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읍.면.동 문화예술행사 '날벼락'...줄줄이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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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읍.면.동 문화예술행사 '날벼락'...줄줄이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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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동 행사운영비 예산, 내년부터 '민간보조'로 돌연 변경
화북동 해신제, 용담 용연제, 별도봉 일출제 등 예산 미편성
읍.면.동 공동주최 행사임에도, 민간단체에 '자부담' 책임 전가

제주시 읍.면.동 지역에서 연례적으로 개최됐던 문화예술 행사 및 지역특색 행사들이 내년에는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제주시가 내년 예산 편성과정에서 동주민센터 및 읍.면사무소 행사운영비로 편성하던 지역 행사들을 민간행사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자생단체 등에 '자부담'의 책임을 떠넘겼기 때문이다.  지역 단위에서 주민들의 참여 속에 소소하게 마련되어 진행돼 온 '작은 음악회' 등은 예산편성 자체가 아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제주특별자치도의 내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제주시는 그동안 읍.면.동 소관의 '행사운영비'로 편성해 온 지역행사들에 대한 예산과목을 모두 '민간행사사업보조'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행사의 주체를 행정에서 민간으로 전환하고, 민간단체에서 '자부담'을 하도록 했다.

종전에는 지역주민 화합, 문화예술 향유 기회 제공 등의 명분으로 읍.면.동에서 직접 집행해 왔으나, 이번에는 돌연 민간단체에 예산책임을 전가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시 예산에서 내년 읍.면.동 행사는 10%에서 50%까지 자부담 비율을 설정한 9개 사업에 그쳤다. 한림읍 '백난아 가요제'는 올해 6000만원에서 내년 4000만원으로 감액됐고, 일도1동 '하하페스티벌'은 올해 8000만원이던 것이 내년에는 절반 수준인 4000만원으로 줄이고 보조율은 90%로 설정했다.

이도1동 '문화의 거리 활성화 위한 거리공연'은 6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이도2동 '도전 제주어 골든벨'은 3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아라동 '아라음악회'는 2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각각 줄이고 자부담 비율은 50%로 설정했다. 

용담1동의 '용담용연문화제'(4000만원)과 삼도2동의 '삼도풍류축제'(2000만원)도 보조율을 50%로 정했다. 나머지 50%는 민간단체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형동 '노형 4.3평화올레길 걷기'만 유일하게 4000만원 정액 지원으로 편성했다.

화북동의 '포구문화제'는 올해 1억300만원이었으나 내년에는 기준보조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해 9000만원을 편성했다. 

문제는 자부담을 감당할 상황이 안되는 지역에서는 행사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실제 제주시 읍.면.동의 올해 행사운영비 사업 중에서 내년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사업은 8개 지역 14개 사업으로 나타났다.

예산 미편성 행사를 지역별로 보면, 우선 용담2동의 '용담용연문화제'(2023년 3000만원) 예산도 반영되지 않았다.

용연문화제는 용담1동과 용담2동주민센터가 각 50%씩 행사운영비를 분담해 진행해 왔는데, 민간단체가 주관하고 있다는 이유로 민간사업으로 전환하고, 내년에는 용담1동 민간사업으로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올해 6000만원이던 용연제의 내년 예산은 4000만원으로 줄었고, 50% 자부담으로 설정했다.

용연문화제는 그동안 용담1동과 용담2동의 협력적 사업으로 진행해 왔고,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지역의 대표적 문화예술 행사라는 인식이 컸고 자생단체 등의 적극적 참여 속에 행사를 치러왔으나, 이번 예산과목 변경으로 민간 단체 행사로 위상이 격하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2개 동 차원의 협력적 준비 모습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푸념도 나온다.

제주시의 2023년 읍.면.동 행사운영비 사업 중 2024년 예산 미편성 행사. (단위 천원, 자료=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제주시의 2023년 읍.면.동 행사운영비 사업 중 2024년 예산 미편성 행사. (단위 천원, 자료=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이와함께 △화북동 '별도봉 새해 소망기원 일출제'(2023년 700만원) △연동 '관광 연동 길거리 문화공원'(2023년 4000만원) △노형동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행복음악회'(2023년 9600만원) △이도2동 '장애인취업박람회 동네잡'(2023년 3100만원) 등도 내년 예산 반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또 △우도면의 '하고수동 해수욕장 썸머 페스티벌'(2023년 5000만원) △이도2동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2023년 3000만원) △이도2동 '문화가 흐르는 밤'(2023년 5000만원) △삼도1동 '삼도1동 마을사랑 음악회'(2023년 2500만원) △용담2동 '청소년 트롯 가요제'(1억5000만원) △오라동 '우리동네 체육대회'(2023년 1000만원) 등도 내년 개최는 어렵게 됐다.

화북동의 '제주특별자치도 해신제 봉행'(2023년 예산 1800만원)은 내년부터는 제주도청 세계유산본부 사업으로 변경됐는데,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줄어든 1400여만원이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예산편성 지침에 읍.면.동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 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지역행사 중에서도 역사 문화성이 강하거나 의미가 큰 행사들이 많다"면서 "이러한 행사들은 그동안 읍.면.동과 공동 주최하는 형식으로 개최해 왔는데, 민간행사사업보조로 바뀌면서 민간단체에 자부담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과한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축제위원회 등이 전문기획사도 아니고, 자생단체 등에서 활동하시거나 지역의 덕망있는 분을 위원장으로 추천해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분들에게 자부담을 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센터 관계자는 "지역단위에서 주민 화합을 위해 음악회도 하고, 지역특색에 맞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적극 장려해야 할 부분인데, 마치 행정시나 도에서 주관하는 행사는 적정하고, 읍.면.동에서 하는 행사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부담으로 인해 자생단체나 축제위원회 등의 부담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지역주민들에게도 설명하기도 난처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제주시 "읍.면.동장들과 논의 거쳐 결정...'찾아가는 행사' 등으로 진행"

이에 대해 제주시 예산부서 관계자는 "예산 검토과정에서 읍.면.동 행사 중 어떤 것은 행사운영비로 하고 있고, 어떤 것은 민간보조금으로 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검토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읍.면.동장들도 참석 가운데 두 차례 회의를 열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읍.면.동 행사 중 음악회 등과 같은 지역 문화예술 행사가 사라지게 된 것에 대해서는, "읍.면.동 문화행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본청) 문화예술과의 '찾아가는 문화예술공연'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간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주민자치위원회 등에서 자부담을 안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보조율이 50%로 정해진 행사들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개선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 읍.면.동 행사, 공공성 퇴색 우려...서귀포시는 종전 그대로

그럼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설령 읍.면.동별 문화예술 행사를 제주시 본청의 '찾아가는 행사' 지원으로 대체한다고 하나, 읍.면.동에서 자생단체와 머리를 맞대 함께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는 행사와, 본청에서 지원하는 형태의 행사는 의미나 성격면에서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공공 행사라는 종전의 의미는 크게 퇴색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읍.면.동 지역단위의 특색있고, 창의적 행사는 앞으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런데 서귀포시의 경우 제주시와 달리 내년에도 '읍.면.동 행사운영비' 사업 예산을 정상적으로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귀포시의 경우 대정읍의 '대정읍 해넘이 축제'(6000만원)을 비롯해, 성산읍의 '성산 조개바당 축제'(3000만원), 안덕면 '면민 화합.소통을 위한 안덕면 어울림 한마당'(1000만원), 중앙동 '지역사랑 행복나눔 음악회'(1040만원), 동홍동 '동홍아트데이 운영'(2000만원), 대륜동 '동민과 함께하는 작은음악회'(800만원) 등이 편성됐다.

제주시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서귀포시의 2024년 읍.면.동 행사운영비 편성 행사. (단위 천원, 자료=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서귀포시의 2024년 읍.면.동 행사운영비 편성 행사. (단위 천원, 자료=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도 이에 대해 단단히 벼르는 분위기다. 행정자치위원회는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자부담으로 인해 읍면동 자생단체의 부담이 발생하고 서귀포시와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 상황으로, 예산과목 변경 사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달 실시된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의 제주시 상대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양경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자부담금을 낼 능력이 없는 자생단체에 문화예술 행사비를 내라고 하면 누가 행사나 축제를 할 수 있겠느냐”며 “노형동에서 매년 해왔던 주민 음악회나 노형 4·3올레길 행사를 더 이상 하기 어려워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예산을 다시 편성할 수 있도록 행사운영비로 세목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아 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축제 예산을 민간보조금으로 사업으로 하면서 한 자생단체는 자부담금 6000만원을 대출받고 가까스로 축제를 열었다고 한다”면서 “내년에 읍·면·동이 지원하는 행사는 현충일 추념식뿐이며 나머지 행사들은 모두 민간보조사업으로 넘어가면서 각 마을에서 열어왔던 축제와 행사는 축소되거나 소멸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사실상 내년부터 읍·면·동 문화예술 행사는 하지 말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는 문화예술을 장려하는 제주시의 정책과 주민참여 예산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도의회 각 상임위원회가 논란을 빚는 제주시의 읍.면.동 행사 예산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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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 2023-11-27 19:32:13 | 218.***.***.250
국가경제가 어려워 세수전망도 어두운 판에
내가 보기에도 그동안 흥청망청 예산지원이
뛰따라 쓸모없는 행사도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이참에 꼭필요한 예산만 배정하여 예산낭비
막아냅시다.

논개 2023-11-22 10:05:15 | 112.***.***.118
그동안
많은곳에서 국민의혈세가 너무줄줄샌거같아요

썩여리 2023-11-21 15:51:06 | 211.***.***.72
예산낭비 허멍 씰데기 없는짓 안해영 좋주. 도심에 나무 심고 숲 가꾸는데 예산써라!

팩트폭행범 2023-11-21 12:55:08 | 223.***.***.213
그동안 수많은 축제, 행사로 눈먼돈 많이 먹엇으니 이제 그만할때도됐지,,,

도민 2023-11-21 08:55:30 | 211.***.***.166
2공항 예산 174억원
전액 삭감하라

잘됐네 2023-11-20 23:54:32 | 221.***.***.175
시시콜콜한 행사들 전부 폐지해라 세금 낭비말고

개찐도찐 아닙니다 2023-11-20 19:10:52 | 61.***.***.208
시청에서 읍면동 행사 하도록 문화예술행사 지원하는거나, 읍면동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하는 행사는 급이 다르죠. 같은게 아니죠.
시장님은 대단한 혁신적 예산룰을 만든 것처럼 말씀하실듯 한데....
우리가 왜 주민참여예산을 할때도 읍면동에서 상향식 의견을 수렴받는지 그 원리를 망각한 예산 룰입니다. 진지하게 지역 의견 들었어야....
물론 읍면동 행사 중에서도 이상한 행사들이 몇 있다. 그런 행사들은 민간으로 돌리고 자부담 요구하는게 맛다. 선별적 검토라도 했어야....

지혜 2023-11-20 17:37:06 | 211.***.***.219
명분있는 말들이지만 예산 삭감이 조금도 아니고 반 삭감은 거이 하지말라는 성의없는 전가이다
보통 우리네들이 뭐든지 받을때는 무지 좋아한다.
근데 주다가 안주면 왜 안주냐고 대려 권리를 주장한다.
시국이 시국이라 어쩔수없이 허리띠들을 주려보자는것 같은데..음.
다좋습니다.다만
문화예술부분은 오로지 도민.주민들의 정서문화에만 적용되는게 아닌 지역산업에도 적지않게 도움되는 행사들로 이렇게 파격 삭감?모두 줄이고 과연 어디다 지원하는지가 굼궁하네요.
정도있게 줄이셔야지?~관련된 팀들에게는 반감을 살수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을듯보인다.
혹여나 딴곳으로 물줄기가 흘려가는건 아닐지?ㅡㅡ

도민 2023-11-20 16:08:36 | 211.***.***.114
2공항 예산 174억원
전액 삭감하라

보편적 칼날 2023-11-20 13:33:54 | 118.***.***.57
트롯가요제나 마을체육대회는 이해지만 해신제나 용연제 이해가 안됨수다. 이런때 선별적 판단을 좀 하십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