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을 하며, 자립생활을 배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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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생활을 하며, 자립생활을 배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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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고민자/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고민자/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헤드라인제주
고민자/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헤드라인제주

작년 7월 입사하여 처음 맡은 업무가 체험홈 담당이었다.

업무가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체험홈에 체험자가 입주하여 정신없이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체험자는 체험홈 입주부터 퇴거까지 6개월 생활하였다. 이유는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체험홈 입주기간은 단기 1개월 내, 장기 3개월 연장 1회까지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난다. 체험자의 첫 모습이..

체험자는 발달장애를 가졌고 23세 남자이며 직장생활을 하고 계셨다. 부모님은 체험자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무엇을 도와주면 되는지 알고 싶어서 체험홈에 입주해보겠다고 말씀하셨다.

체험자는 집에 가고 싶다고만 말씀하시고, 체험자의 어머니도 결단은 내리셨지만 자기 자식이 혼자 사는 거에 대해서 불안해하셨다.

체험홈이라고 하면 보통 먼저 혼자 사는 것에 초점을 많이 맞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니다. 자립생활과 연관이 있다.

자립생활은 본인이 그 삶의 주인공으로 모든 생활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삶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우선 개인이 다양한 경험의 기회와 교육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욕구에 따른 결정과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의 지원과 사회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자립생활이 오로지 혼자서 생활하는 건 아니다. 먹고 싶은 요리를 하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 음식물 버리기, 청소 등의 일상생활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건 아니다. 이런 활동들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한지, 알아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 연습을 통해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자립생활인 것이다. 체험홈이 바로 그런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위 체험자는 지금까지 자기관리와 일상생활을 엄마와 생활하여 엄마와 떨어져서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엄마와 밀착감이 심했다. 체험홈에 입주하여 체험홈에 살면서 어떻게 변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진행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갔다.

처음에는 밤에 혼자 자는 걸 무서워하여 엄마에게 계속 전화하기도 했다.

센터와 어머니의 열렬한 지지로 차츰차츰 적응할 수 있었고 결국엔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가끔 어머니가 반찬과 냉동식품을 가져다주면 본인의 취향대로 간단하게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였다. 특히 집에서는 먹지 못했던 잡곡밥(동생들이 싫어함)을 직접 해서 먹고 주중엔 체험홈에서 지내다가 엄마가 생각나면 주말에 집에 가서 잠시 지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픈 동생을 위해 체험홈에서 배웠던 계란국을 해주어 동생이 감동받기도 했다.

이전에 직접 하지 않았던 연습해야 할 일상생활 일이 많았다. 냄새나는 음식물 버리기, 목욕 후 속옷 손빨래하기, 화장실 청소, 싱크대 청소 등 배울 것이 많아서 힘들기도 하지만 지금은 특히 빨래 개기를 잘한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지인들을 초대하여 같이 음식을 먹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체험자는 이렇게 자립생활을 연습해놓고도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체험홈에 사는 자녀를 보면서 충분히 혼자 살아도 자기 삶을 관리하고 필요한 것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험자의 가능성을 알게 되셨다. 그래서 체험홈이 입주기간이 끝나갈 무렵 ‘행복주택’을 신청하였다. 결과는 선정이 되지 않았고, 그 이유는 신청하는 당사자가 세대원이기 때문이었다.

6개월 동안 당사자와 센터, 가족과 협력하여 진행됐던 많은 부분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흐지부지되어버렸다. 1-2년 장기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면, 더 나아가 영구적으로 자립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지원주택이 있었다면 이 당사자는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일상생활의 범위를 확장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탈시설 관련 시범사업은 3년간의 시범사업을 통해 1년에 20명씩 60명을 지원한다고 한다. 몇 년을 시설에서 거주하였는지 모르지만 1년의 주거지원정책 및 서비스지원을 통해 어느 누가 탈시설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위해서는 단계별로 지원되는 주거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1, 2년 안에 해결될 수 없다. 더 길게 봐야 한다. 이번 당사자의 체험홈 생활을 지원하면서 “기다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1년 미만의 자립생활체험홈에서 자립을 경험하고 연습한 이후 4년 이내 또 다른 체험할 수 있는 공간에서 거주하며 자립생활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워나가고 그다음 순서로 영구적인 지원주택을 통해 지역사회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지원체계가 이루어져야 장애인 당사자의 진정한 자립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고민자/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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