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두번 이색 문화장터 '벨롱장'..."유명세 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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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두번 이색 문화장터 '벨롱장'..."유명세 탔어요"
  • 김규희 @
  • 승인 2014.11.08 15:3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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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두번 이주민 문화장터 벨롱장 북적북적
"첫 만남의 장소서 벼룩시장, 이젠 문화소통의 공간"
이주민 반짝 문화장터인 '벨롱장'에 모여든 사람들. <사진=김규희>

제주올레 20코스 중 아름다운 해안가가 자리하고 있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이 마을에서는 한달이면 딱 두번, 떠들썩해지는 날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주민들의 이색장터인 '벨롱장'이 열리는 매달 5일과 20일이다.

세화오일장에서 동쪽 해안도로에 위치한 벨롱장은 이제 이곳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문화장터가 됐다.

때마침 지난 벨롱장을 찾았을 때에도 좌판이 진열돼 이주민과 관광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벨롱장은 11시부터 1시까지 '반짝' 열리는 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누구나 자유롭게 좌판을 깔고 앉아 참여할 수 있다. 이곳에는 족히 200명은 넘는 사람들이 저마다 독특한 색깔과 낭만을 갖고 모인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과일로 만든 잼, 갓 구워온 파이들, 구좌당근으로 만든 당근케익, 바다 조개로 만든 악세사리, 향초와 소소한 공예품들에 인디밴드의 공연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도로 옆 돌담에 올라서면 넓게 내려다보이는 에메랄드빛 세화바다의 전경은 벨롱장이 주는 덤이다.

   
이주민 반짝 문화장터인 '벨롱장'에 모여든 사람들. <사진=김규희>
   
이주민 반짝 문화장터인 '벨롱장'에 모여든 사람들. <사진=김규희>

'다들 어떻게 알고 모이게 된 걸까?', '이런 공간을 누가 만들어냈을까' 궁금하던 차에 그곳에서 벨롱장을 처음 기획한 벨롱장의 지기인 닉네임 '물고기' 님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벨롱장의 시작이 궁금해요.

"작년 2월에 제주도로 이주한 친구들끼리 한 달에 한번 얼굴도 볼 겸 재미삼아 시작했어요.
누구는 구좌, 누구는 성산, 각기 다른 곳에 살고 있어서 가운데 지점인 세화바다 앞에서
모이기로 한 게 그 시작이고요. 그때는 각자 쓰던 물건들이나 새로 만든 음식이나 물건들을 갖고 와서 물물교환 하는 형태였어요. ‘벨롱장’이라는 이름도 그땐 없었고요."

그럼 '벨롱장'이라는 어떤 의미로 지어진 거죠?

"작년 3월에 지었어요. 초기에는 11시부터 12시까지 모였었어요. 정말 '잠깐'이죠.
그래서 ‘잠깐’, ‘반짝’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뭐가 없을까 하다가, 옆집 삼촌이 제주어 ‘베롱베롱’을 알려주시더라고요. 마음에 들어서 별 고민 없이 바로 ‘벨롱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벨롱장은 초기보다 아트마켓의 성격이 강해진 것 같아요. 일부러 변화를 시도하신 건가요?

"그런 것은 아니에요. 변한 것 같아도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작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자기 이야기’가 담긴 것들을 가지고 만나고 있으니까요. 또한 최근에는 ‘자기 이야기’에 ‘제주’를 더해서 제주를 이야기 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아요."

   
이주민 반짝 문화장터인 '벨롱장' <사진=김규희>
   
이주민 반짝 문화장터인 '벨롱장'에 모여든 사람들. <사진=김규희>
이주민 반짝 문화장터인 '벨롱장'. <사진=김규희>

예를 들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여기에 모이는 이주민들이나 제주 토박이분들 관광객분들 모두 제주가 좋아서 오신
분들이라 그런지 ‘제주’에 관한 아이디어가 많으세요. 시각디자이너분은 제주어를 알리기 위해 엽서나 지도, 에코백 등을 만들어오시기도 하고, 제주바다에 버려진 폐품을 이용해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 내시는 분도 있고, 근방에 사시는 분들은 직접 기른 작물들을 갖고 오셔서 요리솜씨를 뽐내시기도 하세요. 반응도 물론 좋아요."

모아진 참가비는 전액기부를 한다고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에 모일 때에는 그저 안부 묻고 재밌는 얘기를 나누는 게 목적이었는데,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성장하듯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했고,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도로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쓴다는 건 그냥 쓸 수 없는 일이거든요.
마을의 재산이니까. 그래서 우리도 뭔가 의미 있는 일들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기부에요."

그럼 주로 어디에 기부하시는 건가요.

"처음에는 매번 같은 곳에 기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름다운 청소년센터에 기부했었는데 사정상 지금은 구좌읍사무소에 지정기탁으로 '아동 청소년 관련한' 곳에만 쓰일 수 있게 기부하고 있어요“

"우리는 여기에 돈을 벌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에요. 여기 모이는 분들도 이런 취지에 동참하시는 분들이 온다고 생각하구요. 그래서인지 갑자기 장터가 상업적인 모습을 뛰지 않을까 하는 성급한 우려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꾸준히 노력은 해야겠지만요."

마지막으로 벨롱장 만의 매력을 한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려워요. 여기는 추상적인 곳이에요. 어떤 말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그런 곳이요.
또한 벨롱장 문화가 오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정 짓고 싶진 않지만 지금까지의 벨롱장은 세화바다와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라서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이주민 반짝 문화장터인 '벨롱장'. <사진=김규희>
이주민 반짝 문화장터인 '벨롱장'. <사진=김규희>
북적이던 벨롱장에도 오후 1시가 되자 마지막 손님만이 남았다. <사진=김규희>

1년 전만 해도 세화는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알아도 쉽게 찾아오기 힘든 곳이었다. 그런 곳이 지금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공간이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으로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해본다.

오후 1시가 되자,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서둘러 짐을 챙긴다. 오늘 갖고나온 물건들을 다 못 팔았다고 아쉬워하는 이도 없고, 더 버티는 이도 없다. 또 만나면 되니까. <김규희 대학생 기자 /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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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녀 2014-11-10 00:40:17 | 106.***.***.237
제주에도 점차 이런 문화가 생겨나는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잘 읽고 갑니다!

제주도민 2014-11-09 13:23:31 | 122.***.***.199
도민이지만 궁금해서 꼭 가보고 싶네요~ 또한 이주민들이 우리제주도민과 소통하기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느낄수 있어서 좋았고 저도 좋은 아이템 가지고 참여해볼 생각이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