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평생 눈물로 버텨낸 4.3피해자 아픔 치유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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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평생 눈물로 버텨낸 4.3피해자 아픔 치유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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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수형인 재심 '공소기각 판결' 구형 논고

제주4.3 당시 행해졌던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계엄 군사재판(군법회의)에 대한 재심 결심공판이 17일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린 가운데, 검찰이 제주4.3 당시 국가공권력의 학살부분을 언급하며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가 진행한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재심 피고인 18명에 대해 전원 '공소기각 판결'을 구형했다. 4.3 군법회의 자체가 공소장 하나 없이 진행된 군법회의는 명백한 절차적 문제가 있어 공소기각 판결을 함으로써 불법재판에 의한 모든 판결을 무효화 하겠다는 의미다.

공판검사는 이날 구형 논고에 앞서 제주4.3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검사는 "공소장, 판결문 등 소송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재심개시결정과 그에 따른 본안 재판에 이르기까지 성심을 다해 노력해주신 재판부, 70년이 넘는 오랜 기간 참고 견딘 피고인들, 그리고 변호인들께 감사드린다"면서 "공판검사로서 재판 전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체험을 전해 듣고, 당시 기록과 문헌을 검토하며, 유관기관과 협조하여 사료들을 찾아가는 동안, 전에 몰랐던 4.3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제주도민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개인적으로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고 피력했다.

또 "그 과정에서 제가 깨닫게 된 것은 지금까지 알고 배웠던 것과는 또 다른 진실의 일면이었다"고 소회했다.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인 2만5000여명 이상이 희생되고, 제주 전 지역 300여 마을 2만여호의 가구가 소실된 엄청난 비극이 이념과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었습니다. 조천면 교래리, 애월면 하가리, 표선면 토산리에서 벌어진 방화와 집단학살에 희생된 주민들, 도피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집단 총살된 표선면 가시리의 이름없는 주민들, 자수자 선처 약속을 믿고 중산간을 내려왔다 박성내에서 집단총살된 조천면 와흘리 주민들, 손발이 어는 겨울 중산간의 좁고 거친 동굴에 피신했다 총살되고 질식사한 코흘리개와 노인들, 부모님과 자식들을 잃고도 수십년 세월 동안 말못할 고통 속에 숨죽여 흐느껴왔을 수많은 가족들의 영령과 눈물이 뒤범벅되어 있는 곳이 이 땅 제주였습니다."

검사는 "4.3 사건에 대한 여러 이념적 논란을 떠나, 해방 직후 혼란기에서 예기치 않게 운명을 달리 한 수많은 제주도민들과 그들을 말없이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살아 온 가족들의 아물지 않는 아픔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 분들의 쓰라린 마음의 아픔, 나아가 역사와 민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 그때의 진실을 최대한 밝혀보고자 하는 진심으로 지난 1년간의 재판에 임해왔다"면서 "너무 늦었지만, 이 자리를 빌어 여기 계신 모든 분들, 몸과 마음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평생을 눈물과 한숨으로 버텨낸 여기 모든 분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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