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양용찬 열사 추모제, "다시 거대한 분노의 함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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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양용찬 열사 추모제, "다시 거대한 분노의 함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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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되돌리기 국정화' '특별법 개악' 성토 이어져

1991년 11월7일, 서귀포시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 사무실 3층 옥상계단에서 온 몸에 불을 사르고 투신한 25살의 청년 양용찬.

"나는 우리의 살과 뼈를 갉아먹으며 노리개로 만드는 세계적 관광지 제2의 하와이 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를 원하기에 특별법 저지, 2차종합개발계획 폐기를 외치며, 또한 이를 추진하는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 -양용찬 열사의 유서 내용 中

이 투신사건은 당시 제주사회의 큰 충격이자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운동을 범도민적 운동으로 승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24년이란 세월이 흐른 올해 11월7일, 제주시 벤처마루에서는 그를 기리는 추모제가 마련됐다.

제24주기 양용찬 열사 추모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분향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24주기 양용찬 열사 추모문화제. <헤드라인제주>

제주사랑민중사랑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대표 고광성)는 이날 오후 7시 제24주기 양용찬 열사 추모문화제를 개최했다.

추모제는 유원지 특례도입 제주특별법 개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다시 거대한 분노의 함성으로 나설 것을 다짐하는 장으로 진행됐다.

고광성 대표는 추모사에서 "양용찬 열사가 떠난지 2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위정자들은 오히려 우리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특별법을 개악하려 하고 있고, 자본의 칼끝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며 제주도 난개발과 유원지특례 도입 특별법 개정을 비판했다.

또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려는 위선과 오만함에 분노하고 있다"며 정부를 성토한 후, "하지만 4.3이 흐름, 역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이의 저지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추도사에서 "양용찬 열사가 그토록 반대했던 특별법이 또다시 개악되려 하고 있다"며 "우리 모두 힘을 합쳐 특별법을 도민이 원하는 법으로, 도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법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정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장은 "24년전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막아내지 못해 지금 제주도는 개발과 농지잠식이 가속화돼 위기를 맞고 있다"며 특별법 개정과 난개발을 저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지금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강정 해군기지로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공군기지 등 군부대들이 이어지고, 오름 마다에는 레이다시설 등 군사시설이 일제시대 만큼이나 들어올지 모른다"며 "강정마을은 구럼비를 되찾는 날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를 되돌리려는 것이고, 민주주의 후퇴요, 하나의 진리를 통해 지배철학을 공고히 하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경훈 시인은 '그대는 분노로 오시라'는 추도시를 통해 개발 가속화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다.

"국토를 사적인 이익으로 도륙하는 자들/ 개발의 환상에 눈 뒤집혀 법조차 개무시하는 자들/ 이 천박한 옴만과 저열한 독선을 날려버릴/ 신열로 들긇는 억센 돌개바람으로 오시라.
분노가 모여 응집된 정의가 되게/ 그대는 맞불의 연대로 오시라/ 저당 잡힌 고운 생명들 다시 지킬/ 그대는 활화산 같이 거대한 분노의 해일로 오시라"

제24주기 양용찬 열사 추모문화제 공동행사위원회는 8일에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강정생명평화한마당 행사를 진행한다. <헤드라인제주>

제24주기 양용찬 열사 추모문화제. <헤드라인제주>
제24주기 양용찬 열사 추모문화제. <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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