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낭추룩 살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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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태우 제주도 감귤특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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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우 제주도 감귤특작과 ⓒ헤드라인제주
이제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야 하는 3월이다. 하지만 간혹 꽃샘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에는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기둥과 줄기가 비늘처럼 벗겨져 속살이 들어난 듯 볼 품 없는 나무 한그루가 있다. 서 있는 모양으로 봐선 고사목이 아닌가 할 정도이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난해 봄, 분홍색 꽃이 너무 고와서 사진을 SNS에 올렸던 배롱나무였다.

배롱나무는 꽃이 피기 전까지 나무 기둥과 줄기가 계속해서 벗겨져 얼룩얼룩하다 못해 미끈하다. 또한 잎을 떠받치는 잎자루가 짧아서 없는 것같이 보이는 특징이 있다. 짧은 잎자루로 잎을 지탱하고, 계속적으로 기둥과 줄기껍질이 벗겨져 나가는 고난의 시간을 견뎌 화려한 분홍꽃을 피우는 것이다.

꽃을 100일이상 볼 수 있다해서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고 부른단다. 또한 벗겨진 기둥부분을 살살 만지면 나무 전체가 흔들린다 해서 다른 지방에선 ‘간즈름 나무’라 하고 제주방언으로는 ‘저금 타는 낭’이라고도 부른다 한다.

배롱나무는 헐벗은 기둥과 줄기, 짧은 잎자루 속에서도 봄에서 여름까지 화려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청렴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는 요즘, 공무원으로써 참 닮고 싶은 나무가 아닌가 생각된다.

친절과 청렴에 있어서 공무원을 바라보는 도민의 눈높이가 너무 많이 달라졌다. 직접적인 불친절이나 부당한 요구가 없다 하더라도 친절, 청렴과 관련한 사건사고를 접한 도민들은 공무원사회 전체에 대해 공분(公憤)하고 비화(飛火)하는 경우를 흔히 접한다. 하지만, 그 소수를 제외한 모든 공무원은 선량하고 청렴하다. 다만 방해요소가 있을 따름이다.

공무원을 접하는 민원인들은 저마다 특수한 상황 속에서 문제 해결을 원한다. 하지만 공무원의 사무는 법과 질서, 형평성 등에 비추어 모두에게 이로운 치우침 없는 방법을 찾는 일일 것이다.

배롱나무가 기둥의 묵은 껍질을 떨궈내고 겨울을 견디고 꽃을 피우듯 현실과의 타협을 단호히 떨궈내야 할 때이다. <김태우 / 제주도 감귤특작과>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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