "주요 현안 사업 예산을 추가 반영해 국비 764 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면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심사단계에서 무기질비료 가격보조사업 예산 288억원, 시설농가.어업인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예산 114억원을 증액한 점을 강조했다.

◇ 예산확보 실패한 사업들은 왜 슬쩍 덮나?

그러나 제주도정이나 지역 국회의원 모두 그동안 예산 절충의 핵심이던 사업 중 반영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성과 부분만 강조하며, 실패한 부분은 슬쩍 덮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번 예산 절충의 결과를 보면, 아쉬움도 크게 남는다.  제주도와 도의회가 국비확보단을 구성하면서 정부와 국회에 적극 요청했던 22개 사업 중 상당수 사업들이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제주 연안화물 운송안정화 지원사업(요청액 100억원, 신규 사업) △탄소저장형 해조섬 조성 시범사업(16억원)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구축(22억6000만원) △상하모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7억원) △도서지역 생활필수품 해상운송비 지원(계속사업, 2억1000만원) 등이다. 이들 사업들은 내년 예산이 반영되지 못하면서 추진이 어렵게 됐다.

국가사업 부분에서도 2건에 대한 절충이 이뤄졌으나, 제주대학교 직장어린이집 신축(2억 원) 1건만 추가 반영됐다.

제주의 현안인 국립국가폭력 트라우마센터 조성(요청액 10억8000만원)은 반영되지 못했다.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6월 시행되면서 제주트라우마센터의 국가기관 승격 기대감이 컸으나 불발된 것이다.

당초 행안부와 제주도는 국립트라우마센터 승격에 맞춰 내년 국립국가폭력 트라우마센터 제주분원을 설립하기로 하고, 인건비와 운영비로 국비를 요청했다.

이 예산은 국회 행안위 심의에서 의결되면서 기대감이 컸으나, 예결위 최종 심사 단계에서 기획재정부가 국비와 도비 매칭 비율 문제 등을 제기하며 반대하면서 결국 예산 배정에서 제외됐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별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 밖에 남방큰돌고래 생태허브 조성(4억원)을 비롯해 △생태계서비스지불제 확대 시행(8억원) △에너지슈퍼스테이션 구축사업(30억원) △발전소 주변지역 특별지원사업(8억2000만원) △서귀포항 선원복지회관 건립(2억5000만원) 등의 예산도 반영되지 못했다.

제주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던 하도 철새도래지 도시생태축 복원사업(5억6000만원) 예산도 편성되지 않으면서 내년 사업 추진은 어렵게 됐다. 

강정 도시생태축 복원사업(4억2000만원), 다회용기 세척시설 설치사업(24억원), 어린이 상상의숲 조성(15억원), 드론복합인프라 건립(9억원), 해양미세조류 산업화 지원 기술개발(30억원) 등도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 국비 추가 확보 리스트 중 예산 미반영 주요 사업. (자료=제주특별자치도)
내년 국비 추가 확보 리스트 중 예산 미반영 주요 사업. (자료=제주특별자치도)

그러나 제주도는 사업비 반영이 이뤄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예산 반영목록 표를 통해 미반영 사업 리스트 몇개만 살짝 보여줬을 뿐이다.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자화자찬식 홍보에만 급급했다. 

송재호 의원이 국립트라우마세터 예산 불발과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끝까지 치유센터 설립예산에 대한 국비와 도비 매칭비율을 풀지 않은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제주도청 및 행정안전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겠다"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 전부다. 

추가적으로 반영한 예산 규모는 커졌으나, 반드시 반영시켜낼 목표로 잡았던 핵심 사업들에서도 '미반영', 즉 실패가 많았던  '미반영'이 대거 나타난 이번 국비 확보 성적표,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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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2023-12-24 09:23:59 | 175.***.***.190
국회의원은 머리가 그런쪽으로 돌아가서 그렇다해도 도청은 뭐꼬?
그저 우리ㅜ잘했소. 도정 홍보 찬양에 정신 팔려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