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운동가'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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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운동가'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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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葬 영결식 엄수...'농민가' 함께 부르며 눈물
"진정한 농민의 대변자...1차산업 발전 큰 헌신"
▲ 28일 엄수된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에서 유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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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엄수된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에서 참가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 평생 농민들의 권익옹호 및 제주지역 1차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다 향년 56세 일기로 타계한 '농민운동가' 고(故) 허창옥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제주특별자치도의회장(葬)' 영결식이 28일 엄수됐다.

오전 9시 제주도의회 의사당에서 열리는 영결식에는 각계 인사와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 제주도연합회를 비롯한 농민단체, 시민사회단체, 농민과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빈소를 출발한 운구차가 고인의 자택 및 송악산 알뜨르 비행장 일대, 제주도농어업인회관 등을 거쳐 제주도의회 광장에 도착하자, 장내에는 진혼곡이 울려퍼졌다.

영결식은 △고인 약력소개 △장의위원장인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의 조사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농민회 대표의 추도사 △추모시 낭송 △추모글 낭독 △추모 노래 △농민가 제창 △헌화 및 분향 △유족 인사 △농민가 제창 △헌화 및 분향 순으로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슬픔 가득한 얼굴로 영결식장에 들어선 미망인 김옥임씨는 조사와 추도사가 이어질 때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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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엄수된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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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엄수된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에서 김태석 의장이 조사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조사를 통해 "갑작스럽게 찾아든 병마와 싸우시다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떠나시니 정말 비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애통한 심경을 전했다.

김 의장은 "이제 제주농업, 제주농민의 큰 버팀목이셨다가 영면의 길로 가시는 고인을 애절한 마음으로 보내드리면서, 그 발자취를 기리고자 한다"며 "허 부의장님은 한평생 농민운동에 헌신해 오신 분으로, 20대 청년 시절에는 송악산 공군기지 반대 투쟁에 앞장서시면서 거친 세상으로 들어가셨다"고 강조했다.

또 "이후 농업현장에 몸담으며 제주지역 초창기 농민운동 조직화에 누구보다도 열정을 기울여 오셨다"며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등의 직책은 농민운동에 대한 고인의 열정과 의지, 그 열정과 의지에 대한 우리 농민들의 응답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정치의 길에도 오직 농업과 농민뿐이었다"며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서귀포시위원장을 맡아 정치와 인연을 맺은 후 2012년 4월, 보궐선거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해 제주도의원으로 당선되어 지방정치에 뛰어드셨다"며 "그리고 농업과 농민을 위한 열정적인 의정활동을 인정받아 그 힘든 3선의 영예를 안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도의회에서도 고 허창옥 부의장님의 농업과 농민에 대한 열정을 존중해 제9대 의회와 제10대 의회에서 농수축경제위원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제10대 도의회에서는 FTA대응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무거운 짐을 지우기도 했다"며 "한중FTA 타결이 임박하자, 감귤 등 제주농산물 11개 품목에 ‘양허 제외’ 관철을 요구하시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시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고인을 보내드려야 할 시간이 다 되고 있다"며 "이 땅의 농업과 농민의 미래를 노심초사하시던 그 마음을 우리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만, 님의 몫까지 다 해내겠다는 각오를 가슴에 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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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엄수된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에서 원희룡 지사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어 원희룡 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제주지역 농민운동을 이끄셨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당선 이후 농업인 소득증대와 제주 농업 발전을 위해 한 길을 걸어오셨고, 농업인을 위해 늘 진정성을 갖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시며, 제주의 미래를 걱정하셨던 부의장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또 "거친 땅을 직접 일구며 농업인과 호흡을 같이했고, 항상 현장을 발로 뛰며 낮은 자세로 임하셨던 진정한 진보정치인이셨다"며 "정성으로 키운 고구마를 수확해 도청까지 손수 들고 오셔서 나눠주셨던 당신의 따뜻한 온기가 지금도 느껴진다"고 피력했다.

원 지사는 이어 "애석한 마음을 어떻게 가눠야 할지 모르겠다. 온 도민이 함께 애도하고 있다"며 "제주의 생명산업인 1차 산업 발전과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장에 아로새겨진 부의장님의 발자국과 열정을 저희들이 신명을 다해 이어가겠다"고 피력했다.

또 "도민들은 부의장님의 발자취와 삶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고,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할 것"이라며 "당신이 다 펼치지 못한 제주의 꿈, 당신이 다 보듬지 못한 도민의 삶, 저희들이 엄중하게 받들어 도민이 행복한 제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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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엄수된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에서 이석문 교육감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추도사에서 재야시절부터 고인과 함께 해온 날들을 떠올리며, "이 자리에서만큼은 부의장님이 아닌 허창옥 동지라고 부르고 싶다. 동지로 만나 함께한 세월, 동지로서 님을 떠나 보내고 싶다"며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이 교육감은 "동지는 알뜨르에서 진정한 민족 해방을 꿈꾸었고, 아픔을 딛고 살아가는 농민들에게서 사람이 사랍답게 살아가는 새로운 세상을 염원했다"며 "농민 운동가, 진보 정치가의 삶은 그래서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지는 늘 깨어있고자 했다. 그 깨어있음은 약하고 소외된 곳을 가장 먼저 채우는 따뜻함이 되었다"며 "그 따뜻함은 제주가 실현해야 할 시대의 정신으로 승화되어 지금까지 빛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동지는 아이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면 굳건히 손을 잡고 당당히 함께 걸었다"며 "동지와 함께 전국 최초로 주민 발의를 통해 '친환경 우리 농산물 학교 급식 조례'를 제정한 순간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전국 최초 고교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의 실현, 4.3평화인권교육의 전국화 역시 동지의 깨어있음이 이뤄 낸 진보의 성취"라고 말했다.

그는 "동지는 늘 농민의 마음으로 살았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는 땅의 가뭄을 걱정했다"며 "폭우와 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는 작황을 걱정하는 농민들과 함께 비바람을 맞았고,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제주 섬의 파괴와 개발을 온 몸으로 저항하며 생명의 존엄함을 지켰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도민들의 무거운 노동과 갈등의 짐을 함께 짊어지고 걸었는데, 그 마음과 헌신, 노고가 참 고맙지만, 당신의 삶을 일찍 저물게 한 원인이 된 것 같아 한편으로 원망도 든다"고 토로한 후, "허창옥 동지, 그대의 농민의 마음을 기억하겠다"며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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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엄수된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 송인섭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송인섭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은 추도사에서 "마음 깊은 곳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고 슬픔을 견디며 당신의 이름을 불러본다"며 "허창옥, 당신은 제주 농민들에게 가장 빛나는 등불이었다. 당신은 제주 농민들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며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송 의장은 "당신의 영원한 벗이었고, 함께 하는 동지였던 제주의 농민들이 오늘 당신의 이름을 껴안으며 가슴으로 울고 있다"며 "병마와 싸우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제주 농민들을 걱정하시며 제 손을 꼭 쥐던 그 모습을 저는 잊을 수가 없다"고 회고했다.

이어 "당신은 참으로 소신과 원칙이 있는 멋진 정치인이셨다"며 "3선 도의원으로 일하면서 농민의 대변자가 되어 모든 열정을 다 바친 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송 의장은 "농업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농민의 한숨과 웃음을 함께 한 진정한 농민의 벗이었다"며 "또한 제주땅이 무분별한 투기와 난개발로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하여 맞서 싸울 줄 아는 당당한 도의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를 너무나 사랑하였기에 제주도를 지키고 제주도가 올바른 미래 가치로 나아가는 길이라면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행동하는 실천으로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셨다"며 "당신은 갔지만 당신의 열정과 마음을 닮은 제2, 제3의 허창옥이 제주 농업의 밝은 내일을 열어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의 추모시 낭송이 있었다. 추모글을 낭독한 대정읍농민회 고봉희씨는 영정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인을 삶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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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엄수된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에서 고인의 친형 허태준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민중가수 양성미의 추모공연에 이어, 유족대표로 고인의 형님인 허태준씨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허씨는 "(고인이)왜 이리 빨리갔는지 슬프고 안타깝다"면서 "의정활동과 사회활동 속에서 너무 짦은생을 마감한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아무쪼록 허창옥 동지가 못다한 것을 우리가 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면서 "농민장으로 할수있게 도와주신 농민회에 가바드리고 3선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도와주신 대정지역 농민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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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엄수된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에서 고인의 생전 영상이 나오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추모식이 끝나고 분향과 헌화가 진행되는 동안 고인의 삶을 기리는 짧은 영상이 상영됐는데, 고인의 생전 활동 모습이 비춰지자 미망인 김씨와 유족들은 오열했다.

영결식 마지막 순서인 헌화.분향에 앞서,고인이 농민운동을 하며 수 없이 불러온 '농민가'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참석한 농민회 회원들은 고인을 떠내보내는 마지막 이별 인사로 '농민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고, 유족들도 크게 흐느꼈다.

영결식이 끝나자 운구는 양지공원으로 향했다. 고인의 유해는 제주시 황사평 천주교성지에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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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엄수된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에서 운구차가 양지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28일 엄수된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 ⓒ헤드라인제주
▲ 28일 엄수된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유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편 고인은 20대 청년 시절, 1980년대 송악산 공군기지 반대투쟁에 앞장섰고, 1987년부터 농업현장에 몸담으며 제주지역 초창기 농민운동 조직화에 앞장서 왔다.

이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서는 서귀포시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방정치에 뛰어든 것은 2012년 4월.

당시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실시된 제주도의원 보궐선거에서 대정읍 선거구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해 첫 당선되면서 제주도의회에 입성했다.

이후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및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내리 당선되면서 3선의 영예를 안았다.

제9대 의회와 제10대 의회에서는 1차산업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농민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10대 의회에서는 FTA대응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제주사회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 위한 활동에도 앞장서 왔다. 제11대 의회 출범 후 지난해 9월에는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발의안을 제출해 한차례 부결 사태에도 불구하고 당위성으로 의원들을 설득시키며 관철시켜 내 현재 행정사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7년 제4회 우수 의정대상, 2017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제주도카메라기자회가 선정한 '올해의 의원상'을 수상했다.

올해 2월에는 한국지방자치학회 주관 제15회 우수조례상 시상식에서 허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농어촌 초등학교 통학버스 지원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우수조례에 선정돼 장려상을 수상했다.

고인의 평생동지이자 아내 김옥임씨는 제주 여성농민운동에 헌신해 오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에 당선돼 활동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故 허창옥 부의장.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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