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休),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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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休),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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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민아 /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김민아 /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헤드라인제주>

지난 5월 22일 개최된 제주포럼 문화세션에서 이지영 곶자왈 환상숲 해설가의 문화토크를 우연찮게 접한 적이 있다. 아리따운 제주도 사투리 말투와 차분한 심성이 엿보이던 그녀는 숲이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더불어 숲 안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가치 있게 만들어 가며, 숲과 소통하며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자연친화적인 모습으로 인해 나무라는 개체를 생태학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나무라는 개체는 숲이라는 사회를 이루며 형성된다. 나는 숲 안에서 형성된 상생관계와 상극관계를 인지하지 못하며 나무라는 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나무와 소나무의 균근인 송이버섯은 상생관계이다. 균근이란 식물의 어린뿌리와 흙 속의 곰팡이가 공생하여 만들어진 뿌리를 말하는데 균근 곰팡이는 식물에게 인산 같은 무기 양분을 대신 흡수해주고, 식물은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보내줌으로써 소나무와 송이버섯은 상생관계로 더불어 살 수 있는 것이다.

소나무와 상극관계로는 솔수염하늘소가 있는데 죽은 소나무에서 번데기가 되어 우화되어 나올 때 미리 소나무재선충을 몸에 지니고 있다가 성충이 되어 살아 있는 소나무의 가지를 갉아 먹으며 소나무재선충병을 감염시킨다.

이처럼 소나무 개체는 상생관계와 상극관계를 형성하며 숲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상생관계를 좋아하고, 상극관계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극관계가 형성되어야
상생관계에 힘이 생긴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나무재선충병 2차 방제 결과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는 가운데, 나는 또 다른 생각을 해본다. 나무, 더불어 숲, 큰일은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하지만 여러사람이 작은 일을 고민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큰일은 자연스레 풀린다고 생각한다. 소나무가 베어진 곳에서 나머지 식생이 저마다의 작은 역할을 하며 또 다른 식생을 형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나무를 깊이 있게 배우며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다. 나무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5년 뒤엔 소나무에 기대어 쉬는 바람을 가져 본다. <김민아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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