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천 할머니' 삶터 지키는 이들...'월령소년'은 누구?
상태바
'무명천 할머니' 삶터 지키는 이들...'월령소년'은 누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년치 방명록 키워드 분석...꾸준한 봉사활동 눈길
오현고 3학년 박지수.강상윤.서이석.이진청 '훈훈'

4.3 후유장애인의 삶을 살아 오다 지난 2004년 제주도민의 곁을 떠난 '무명천 할머니' 故 진아영 할머니에 대한 기록을 어루만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어서 화제다.

故 진 할머니 삶 터를 방문한 이들이 쓴 방명록을 정리해 최근 '故 진아영 할머니 삶터 방명록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오현고등학교 동아리 '월령소년'이 그 주인공.

'월령소년'은 오현고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수, 강상윤, 서이석, 이진청 학생이 의기투합해 만든 자율동아리로, 이들은 그동안 제주주민자치연대가 진행해 온 '진아영 할머니 삶터 보전 자원활동'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이번 보고서를 펴내게 됐다.

최근 '故 진아영 할머니 삶터 방명록 분석 보고서'를 펴 낸 오현고등학교 동아리 '월령소년'. 왼쪽부터 이진청, 박지수, 강상윤, 서이석 학생.<헤드라인제주>

이 보고서는 2008년 4월 3일부터 올해 5월 2일까지 지난 8년간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에 소재한 故 진 할머니의 삶터를 방문한 이들이 쓴 방명록 내용을 키워드로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총 방문 기록 수는 256건, 방명록 기록자 수는 개인 295명에 단체 30회에 이르는 분량이다.

'월령소년'은 삶터에 비치된 방명록 5권을 연도별, 일자별로 데이터화한 후 방명록 기록자들을 거주지역(도내, 도외, 국외)과 연령(성인, 청소년)별로 분류하고, 방명록 내용을 근거로 키워드를 선정해 이를 수치로 계량화했다.

총 30쪽에 이르는 분석 자료 안에는 보기 쉽게 그려진 도표들와 일본어 등 외국어 표기까지 꼼꼼하게 채워져 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청소년 기록을 대상으로 한 키워드 분석 결과에서는 명복(62%), 기억(31%), 아픈 역사(7%) 순이 차례로 나타났다. 평화에 관련된 기록은 방명록에 드러나지 않았다.

이들은 "명복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역사 및 평화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청소년들은 4.3에 있어서 대체로 할머니의 개인적 삶의 고통에 초점을 맞춘 인식을 드러내며, 역사 및 평화와 같은 거시적 관점으로의 인식은 대체로 부족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월령소년'은 보고서 결론을 통해 시민단체와 지역 사회가 연계해 故 진 할머니 삶터가 지속적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관리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4.3이 비단 제주도민만의 사건이 아님을 인식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아영 할머니 삶터에 방명록을 기록하는 학생들.<헤드라인제주>

'월령소년'은 "방명록은 찾아온 사람들의 기록이고, 무엇보다 자발적인 기록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방문했고, 혹은 어떤 느낌을 가지고 돌아갔는지 살펴보다 보면 '할머니 삶터', 더 나아가 ‘4.3 의 역사’가 가지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활동 취지를 밝혔다.

이어 "'진아영 할머니 삶터' 방명록이 앞으로 5년, 10년, 그 이상 기록되고 그 기록을 다시 분석하게 될 때는 '아픈 역사다, 기억하자'라는 방명 기록보다 '할머니 덕분에 이제 평화로운 세상이 왔어요'라는 방명록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작은 바람을 전했다.

제주주민자치연대 관계자는 "4.3에 대한 기록은 당시의 기억만이 아니라 이후 4.3을 기억하는 움직임에 대해서 체계적인 정리도 중요하다"면서, "청소년들의 이번 자료를 계기로 민간차원에서 진행돼 왔던 진아영 할머니 삶터 보존 운동에 대한 종합적인 내용을 기록으로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故 진아영 할머니는 제주4·3 당시 폭도로 오인 받아 경찰이 쏜 총에 턱을 잃었다. 이후 2004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50여년을 얼굴에 무명천을 두르고 살았다.<헤드라인제주>

최근 '故 진아영 할머니 삶터 방명록 분석 보고서'를 펴 낸 오현고등학교 동아리 '월령소년'.<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