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정기인사...한정판 '자리'와 권력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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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정기인사...한정판 '자리'와 권력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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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직무대리 폐해' 재현...행정시장 4급 이하 인사권 제대로 행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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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헤드라인제주
2016년 새해와 함께 단행된 공직사회 상반기 정기인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승진과 탈락의 희비교차, 승진을 위한 목 좋은 자리와의 싸움도 일단락되었다.

매 인사철마다 공직사회는 일손을 놓은 채 휴게실통신, 삼삼오오통신 등 온갖 카터라통신이 난무한 가운데 도민은 안중에도 없어 보여 개인적 소견으로는 승진은 현재와 같이 두 차례로 하되, 자리이동은 한 차례로 축소하는 것이 업무의 연속성이나 전문성에도 부합하지 않나 싶다.

이번 인사에서도 어김없이 고위직의 퇴각이 눈에 띄고 있다. 자의(용퇴)인지, 타의(퇴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정년을 두 해나 남긴 57년생까지 물러가야 한다는 사실 앞에 고위직 사이에선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마저 무너졌다는 해석이다.

누군가가 물러났으니 누군가는 그 자리를 꿰찰 것이다. 두 단계나 넘나든 파격인사도 복수직급인 직위 탓에 가능한 일인데, 최소승진기한이 모자란 한 직급 정도야 꼬리표(직무대리)를 달면서 내달렸던 일이 어제오늘이었던가?

민선 6기 출범 당시 元 도정은 '협치'를 내세우며 직무대리 양산 폐해를 없애겠다는 암시를 여러 곳에서 밝혀 왔으나 이번 인사는 '파격'을 내세우며 전임 도정과 진배없는 직무대리 공화국을 재현했다.

빠르게 올라가면 그 만큼 내려올 일도 빠를 텐데, 문제는 올라갈 때는 내려올 때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란 사실이다.

승진보다 더 치열한 자리다툼은 이번 인사에서도 예외 없이 많은 뒷이야기를 남겼다. 목 좋은 자리는 '한정판'이기 때문이다.

전보인사에 있어 한 자리를 옮기려면 세 자리가 움직여야 하고 세 자리를 움직이려면 열 자리가 움직여야 하는, 많으면 많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인사 시스템이라고들 한다.

이 과정에서 인사권자가 의지를 가지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싶지만, 한정판 자리싸움에 온갖 권력집단이 뛰어들면서 그야말로 진흙탕이 되기도 한다.

취임 후 세 번의 인사를 단행한 현을생 서귀포시장에게는 행정시권한강화 차원에서 4급 이하 인사권이 주어지면서 역대 그 어느 시장보다도 힘이 실렸으나 외부 입김 없이 순전히 본인의 의지대로 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노동조합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현을생 시장의 카리스마에 대해 고견도 아끼지 않아 왔으나 그 와는 별개로 “인사권자가 일할 맛 나는 조직을 위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싶은데, 선거캠프나 도의원, 기자와 같은, 그걸 가로 막는 청탁자가 있다면 알려 달라”며 외부 입김차단에는 늘 응원해 주었다.

그럼에도 최근 인사에서 한정판 승진 자리를 두고 믿었던 가신도 충신도 더 이상 없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권력이 얼마나 무상한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권력 앞에서는 의리와 충성을 맹세하지만, 진정한 '의리'는 끈 떨어진 연후에나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법이니 공직사회도 참 요지경이다.

바라건데, 좋은 자리는 도민이 잠시 빌려준 것이고, 임용장은 대신하여 인사권자가 전달하는 것일 뿐임을 공직자는 누구도 예외 없이 새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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