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연산호"...해군기지 해역 생태환경 훼손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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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연산호"...해군기지 해역 생태환경 훼손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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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 등 해군기지 해상공사 전후 해양생태 변화상 공개
뿌연 부유물에 연산호 군락지 훼손 심각..."여과 없는 퇴적물 탓"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공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부터 인근 해상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불과 3년여만에 '산호 정원'의 정점을 이루던 연산호 군락은 회생이 어려울 지경에 놓여있었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5일 오전 11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군기지 해상공사를 전후로 한 인근 연산호 군락지의 변화상을 공개했다.

5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제주 해군기지 인근 연산호 군락지의 해상공사 전후 변화상과 문제점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이번 제주 해군기지 해상 모니터링은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3일간 강정등대와 서건도 일대의 연산호 군락지 변화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비교 활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교 시점은 해군기지 해상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2년 여름이다.

강정등대의 경우 해군기지 서방파제와 불과 100m 이격돼 있어 공사의 직접 영향권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모니터링의 대상지가 됐다. 서건도는 해군기지 동방파제에서 동쪽으로 500m 이격돼 있어, 해당 지점에 대한 모니터링으로 동과 서로 넓게 분포된 해상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조사 결과 육안으로도 쉽게 판명될 정도로 연산호 군락지의 훼손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큰수지맨드라미, 긴가지해송, 분홍바다맨드라미 등이 관찰됐던 조사 지점은 개체수가 크게 줄었고, 그나마 남아있는 개체도 가지수가 줄어들었거나 연산호가 수축돼 있었다. 큰수지맨드라미 등은 문화재청이 언급한 보호요망종이다.

무엇보다 조사 시점의 해상은 뿌옇게 부유물이 가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퇴적물 등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하고 해상에 노출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군기지 공사 현장 동쪽인 서건도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연산호의 개체수와 밀도 변화를 눈으로 비교 확인할 수 있었고, 천연기념물인 긴가지 해송은 부유물질을 잔뜩 부착한 채 앙상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서건도 수중동굴 앞 바닥에는 공사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퇴적물이 덮여있었다.

이들 단체는 "약 1.5km에 이르는 서-남방파제, 500m에 이르는 동방파제는 조류의 흐름을 막았고, 또 방파제 건설에 따른 케이슨 투하, 사석 유입 등은 지속적으로 부유물질을 발생시켜 강정 앞바다에 퇴적시켰다"며 "현재 강정등대와 서건도 일대에서 발생하는 연산호 군락의 죽음은 멈춘 조류와 공사 중 발생한 퇴적물 이외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해군은 환경부, 제주도 등과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해 연산호 군락의 보호를 위한 저감 방안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왔다"며 "관련법 절차에 의한 협의내용 및 위반사항을 조사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유수면 매립면허의 허가조건을 보면 '부유사 발생 및 확산 예측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연산호 군락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방안과 보전대책 수립'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허가조건을 어기고 해양생물 서식환경에 악영향을 끼친 만큼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 단체는 문화재청에 대해 "해군기지 공사 과정에서 많은 양의 부유사가 발생했고 이에 대해 주민과 환경단체 등에서 지적이 있어왔지만 공사중지를 포함한 즉각적인 대응체계는 없었다. 이로 인해 주변지역 연산호 군락의 서식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문화재청은 이번 조사결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군에 대해 허가조건 위반 여부를 즉각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막무가내로 진행되는 해군의 불법공사를 막고, 강정바다의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 환경부 등의 관련부처와 강정마을회,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연산호 군락지 공동모니터링단을 운영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연산호 서식환경의 변화 원인과 올바른 보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헤드라인제주>

5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제주 해군기지 인근 연산호 군락지의 해상공사 전후 변화상과 문제점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5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제주 해군기지 인근 연산호 군락지의 해상공사 전후 변화상과 문제점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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