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못하는 민원을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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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못하는 민원을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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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대균/ 서귀포시 종합민원실
안대균/ 서귀포시 종합민원실 ⓒ헤드라인제주
안대균/ 서귀포시 종합민원실 ⓒ헤드라인제주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면서 시작된 AI(인공지능) 열풍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우리 눈앞에 선명한 현실로 펼쳐놓았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챗GPT의 폭발적인 인기만큼이나 AI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터져나왔다. 실제로 지난 5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8만 명이 해고됐는데, 이중 5%인 4,000명 정도가 AI 때문에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 사유로 AI가 보고서에 적힌 건 처음이라고 한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일정 정도 대체하는 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인간의 모든 능력을 대체할 수 있을까? 다행히 아직은 아니다. AI의 지적 능력은 인간이 감히 흉내내는 것조차 불가능하지만,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이중에서도 하나만을 고르라면 당연히 ‘상상력’이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느끼고 이해하는 공감 능력도 타인의 입장에 대한 상상력이 발휘된 결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상상력은 우리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필연적으로 챙겨야 하는 인간관계에서 상상력은 그 진가를 발휘한다. 생각해보자.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사고방식, 가치관, 취미 등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모든 기준을 공유한다고 해도 ‘배려’가 없는 사람과는 단 하루도 살기 힘들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증언이다.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팀장의 조건은 ‘자리를 자주 비우는 팀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결국 직원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의 다른 말이다. 여기에서의 배려와 이해도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가능한 행위들이다.

이러한 상상력이 꼭 필요한 공공의 영역은 민원 현장이다. 골치 아픈 문제를 사이에 둔 공무원과 민원인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내 앞에 있는 상대방에 대한 상상력이다. 귀가 어두워 큰소리를 치는 어르신의 불편과 오늘 내일의 생계로 마음이 급한 ‘삼촌’의 입장에 대한 상상력의 발휘는 껄끄러운 민원조차 매끄럽게 만들 수 있는 챗GPT급 마법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AI는 못하는 ‘상상력’인 것이다. < 안대균/ 서귀포시 종합민원실>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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