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은 '말 산업', 내용은 경마베팅 유인책 거센 비판 자초
시민사회의 호된 비판 세례가 이어졌던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온라인 경마' 관련 건의안 논란은 결국 의회 스스로 부결 처리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25일 오후 제38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전날 농수축경제위원회에서 의결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말 산업 규제완화 건의안' 상정을 강행했으나, 표결에서 부결돼 건의안 채택은 무산됐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35명 중 찬성 16명, 반대 13명, 기권 6명으로 찬성표는 과반을 넘지 못했다.
결국 청와대와 국무총리, 국회, 농림축산식품부에 보낼 예정이던 이 건의안은 폐기됐다.
도의회의 이번 건의안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말(馬) 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긴급히 발의됐다. 과도한 규제 개선을 통해 말 산업의 기반 유지와 말 생산농가 및 종사자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국마사회법이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겉은 '말 산업'으로 포장됐으나, 내용은 '온라인 마권발매'였던 것으로 나타나 큰 논란을 샀다.
건의문에서는 "앞으로는 코로나 19 등과 같은 전염성 질환 발생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어 비접촉(언택트) 마권발매수단 도입이 필요하다"며 " 말 산업의 지속적 발전과 농가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비대면 온라인 마권 발매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 산업 육성이라는 것이 결국은 국민들을 '경마 베팅'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온라인 경마 개설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히 비판하며 부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25일 성명을 내고 "건의안의 '말산업'이 '경마산업'이었나"라며 "코로나19 핑계로 온국민을 도박중독으로 몰아넣는 말산업 규제완화 건의안 채택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코로나19로 전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이 때, 도의회가 경마장 운영이 일시 중단되자 말 산업 분야의 고통을 강조하며 온라인 경마의 길을 열어달라는 건의를 하고 있다"며 "마치, 경마장 중단이 말산업 전체의 문제인 양, 침소봉대하여 코로나19 사태를 오히려 도박사업 규제완화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마사회의 속내가 명확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완화를 추진하려는 세력에게 묻는다"며 "그러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온라인 경마를 중단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말산업 분야의 고통이 있다면 그동안 경마를 통해 수익을 축적해 온 마사회가 나서서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다"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도의회는 경마사업 중단이 마치 말산업 전체의 문제인양 호도하며, 코로나19의 국면을 이용해 전 국민을 도박중독으로 몰아 넣으려는 건의안에 대해 단호히 부결해야 할 것"이라며 건의안 채택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건의안 채택은 불발됐지만, 도의회가 이번에 온라인 경마 개설을 위해 발벗고 나섰던 배경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마사회 등로부터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표출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