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알고도 조치를 못해?"...미적미적 행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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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알고도 조치를 못해?"...미적미적 행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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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소리] 불법건축물 민원, 행정조치 '구설수'
"불법 눈 감는게 행정 할 일이냐"...市 "상반된 정부시책 때문"

"불법인걸 알고도 눈 감아주는게 행정이 할 일이야?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게 왜 중요하지 않은 문제야?"

제주시 조천읍 모 마을에 살고 있다는 A씨는 자신의 마을에서 벌어진 불법건축물 논란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불법건축물로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 민가들이 밀집된 지역에서 한라산 방면으로 올라가다보면 나무숲 사이에 조그만 건물 두 채가 지어져 있다. 한 채는 종교시설로 사용되고 있으며, 뒷 켠에 놓여진 다른 건물은 이 시설을 운영하는 이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건축물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건축물'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A씨는 "멀쩡히 나무가 있던 곳에 건물을 세우는 것도 모자라 길 까지 낸 것을 뒤늦게 알게 됐는데, 민원을 넣어도 전혀 조치되는 것이 없더라"고 말했다.

그는 "시정은 커녕 최근에는 이 길가에 전신주까지 추가로 설치돼 마을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해졌다"고 분을 냈다. 애초에 '농업용'으로 전신주를 설치하겠다고 신청해놓고, 밭이 아닌 건물에다 연결해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A씨의 민원은 제주도청을 거쳐 감사위원회까지 이관된 상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행정당국 역시 '불법' 여부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1년과 2003년께 허가 없이 지어진 건물이라는 것이다.

뒤늦게 확인되기는 했지만 부동산공시법 등에 저촉된 행위임에는 분명한 것으로 판단됐다.

실제로 지난달께 A씨를 비롯한 민원인들, 제주시청 담당부서 관계자, 조천읍사무소 담당 직원, 조천읍 이장들, B씨 등이 현장에서 만나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제주시는 원상 복구 조치를 해야한다고 통보했고, B씨도 절차에 따르겠다고 응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에 발생한다. 불법이 확인됐지만 행정당국이 섣불리 조치를 취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유는 정부가 올해 1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펴고 있는 '불법건축물 양성화' 시책 때문이다. '특정건축물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과거 불법적으로 잘못 지어진 건물들을 건축법에 의해 사용승인 해주는 제도다.

B씨의 건물도 양성화 승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돼 이 과정을 밟고 있는 상황이다.

즉, 상반된 두 개의 행정조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불법을 확인했으니 시정 명령이 내려져야 하지만, 양성화 대상으로 적용된다면 이 토지는 원상복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제주시 입장에서는 괜히 복구 조치를 했다가 나중에라도 B씨의 건물이 양성화됐을 경우의 '역풍'을 우려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민원인들과 여러차례 만나서 우선적으로 조치를 하려하고 있지만, 법 검토를 해보면 (양성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그 전에 복구 명령을 내리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행정소송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법원의 이전 판례를 봤을 때 먼저 (시정명령)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A씨는 제주도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상급기관이나 청와대에 까지 민원을 꾸준히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불법건축물이 명백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양성화시책을 명분으로 해 강력한 원상복구 조치이행을 강제하지 못하고 미적거리는 행정당국.

양성화시책이 오히려 불법건축물 행위자들에 면죄부를 주는 모양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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