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없다"며 해상공사 강행하더니...보호종 줄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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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없다"며 해상공사 강행하더니...보호종 줄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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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해양레저체험센터 공사현장, 천연기념물.보호종 서식 확인
2020년 허가신청서에 "연산호 없다" 기재...부실 조사? 허위 기재?
뒤늦게 "먼바다로 이식 후 공사"...환경단체 "문화재 훼손.은폐한 것"
ⓒ헤드라인제주
해양레저체험센터 파제제 공사 현장 ⓒ헤드라인제주

해양수산부와 제주도가 서귀포항만과 문섬 일대에 해중경관지구 조성사업인 해양레저관광거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파제제 공사현장에서 천연기념물과 보호종 산호들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되는 것은 2년 전 제주도가 사업 추진을 위해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신청하면서, "사업구역 내에서 연산호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는 부분이다.

환경단체는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기관들이 되려 문화재를 훼손하고 있고, 그 사실까지 감추고 있다며 명백한 문화재보호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범죄은닉과도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제주도는 2년 전 조사할 때는 정말 보호종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은폐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견된 산호들을 먼바다로 이식하고,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해양레저체험센터 파제제 공사를 위해 테트라포드를 들어내는 과정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밤수지맨드라미와 천연기념물 긴가지해송의 서식이 확인됐다.

제주 해양레저관광거점사업은 지난 2018년 11월 해양수산부의 해중경관지구 조성사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서귀포항과 천연기념물 문섬 일대에서 추진되고 있다. 

국비 200억 원·도비 200억 원 총 400억 원이 투자되며,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다이빙, 서핑 교육 등이 가능한 해양레저체험센터와 해상다이빙시설 등이 설립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철근파동 등의 악재가 겹쳐 공사가 중단되고 재개되길 반복했고, 파제제 공사 과정에서 어촌계 해녀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제주 해양레저체험센터 현장위치도. <자료=제주도>ⓒ헤드라인제주
제주 해양레저체험센터 현장위치도. <자료=제주도>ⓒ헤드라인제주
'국가지정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한 허가신청서(해중경관지구조성사업)' ⓒ헤드라인제주
'국가지정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한 허가신청서(해중경관지구조성사업)' ⓒ헤드라인제주

무엇보다 환경단체로부터 연산호 등 해양생물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그런데 실제로 법정보호종 밤수지맨드라미와 천연기념물 긴가지해송의 서식이 확인된 것이다. 

다이버 운송용 계류시설 조성 구간 내 테트라포드를 들어내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고, 지난 6월 진행된 환경영향조사 제출 보고서를 통해 해당 내용이 알려졌다.

밤수지맨드라미는 테트라포드에, 긴가지해송은 바닷속 암반에 서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산호가 덮인 정도를 뜻하는 ‘피두’는 밤수지맨드라미 1.33%, 긴가지해송 0.4%로 추정됐다.

가장 논란이 되는 점은 제주도가 지난 2020년 7월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사업구역 내에 연산호는 없다"고 보고한 부분이다.

<헤드라인제주>가 입수한 '국가지정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한 허가신청서(해중경관지구조성사업)'에는, "사업구역은 제주연안연산호군락 문화재 영향검토구역 제1구역에 해당되며, 조사지역 내에서 잠수조사 결과 연산호는 확인하지 못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수중조사지역은 방파호안과 접한 동측 수역으로서 조사지역 북쪽과 방파제에 인접한 지역은 수심이 낮고 암초가 산재되어 있으며, 간조시 암초가 드러남", "남쪽지역은 수심이 깊은 곳은 20m 정도 되지만 대부분 지역이 10m 내외로 편차가 심하지 않으며, 해저 지형은 암석과 모래로 이루어져 있음"이라고 서술돼 있다. 즉, 공사 현장 일대를 산호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고 본 것이다.

제주도의 이같은 판단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정말 사업구역내 보호종이 없다고 확신한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는 부실조사 또는 허위기재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헤드라인제주
'국가지정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한 허가신청서(해중경관지구조성사업)' 내용. ⓒ헤드라인제주
'국가지정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한 허가신청서(해중경관지구조성사업)' 내용. ⓒ헤드라인제주
'국가지정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한 허가신청서(해중경관지구조성사업)' 내용. ⓒ헤드라인제주

그럼에도 문화재청은 현장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고 단순 서면 보고서를 토대로, "동 사업으로 인하여 사업부지 및 인접 지역의 문화재와 그 주변 경관 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여야 함"이라는 조건만을 제시하며 사업을 승인했다. 천연기념물 관리의 컨트롤타워인 문화재청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제주도는 산호들을 이식하고 공사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문화재청과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협의한 후 산호들을 먼바다로 이식한 뒤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라며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한 안전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2년 전 조사할 당시에는 신청서에 기재된 것처럼 정말 천연기념물, 보호종이 없었다"면서 "이번에는 정확한 원인은 알 수는 없으나 아마 문섬 일대에서 서식하는 일부가 사업지구로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에 대해 환경단체는 문화재를 보전해야 할 기관들이 오히려 문화재를 훼손하고 이를 은폐하고 있다며 사실상 범죄은닉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사업지구가 연산호 서식지로 확인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해당 사업의 환경파괴 우려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사업이 거의 다 진행된 와중에 천연기념물을 발견했다고 얘기하는데, 부실조사를 했다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 했다는 것. 둘 중 하나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은닉과도 같은 이 상황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호종과 보호구역에 대한 고려가 없는 개발중심의 행정은 정말 큰 문제다. 이번 발견에 대한 후속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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