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하지 못한 '클린하우스'...왜 이렇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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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하지 못한 '클린하우스'...왜 이렇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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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위기의 클린하우스] (1) 넘쳐나는 쓰레기, 원인은?
인구.관광객 증가 발생량 급증...처리시설은 '꽉꽉'
제주시 애월읍 해안도로변에 잔뜩 쌓였던 클린하우스 주변 쓰레기들. <시민제보 사진>

청정 제주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10년 전인 지난 2005년, 제주도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클린하우스를 설치 운영할 당시만 하더라도 제주도의 쓰레기 처리시스템은 전국 수범사례로 꼽힐 만큼 단연 으뜸이었다.

많은 지자체가 선진적인 수거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고, 클린하우스 제도는 빠르게 안착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클린하우스가 위기를 맞고 있다. 깨끗해야 할 클린하우스가 넘쳐나는 쓰레기와 악취로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생활환경까지 불결하게 하면서 골치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클린하우스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치근 5년간 제주시 지역에서 이설.철거된 클린하우스만 235곳에 이를 정도다.

제주시청 민원 게시판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쓰레기 관련 호소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넘쳐나는 클린하우스 쓰레기 사진들도 적지않게 올라오고 있다.

지난 여름 관광성수기에는 제주시 애월해안도로 인근 클린하우스에서 '산더미 쓰레기' 사진이 공개돼 놀라움을 줬다.

클린하우스 위까지 뒤덮는 것도 모자라 그 주변 일대와 길가에까지 산더미 처럼 쌓인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클린하우스'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 청정제주의 명성과 이미지를 날려버린 듯한 현장의 모습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길목의 클린하우스였기에 이미지 손상은 더욱 컸다.

대부분은 불법 투기된 쓰레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배출 쓰레기는 클린하우스가 설치된 지점 뿐만 아니라 주택가 곳곳, 그리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해수욕장이나 관광지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분리배출 조차 되지 않은 이러한 쓰레기들은 어느 한 지점에 버려지기 시작하면 금새 많은 양이 쌓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소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의 현상이다.

선진 쓰레기 수거시스템으로 각광을 받던 클린하우스 제도가 왜 이렇게 된 것일까.

현재 나타나고 있는 쓰레기 문제는 불법으로 투기되고, 분리배출 조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러한 당면한 쓰레기 문제는 시민의식과 관련한 문제에서부터, 처리시설의 과포화 상태에 있는 구조적 한계까지 복합해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시민의식 개선만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 급격히 증가한 쓰레기 배출량, 원인은?

전반적인 상황을 짚어보면, 우선 생활쓰레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의 1인당 1일 폐기물 배출량은 2.3kg으로, 전국 0.96kg과 비교해 1.35kg이 많다. 전국 평균보다 무려 갑절 이상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재활용률은 전국평균 59% 보다 훨씬 낮은 52.4%에 그치고 있다.

쓰레기 발생량 자체가 크게 즈가하고 있는 것은 인구 증가와 관광객 증가가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인구는 2010년 57만7000명에서 2013년 60만5000명으로 4.8% 증가했고, 관광객은 2010년 757만8000명에서 2013년 105만명으로 43%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관광객에 의한 쓰레기 발생량은 2010년 하루 84톤에서 2013년에는 165톤으로 약 81톤이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전체적으로 인구 증가와 관광객 증가에 따라 해마다 쓰레기 발생량이 100톤 이상(1일 평균)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제주시지역에서는 이도2지구 도시개발사업(2010년), 제주첨단산업단지(2011년) 등 7개 지구가 조성되고, 서귀포시지역에서는 영어교육도시, 혁신도시개발사업, 강정지구 택지개발사업 등 쓰레기 처리구역은 더욱 확대되고 발생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생활쓰레기와 더불어 음식물쓰레기 발생량도 크게 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체 쓰레기 발생량의 3분의 1 가량인 28.7%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도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능력은 1일 140톤인데 반해 발생량은 167톤으로 처리시설 규모를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량이 크게 증가하는데 반해 음식물 자원화시설이 발생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식물 쓰레기 증가 원인으로는 푸짐한 상차림과 국물 음식을 매우 좋아하는 음식문화, 인구증가, 생활수준의 향상, 식생활의 고급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시 노형동 도로변에 버려진 쓰레기들. <시민제보 사진>

◆ 매립.소각.재활용시설 부족에 '시민의식' 실종

클린하우스가 위기를 맞고 있는 데에는 이러한 쓰레기 발생량의 급격한 증가라는 원인이 자리하고 있다.

클린하우스가 직면한 문제를 살펴보면 첫번째로 처리시설의 부족을들 수 있다.

2013년 기준 제주도의 1일 쓰레기 발생량은 984.2톤으로, 이중 소각으로 273.4톤(27.8%), 매립으로 194.6톤(19.8%), 재활용으로 516.2톤(52.4%)이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내 쓰레기 매립시설은 제주시 5개소, 서귀포시 5개소 등 총 10개소가 조성돼있지만 시설을 확장한 매립장을 제외하고 예상 만적시기가 사용기간 보다 10년여 짧아지고 있어 시설확장 또는 신규 매립시설을 조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부지선정의 어려움, 막대한 소요예산, 그리고 혐오시설로 인식되면서 주민들 반발도 적지않아 신규 또는 추가확장에도 적지않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는 현실이다.

소각시설과 재활용품 선별시설은 제주시, 서귀포시 각각 1개소씩 조성되어 있어 소각시설 처리규모를 상회하는 가연성쓰레기 발생으로 처리능력이 포화됐고, 재활용 선별시설 처리능력 또한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소각 및 매립처리 지연의 문제가 발생해 청소차량 대기시간이 늘어나게 되는 문제로 이어졌다.

청소차량 운행 횟수가 줄어들면서 클린하우스의 쓰레기를 제때 수거하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불법쓰레기 배출 및 클린하우스 설치수량 부족의 문제다.

가정에서 가연성쓰레기와 재활용품, 음식물쓰레기 등의 혼합 배출의 사례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소각쓰레기 배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수거차량이 소각장에서 최소 1시간에서 5시간 이상 장시간 대기하고 있면서 수거 자체가 지연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자치도의 한 관계자는 "종이박스를 원형 그대로 배출하거나 재활용품 혼합배출 등으로 불법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으며, 등산객·올레탐방객 등 관광객이 증가로 클린하우스에 무단투기 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스티로폼 수거함 등 재활용품 수거함 부족으로 클린하우스 넘침 현상이 발생하고, 악취로 클린하우스 이설요구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도내 학교, 자생단체 및 부녀회 등에 쓰레기 분리배출 홍보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배출되는 쓰레기가 제대로 분리가 안 되어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클린하우스를 위기에 빠뜨린 중요한 문제가 시민의식의 실종이다.

매립.소각.재활용시설 부족이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쓰레기 양을 줄이고 분리배출을 올바로 하는 시민들의 작은 실천이 더 없이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다.

문순영 제주자치도 환경보전국장은 "이러한 작은 실천이야 말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국장은 "현재 대부분의 클린하우스를 들여다 보면 종량제봉투에 재활용품과 음식물쓰레기가 혼합.배출되는 불법쓰레기가 난무하고 무단투기도 증가해 클린하우스가 쓰레기 집하장이 되어가고 있다"며 "이러한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주민들이 느껴 시민의식을 되찾기 위해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 요령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가고 있지만 주민들이 참여 저조로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 문제는 개인 혼자만이 문제가 아닌 도민 전체의 문제이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문제"라며 쓰레기 문제해결을 위한 도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실천을 당부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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