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몇 편에서 보는 청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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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몇 편에서 보는 청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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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명화 / 서귀포시 효돈동주민센터
오명화 / 서귀포시 효돈동주민센터

공직에 첫 발을 내딛고 나서 평소에 청렴에 대한 생각해 볼 기회가 적었던 만큼 고전문학에서 공직자로서의 길을 걸었던 인물들에게서 청렴의 가치를 배워보고 나 자신을 성찰하고자 이 글을 쓴다.

먼저 중인들의 삶을 기록한 유재건의이향견문록에서는 탁지(호조)의 서리였던 김수팽의 삶이 단편화되어 있다. 김수팽의 동생도 혜국(선혜청)의 서리였는데 동생의 아내가 푸른빛 염색업을 하였다. 김수팽은 우리 형제가 모두 후한 녹을 받고 있는데 이같은 것을 업으로 한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장차 무엇을 생업으로 하겠나며 푸른 염료를 엎어버린다. 굳이 염료를 엎을 필요가 있는가 오바아닌가 생각도 들고 진짜 요즘의 이해충돌방지법의 예를 보는 듯하기도 하다.

또 다른 일화는 임금이 환관에게 호조의 돈 십만 냥을 가져오게 했는데 이때가 한밤중이었다. 김수팽이 마침 숙직이어서 거절하고 따르지 않자 환관이 꾸짖고 독촉하였다. 김수팽이 느린 걸음으로 판서의 집으로 가서 결재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돈을 내주니 날이 이미 밝아 있었다. 우리가 살면서 정해진 절차대로 하는 삶은 고리타분하다 할 수 있지만 정작 절차를 따라야 하는 공무원인 경우 나같이 대충 분위기에 휩쓸려 버리고 마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김수팽의 에피소드는 이외에도 더 있지만 나같은 내향인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일들로 감히 따라할 수도 없다. 하지만 청렴결백으로 자신을 지켰던 김수팽의 삶이 현대에 와서 법령집으로 되살아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천상의 김수팽의 삶을 우러보았다면 이제 지하의 안조환의 삶을 내려다본다.

안조환의 만언사는 주색에 빠져서 국고금을 축낸 죄로 34세에 추자도로 귀양가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며 지은 죄를 눈물로 회개하는 내용이다.

스무 살 전에 혼인하여 살림살이는 나 몰라라 팽개치고 입신양명의 길을 찾아 권문귀댁, 장군문하, 숭상부을 찾아가고 관직에도 오르기전 술집과 기생집에 드나들며 술과 여자에게 빠져 노래와 춤을 즐기는 시절을 보낸다. 이런 버릇을 놓치지 못하여 벼슬길에 나가서도 잘못하여 관직이 깎이고 물러나와 칠일동안 옥에 갇히기도 하고 다시 죄를 지어 약한(작가 스스로 약하단다) 몸에 이십 오근 칼을 쓰고 수갑과 족쇄를 차고 사옥에 갇하게 되면서 귀양길에 오른다. 남들은 정치적 당파싸움에 희생양이 되어 귀양가지만 안조환은 철저한 개인 비리 경제사범이 되어 귀양길에 오른 것이다.

안조환은 청렴결백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와중에도 나의 동정을 산 부분은 겨울밤 위로는 한기가 들고 아래로 냉기가 올라오는 방안에서 육신이 빙상이 되는 모습을 묘사한 지점에서는 인간이 극한 추위의 고통을 느껴 본 사람으로서 진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지경이다.

안조환은 젊었을 때 자신이 살았던 습관을 못 버리고 공직에 가서도 스스로 죄를 짓는 것도 모를 정도로 죄를 지었다. 나도 평소에 약간 자유로운 영혼이어서 이대로 자유로운 영혼이다가는 언젠가는 나의 뜻과 다른 일이 저절로 생겨날지 모르니 나도 공직에 맞는 마음가짐과 본분을 다잡는 계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법령집과도 같은 김수팽, 타산지석으로 삼을 안조환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서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기준을 제시해주는 어두운 밤에 등대빛을 만난다.

하루빨리 귀향살이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정약용을 모함했던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줄 것을 요청드리는 아들들에게 정약용은 주옥같은 편지를 보낸다.

세상에서 두가지 기준이 있으니 하나는 옳고 그름 즉 시비를 따지는 기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로움과 해로움 즉 이해를 따지는 기준이다. 옳은 것을 지켜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첫째 등급이고 옳은 것을 지켜서 해로움을 당하는 것이 그 아래 등급이며 또 나쁜 것을 쫒아서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아래 등급이며 가장 낮은 등급은 나쁜 것을 좇아서 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모함하여 귀향을 보냈던 자들에게 아부를 떨어 도움을 청하는 것은 나쁜 것을 좇아서 이익을 구하는 세번째 등급을 하라는 것이지만 끝내는 나쁜 것을 좇아서 해로움을 당하는 네 번째 등급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하면서 사람이란 목숨보다 의리를 따라야 한다고 당부한다. 진짜 하나도 버릴 말이 없는 고견이고 진짜 학자다운 언변의 소유자임이 드러난다. 보통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석방 도모를 위해 로비를 한다면 그냥 눈감을 만도 한데 정약용은 내로남불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냥 한결 같았던 것 같다.

정약용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글 중에서 내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적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 방법으로 여름에 상추로 밥을 싸서 삼키는 바로 상추쌈이다. 나는 상추쌈이라는 단어를 너무나 사소하다고 봤기 때문에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사소한 단어 상추쌈은 요사이 흥청망청 살고 있는 내삶에 검소라는 말을 떠오르게 하고 사소한 상추쌈이 검소한 삶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청렴에 대한 여러 갈래의 모습들을 살펴보았다. 더 살펴보면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다른 글귀들은 내마음에 물결이 일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사소한 상추쌈에 끌리는 것을 보면 나는 사소함에 끌리는 성정의 사람인 거 같다. 공직자의 길로 이제 막 들어선 사람으로서 상추쌈에서 느끼는 검소함으로 나자신을 운영하고 먼 훗 날의 내 발자취를 돌아볼 나를 기대하겠다. <오명화 / 서귀포시 효돈동주민센터>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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