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덮개 및 안전조치 없이 주택가에 4일간 방치
당시 제주제일중 후문 체육관 담장을 기준으로 주택가 이면도로 한켠에는 하얀색 통 15개와 노란색 통 수백개가 덮개 등 보호조치 없이 적치돼 있었다.
냄새는 하얀색 통에서 집중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이날 오후 8시쯤부터 하얀색 기포가 부글거리고, 뭔가가 들끓는 소리를 내며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이 연출돼 인근 주민들은 대피하고 경찰과 소방당국이 긴급 출동하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1시간 여만에 하얀색 통들은 모두 철거됐고, 주민들의 거센 항의 끝에 밤 11시가 넘어 현장에 나온 제주시 공무원들이 공사업체로 하여금 모두 철거하도록 하면서 4일 새벽 통들은 모두 치워졌다.
뒤늦게 확인한 결과, 유독가스 냄새 소동을 벌인 하얀색 통에 들어있던 물질은 위험물질로 분류되는 '시너'와 비슷한 성질의 연화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일 오후부터 강한 햇살이 내리쬐면서 기온이 상승해 뜨겁게 달궈졌고, 여기에 저녁에 약한 빗방울이 통 속에 스며들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냄새가 뿜어져 나오는 화학작용이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됐다.
노란색 통에 들어있던 것은 도로포장 등을 할 때 냄새를 저감시키는 용도의 페인트와 같은 재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시너는 15통, 노란색 통은 어림잡아 수백개가 길가에 빼곡히 쌓여있었다.
화학작용으로 끓어 올랐던 시너에서 불꽃이 피어 올랐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또 이 냄새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두통, 현기증, 마취상태 유발 등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당일 밤 '냄새 대소동' 당시, 관계당국은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이 무엇인지, 인체에 유해한 것인지를 묻는 주민들의 질문에 답변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시민 보호의무를 저 버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험물로 특별 관리돼야 할 이러한 화학물질들이 아무런 보호 덮개 등도 없이 어떻게 학교 체육관과 주택가 사이 이면도로에 4일간 버젓이 방치될 수 있었던 것인지, 이번 일은 제주시 당국의 현장 대응력 상실과 '안전불감증'의 단면을 보여줬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