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제정 마무리, 수급관리연합회 출범...내년 1월 수급관리센터 설치
'제도 안착화, 시범사업 성패' 관건...농가 적극적 참여 절실..홍보 강화해야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되는 제주농산물 자율적 수급안정제를 본격 시행하기 위한 1단계 가동체계 준비가 완료되면서 이제 수급안정사업은 본격화되고 있다.
감귤과 당근 2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이 시작됐고, 내년 중에는 본 사업 체제로 전환된다. 이제 관심은 시범사업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모아지고 있다.
농산물 수급안정제는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과잉생산과 시장 격리 문제를 해결하고, 그동안 관(官) 주도로 이뤄지던 수급안정 정책을 '생산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됐다. 농산물 생산에서 유통까지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조절 체계를 구축하다는 것이다. 민선 8기 제주도정의 농업분야 제1공약이기도 하다.
민선 8기 도정 출범 후 자율적 수급안정제 도입에 대한 논의 및 준비는 매우 빠르게 진행돼 왔다. 행정과 생산자 대표, 현장 농업인의 오랜 논의 끝에 올해 2월 제주농업 대전환 프로젝트로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 설립 기본계획안'을 수립해 도민 토론회가 열렸다.
기본계획안은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수급조절 체계 구축을 핵심으로 한다.
생산자 중심의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가 자율적 수급조절 체계를 구축하면, 농업관측 및 공공데이터센터가 농산물 생산·유통·수급 조절을 위한 과학적 데이터를 지원하고, 농산물 가격안정제를 통해 품목별 가격위험을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농업인은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는 구조다.
기본계획안이 마련되자 △기본계획(안) 공유를 위한 토론회 △5차례에 걸친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 설립 TF팀 회의 △읍‧면‧동장 대상 설명회 △도-도의회-제주연구원 공동 농업인 대 토론회 △농업인단체장 설명회 등 광범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제도적 준비도 빠르게 이뤄졌다. '제주농산물 자율적 수급안정을 위한 조례안'이 마련돼 제주도의회에 제출됐고, 7월 임시회에서 조례안이 통과되자 8월7일 공표를 통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조례는 제주농산물 안정제를 시행할 수 있는 근거, 그리고 세부적 실행을 위한 수급관리기구 설치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자율적 수급안정제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인 '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 설립 지원을 비롯해 수급관리센터 및 수급관리운영위원회 설치 운영 등에 대한 사항도 명시하고 있다.
이 조례를 근거로 한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가 출범했다. 지난 6월28일 창립총회를 거쳐 7월24일 사단법인으로 등록해 본격적 운영을 시작했다.
연합회에는 사단법인 제주감귤연합회, 사단법인 제주당근연합회, 사단법인 제주월동무연합회, 사단법인 제주양배추연합회, 사단법인 제주브로콜리연합회, 사단법인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 사단법인 전국양파생산협회 제주도지부 등 7개 품목연합회 단체와, 제주고산농협, 대정농협, 애월농협, 구좌농협, 성산일출봉농협 등 5개 품목 농협협의회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초대 회장에는 사단법인 제주월동무연합회 강동만 회장이 선출됐다.
연합회가 설립되면서 '생산자 중심의 관리체계'는 구축된 셈이다. 생산자인 농업인과 품목단체 회원들 스스로가 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생산자 중심의 의사결정을 이끄는 ‘제주농업의 대전환’을 이끌게 됐다. 행정은 지원과 조력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강동만 회장은 "전국 최초로 설립되는 생산자 주도의 농산물 수급조절 기구인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돼 자부심도 크지만 한편으론 어깨도 무겁다"면서 "수급관리연합회 설립 취지를 잘 살려 제주농업인 주체의 수급조절 기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연합회가 출범하면서 단계별 사업준비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자율적 수급안정사업 표준 매뉴얼'이 마련되는 한편, 단계별 사업계획도 마련됐다. 올해는 1단계로 연합회 구성 및 제도적 준비는 모두 마무리됐고, 감귤, 당근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사업 계획을 확정해, 바로 추진에 들어갔다.
◇ 향후 진행될 절차 및 단계별 사업은?
내년부터는 1단계 시범사업 마무리와 함께, 2단계 사업 준비가 연이어 진행된다.
2단계(2024~2025년)에서는 수급관리기구 민간위탁 운영과 농업관측 및 공공데이터센터와 연계한 사업이 추진된다. 수급안정제 확대 우선순위 품목은 일단 감귤과 당근을 기본으로 하며, 2025년쯤에는 월동무, 2026년 이후에는 양배추, 브로콜리, 마늘, 양파 등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와는 별도로, 내년 1월 중에는 감귤출하연합회 사무국을 통합해 출범할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센터'가 설치될 에정이다. 수급관리센터는 △수급관리 실행계획의 수립 및 시행 △품목별 재배면적, 출하정보 및 가격정보 제공 지원 △품목별 수급안정대책의 수립 지원 △수급안정을 위한 가격안정제 지원 △제주농산물의 가공처리 및 마케팅 지원 △품질규격 위반사항에 대한 지도‧단속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또 조합공동사업법인 및 지역농협 등과 협력해 △제주농산물의 품목별, 시기별, 지역별 분산출하 및 통합물류 지원 △주요품목 대체품목 취급 및 출하조절 사업 △제주농산물 매취사업 등도 추진한다.
2026년부터는 3단계로 농수산자조금법에 기반한 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를 기능과 권한이 강화된 통합조직으로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 제주농업 대전환, 새로운 변화의 시작...남은 과제는?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보면, 1단계 사업 준비체계는 사실상 마무리됐고, 이제 관심은 시범사업으로 쏠리고 있다. 제주농업의 대전환이자, 농정 혁신을 위한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으로 평가받는 이 제도의 최대 관건은 시범사업의 성패라 할 수 있다.
첫 시험대에 오른 감귤과 당근의 시범사업이 성공을 거둔다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모델인 자율적 수급안정 제도는 빠르게 안착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시범사업에서 혼선 및 혼란이 가중되거나, 자율적 수급안정제를 시행한 결과로써 가시적 성과 내지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역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를테면 농업인들이 참여를 회피하거나, 종전과 같은 행정 중심의 정책을 요구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시범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농가의 적극적 참여가 절실한 과제로 꼽힌다.
정창헌 제주특별자치도 농업정책팀장은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농가의 참여 확대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근의 경우 현재 생산 농가의 80~90%가 참여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다른 품목들도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와줘야 한다"며 "최소한 품목별로 농가의 70~80% 참여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급관리제의 효과가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농가에 이익이 나타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농가가 많이 참여해야 정책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농가 참여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농가에 수급안정제에 참여했을때 '돈이 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참여도를 높이는데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당근도 지금 정도까지 참여하는데 10여년 걸렸다"면서 "다른 품목들도 당장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참여하지 않는 농가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서는, "만약 농가들이 참여하지 않고, 이로 인해 수급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경우, (미참여 농가에 대한)제재를 검토해야 하는데, 당장 하기에는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참여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하는 방향으로 우선 검토해야 하고, 제주특별법에 수급관리제 미참여 농가에 대한 과태료 조항이 있긴 하지만, 당장 그것보다는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농가에 사전 안내하고, 언제부터 제재할지 결정하고 동의 구하는 절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급안정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수로는 '외부적 상황'을 들었다.
정 팀장은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당근이나 브로콜리 등은 육지 농가와 겹치는 품목들이 있다"면서 "제주에서만 수급조절한다고 가격이 완벽히 조정되지 않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제주에서 통제해도 육지에서 과다 생산되면 전국적으로는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브랜드마케팅이나 품질규격 강화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주 농산물은 다르구나'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품질관리 체계를 개편하는 것도 하나의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의 안착화를 위해서는 지역 농협은 물론 최일선 행정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희현 제주도 정무부지사도 이 사업과 관련한 읍.면.동장 간담회에서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 설립은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조절 체계를 구축하는 전국 최초의 사례로,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농업인의 자율적인 참여와 실천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일선 현장을 책임지는 읍‧면‧동장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읍.면.동에서 농정분야 공약을 이해하고 농업인들과 소통을 강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영준 제주도 친환경농업정책과장은 최근 농협 조합장 워크숍에서 “제주농업의 미래전환을 위한 수급안정제 성공을 위해서는 품목연합회와 더불어 지역농업의 어려움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는 조합장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면서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지역 농협장들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백성익 효돈농협 조합장은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 설립과 운영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제주농산물 자율적 수급안정사업의 안착을 위해서는 품목 대표뿐만 아니라 조합장들의 참여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 발기인과 수급관리운영위원회 조합장들의 참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열 안덕농협 조합장은 “밭작물 분야의 수급안정정책을 우선 추진해 정상궤도에 오르면 감귤분야와 통합하는 단계적 실천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경삼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수급안정제의 본격적 시행에 즈음해,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 운영으로 농산물의 자율적 수급조절을 통한 농산물 가격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농업인과 품목단체 회원 스스로가 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 각종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변화와 혁신으로 제주 미래농업의 기틀을 다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과 취재협조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