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눈물흘린 사람 내쫓을수없다"…교황방한과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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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눈물흘린 사람 내쫓을수없다"…교황방한과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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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방한준비위원장인 강우일(69) 주교가 12일 프란치스코(78) 교종의 방한으로 이 땅에 화해와 평화의 싹이 더 커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강 주교는 교황(敎皇) 대신 교종(敎宗)이라는 호칭을 쓴다)

강 주교는 이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교종이 아시아 대륙에서도 가장 먼 한반도를 제일 먼저 찾아주는 것은 우리와 함께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려는 염원 때문이다. 교종이 우리와 함께하는 기간 우리도 그분의 뜻에 마음을 하나로 모아, 그분이 전하고자 하는 ‘사랑과 희망’ 안에 서로를 포용하고 화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제 이틀 후면 프란치스코 교종이 이 땅에 온다. 교종은 아시아 청년대회에서 아시아의 젊은이들과 함께 어우러지고 124위의 순교자들을 복자품에 올리는 시복식을 통해 진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우리 선조의 증거의 삶을 온 세상에 공포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시아 청년대회에 보편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직접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다.

강 주교는 “이는 아시아 대륙 전체에서 보면 한 줌도 안 되는 소수의 가톨릭 젊은이들이지만, 용기를 내어 이 광활한 대륙에서 하느님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실어 나르는 파발꾼이 되기를 초대하고 격려해 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시복식도 교황의 특사가 집전하는 것이 관례다. 강 주교는 “교종이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 미사를 손수 주례하고자 찾아주는 것은 진리를 위해 목숨 바치는 순교자들의 충성과 신의를 물질주의와 상대주의적 가치관 속에 파묻혀 사는 오늘의 우리가 상기하고 본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우리 사회는 많은 번민에 휩싸여 있다”며 “남북한 냉전 구도, 아시아 이웃 나라들과의 갈등을 비롯해 양극화된 계층 간의 격차, 세월호 침몰, 군대 폭력 등으로 국민들이 심한 충격에 가슴앓이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힘들어하는 사람들 곁을 제일 먼저 찾아가는 교종이니 오늘 이러한 가슴앓이를 하는 우리 곁에 와서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위로와 희망의 복음을 들려주리라고 믿는다”며 “프란치스코 교종은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보고 듣고 공유하며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희망을 선포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강 주교는 “방한 기간 대규모 집회와 행사로 곳곳에서 많은 불편을 겪게 해드리는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염원이 받아들여져 올바른 진상 조사와 사후 조처를 철저히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신속히 통과시키도록 국회에서는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강 주교는 시복식 장소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퇴거와 관련해 “이번 행사 때문에 그분들이 그곳에서 물리적으로 퇴거당하거나 쫓겨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눈물 흘린 사람을 내쫓고 예수님께 사랑의 미사를 할 수는 없다. 그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장소가 한정돼 있어 허용되는 최소한의 가족만 남아있을 수 있도록 실무진이 유가족들과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며 “특히 시복식과 관련해 스피커와 화장실 등 설치할 것들이 많아 잠시 자리를 비워준 뒤 다시 들어오는 쪽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12일로 30일째다.

강 주교는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특별법이 타결될 때까지 계속 남아있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는 그분들의 염원이 관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19일째인 이날 광화문광장에서는 문정현 신부 등 416명이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 이들은 16일까지 ‘416명 광화문 국민농성’을 벌인다. 15일 오후 3시에는 범국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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