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실히 드러낸 총체적 준비 부실...교통체계 시민홍보도 '깜깜'
간선도로 기능 지하차도, 공항전용으로 변경...개설목적 전도
대혼란이 빚어졌던 제주국제공항 지하차도 임시 개통과 관련해 제주시 당국이 보여준 태도는 한 마디로 몰상식 행정의 극치이다.
뭐 하나 제대로 작동된 것도 없었고, 준비 부실의 단면을 그대로 노출했다.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최소한의 공지나 홍보도 없었다. 계속된 혼선과 혼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번 '공항 지하차도 및 공항~용문로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은 지난 2019년 11월 착수해 3년 8개월만에 마무리됐다. 이 공사에는 국비 75억원과 지방비 210억원 등 총 285억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됐다.
신설된 도로는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쪽에서 다호마을과 용문로(공항 화물청사 서측)로 이어지는 동서방향 전체 900m 구간(폭 30~39m)이다. 이 중 520m 구간은 박스형 U타입의 지하차도로, 폭은 왕복 4차로인 18m이다.
이 도로의 개설 목적은 제주공항 주변의 교통체증 문제 해결에 있다. 지하차도 개설을 통해 극심했던 공항 주변 교통난을 완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지난 16일 임시 개통을 한 결과, 이러한 기대는 무너졌다. 총체적 준비 부실이었다. 뭐가 그토록 급했는지, 완벽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전혀 홍보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무가내 서둘러 개통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개통 첫 날에는 대혼란이 빚어졌고, 그 이후 혼란은 차츰 진정되었다고 하나 교통체계 운영에서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지하차도 기능도 원초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시 당국은 "어떤 문제점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보완하기 위해 임시개통 기간을 운영하는 것", "임시개통을 통해 여러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은 어쩌면 잘 된 일"이라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 자기 합리화를 위한 비겁한 변명이다. 한심한 행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시 당국의 '임시 개통'은 명백한 실책이다.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임시 개통'이라는 위험천만한 시험을 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은 더욱 무겁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 보더라도, 제주시 당국의 잘못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하나는 임시 개통을 전후해 시민들에게 교통운영체계에 대한 설명이나 홍보를 거의 하지 않은 '불통'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지하차도의 기능을 몰래 변경하면서 도로 개설 취지를 전도시켰다는 점이다.
◇ 혼란스러운 교통체계, 시민들은 '깜깜'...그럼에도, 홍보 할만큼 했다?
첫째, 시민들과의 소통 내지 홍보는 완전히 낙제점이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를 그대로 보여줬다.
지하차도의 임시 개통은 단지 실무적 준비에 관여하는 행정 공무원, 그들끼리만 공유할 내용이 아니다. 지하차도를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과 관광객들도 당연히 알아야 할 사항이다.
지하차도 임시 개통과 동시에 제주공항 일대의 교통체계가 전면적으로 변경되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내용을 시민들에게 사전에 알리며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선택적 사항이 아니라, 책임이자 의무인 것이다.
변경된 교통체계의 내용을 보자. 임시 개통을 한 날부터 양방통행으로 운영되던 용문로 화물청사 서측에서 공항 교차로까지는 일방통행으로(동→서) 변경됐다.
민속오일시장에서 공항으로 가는 차량은 화물청사 서측 교차로까지 직진한 후 우회해 진입해야 한다. 이 경우 반드시 지하차도를 통해 가야 한다. 지상 차선을 이용할 경우 공항 좌회전이 불가능하다. 반대로 민속오일시장에서 용담으로 가는 차량은 지하차도가 아닌 지상차로만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지하차도 진입 입구 쪽으로 운행을 하는 중에도 지하차도로 진입할 것인지, 지상차로를 이용할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용담 방면으로 가는 차량이 지하차도로 진입할 경우 우회전이 불가능해, 다시 공항과 다호마을, 오일시장 방면으로 가서 유턴을 하는, 돌고 도는 우회 운전을 해야 한다.
변경된 교통체계는 차선 진입 실수 한번이 15분 이상, 수 km를 우회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운전자들의 혼선이 크다. 단속 경찰이 없을 경우 위험천만한 불법 차로 변경을 감행하는 차량들도 나타날 개연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항에 막 도착한 관광객들이나 시민들이 용담 방향으로 가고자 할 경우에도, 매우 복잡해졌다. 종전에는 공항 교차로에서 직진 신호를 받아 용담방향으로 가면 되는 단순한 구조여서 운전자들의 부담이 적었다.
반면, 이번에 변경된 체계에서는 우회전을 통해 다호마을 교차로까지 이동한 후, 좌회전 신호를 받아 지하차도 옆 지상차도로 진입해야 한다. 문제는 공항에서 다호마을로 우회전 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 교차로에서 우회전은 가장 바깥 차선을 통해 진입한 후 중앙차로 방향으로 진입하는데, 이 곳에서는 우회전과 동시에 중앙선에 가까운 좌회전 차로로 이동해야 한다. 용담쪽에서 해태동산 방향으로 하는 차량들이 계속해서 밀려오는 상황에서 좌회전 차로 진입은 쉽지 않다. 사실상 순간적 끼어들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교통체계인 셈이다. 운전자들의 심리적 압박, 사고 위험성은 종전보다 몇 배 더 커진 셈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제주시 당국의 태도는 안이하고 무책임하기 그지 없었다. 당초 임시 개통은 지난 7월 중순 이뤄질 예정이었는데,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와 관련해 추가적인 안전 보완조치로 인해 연기된 바 있다.
그런데 침수사고 예방조치를 하고 난 후, 임시 개통일이 정해지고 교통체계 변경계획이 확정됐음에도 제주시는 이를 전혀 알리지 않았다. 임시 개통 이틀 전인 8월 14일, 언론 보도자료로 배포된 임시 개통 내용도 서면으로만 툭 던져졌다. 이 서면 자료에는 변경된 교통체계에 대하 상세한 설명도 담겨 있지 않았다.
취재진이 변경된 교통체계에 대해 왜 시민들에게 홍보를 하지 않는지 담당 국장에게 질의하자 답변은 황당했다. "이미 교통체계 달라지는 사항에 대해서는 홍보를 했고, 시민들에게도 지속적으로 홍보를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언론에도 별도 설명을 하지 않았고, 시민 홍보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시청 홈페이지 어디에도 임시 개통을 알리는 내용은 물론, 변경된 교통체계에 대한 설명 자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깜깜이' 행정이란 비판 보도가 나가자, 제주시 당국은 뒤늦게서야 부랴부랴 변경된 교통체계에 대한 내용을 홈페이지에 탑재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임시 개통 일정이 결정되는 시점부터 현재까지 제주시 당국의 언론 브리핑은 단 한번 없다. 서면으로 '날림 예고'를 한 것으로 전부다.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불편해하고, 공항로 운행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갖는 것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무책임하고 몰상식의 극치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개통직전 공항전용 차도로 변경...그럼, 지하차도는 왜 만들었나?
둘째, 지하차도의 기능을 변경하는 과정도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제주시 당국은 임시 개통하면서 급박하게 지하차도를 '공항 전용' 도로로 전격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하차도는 공항과 용담, 두 갈래 방향으로 운행이 가능하도록 짜여져 있었다.
노면 표시도 지하차도 편도 1차로에는 '공항', 2차로에는 '용담'으로 돼 있었다. 제주시가 8월14일 오후 늦게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에도 2차로는 '용담'으로 돼 있었다. 서면 배포된 보도자료에서도 "도로 개통 시, 용담지역과 신제주 지역을 오가는 차량은 공항입구 교차로를 거치지 않고 지하차도를 이용하게 되면서 극심했던 공항 주변 교통난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부분을 명시했다.
이 내용만 보면, 지하차도를 개설한 주 목적은 신제주와 용담 지역을 연결하는 '간선도로'의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공항으로의 차량 진출입은 부수적 기능일 뿐, 1차적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개통 당일에는 지하차도는 '공항 전용도로'로 돌연 변경됐다.지하차도로는 용담 방향을 운행할 수 없도록 바뀐 것이다. 제주시는 개통 다음날까지도 이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사고 우려 때문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자치경찰 및 경찰 교통부서에서 검토한 결과 지하차도와 지상차도가 합류하는 지점의 구간 길이가 너무 짧아 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하차도를 공항 전용으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 부분에서도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하나는 지하차도의 기능을 주먹구구식으로 변형시키면서 도로개설 취지에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설령 변경을 할 수밖에 없는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왜 시민들에게 제때 알리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첫째, 지하차도 기능과 관련해, 그렇다면 지하차도는 왜 건설한 것인가 라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지하차도는 분명 간선도로로서의 기능을 위해 만들어졌다. 당초 제주시는 남북 방향의 고가차로를 구상했으나 국토부에서 노형 오거리 방면 교통난 분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에 용역을 거쳐, 2019년 동서 방향 지하차도 건설계획을 확정했다.
노형과 연동에서 오는 차량들을 막바로 용문로로 향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공항체증 완화의 효과를 얻고자 한 것이다. 그럼에도 개통 직전 공항 전용 차로로 변경함으로써 지하차도의 당초 개설 취지는 사라졌다. 목적이 전도된 것이다.
국비까지 투입되어 장장 3년 8개월에 걸쳐 진행된 공사이고, 최초 계획 수립에서부터 실시설계 등의 과정에서 경찰 및 도로교통안전공단 등으로부터 교통운행체계에 대한 의견을 듣고 검토를 한 끝에 결정한 사항이 아니었던가. 교통영향 분석 등도 진행된 사항이다.
그럼에도 개통 직전에 지하차도를 공항 전용차도로로 변경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지하차도와 지상차도의 합류지점에서의 사고 위험성에 동의를 못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경찰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 사고 위험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사고 위험이 있어 전용차로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일련의 결정과정에서 드러낸 제주시정의 책임 부분까지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3년 넘게 검토가 이뤄진 사안인데, 왜 그 전에는 이러한 상황을 예측 못했던 것일까. 그야말로 무능하고, 주먹구구식 행정의 전형이다.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 부분에서도 제주시 당국은 실책에 대해 겸허히 인정하고, 대체적인 간선도로 기능 보완 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임시 개통에서 이런 저런 문제들이 드러난 것은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나중에 정식 개통때까지 보완할 것"이라는 뻔뻔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식 개통하기 전에 검토해 개선할 수 있다는 부분, 이 말이 진심인지도 헷갈린다. 지하차도와 지상차도가 만나는 지점의 교차로는 임시 개통이 이뤄진 후 '교통섬'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차도 기능을 공항전용으로 확정했기 때문에 교통섬과 같은 후속 공사가 진행되는 것 아닌가. 차후에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제주시 당국의 설명이 진실이라면, 교통섬 공사는 지하차도 기능이 확정된 후 하는게 맞다.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285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대형 도로개설 사업의 본연의 목적 및 교통체계 설계가 이랬다 저랬다 식으로 바뀌는게 맞는지도 의문이다.
'간선도로'의 기능이 아니라 '공항 진출입' 확장이 목적이었다면, 지하차도 개설 사업계획은 당초 없었을런지 모른다. 처음부터 공항 진출입 확장에 초점을 뒀다면, 지하차도보다는 또 다른 형태의 설계가 제시됐을법 하다.
◇ 설명.사과입장 전혀 없는 제주시...행정의 본분 망각, 책임 물어야
이 지점에서도 꽉 막힌 '불통'의 문제가 제기된다. 지하차도 기능을 변경하면서도 언론 브리핑은 고사하고, 제주시 홈페이지를 통한 공지도 전혀 없었다. 뭐든지 제주시의 '멋대로'이다. 시민을 존중하고, 소통하려는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임시개통은 참담한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지하차도 기능의 문제, 혼란스러운 교통체계의 개선 문제에 대해 제주시의 공식적 입장은 지금까지 단 한 줄 나오지 않았다. 총체적 준비 부실과 홍보 부족으로 인해 초래됐던 대혼란 상황에 대해 최소한의 사과 입장도 없다.
임시 개통을 둘러싼 행정당국의 문제, 감사위원회나 제주도정 감찰팀의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설령 위법성은 없다 하더라도, 행정의 본분을 망각한 몰상식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하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정말 무책임한 행정의 표본입니다.
우선 전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운영하다보니 큰 사고 날뻔한 일이 많았습니다.
제주시는 이러한 무책임한 행정에 대하여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말 황당한 행태입니다.
제주도의 행정이 10년전으로 뒷걸을 치고 있어요
도로주변에는 풀이 자라고 용담 해변공원에 있는 의자는 언제적 의자인지 가름이 안되고
정말 제주도의 행정이 이정도 수준인지 시민으로서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