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이 놓았다는 연륙의 다리, '엉장메코지'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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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대할망이 놓았다는 연륙의 다리, '엉장메코지'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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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정호/ 제주시 이도2동

제주도 창조의 여신 설문대할망에 대한 신화와 전설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제주인들의 가장 절실했던 오랜 꿈 하나가 바로 육지와 연결되는 것이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설문대할망이 연륙(連陸)의 다리를 놓다가 중단했다는 전설은 조천읍을 중심으로 제주에 널리 구전되어 왔는데, 이러한 전설상의 흔적이 현재까지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와 신흥리 경계에 남아 있는데 이것이 바로 ‘엉장메코지’이며, 실제로 육지와 가장 가깝다고 한다.

제주 섬사람들은 설문대할망에게 그들의 소원인 섬과 육지 사이에 다리를 놓아달라고 청하였고, 할망은 대신에 소중이(여자의 속옷) 한 벌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할머니는 힘이 셌지만 체구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그의 속옷 한 벌 짓는데는 무명 1백통(1통은 50필)이 있어야 했다.

제주 사람들은 모두 집에 있는 무명을 다 모았으나, 무명은 99통 밖에 되지 않았고, 결국 무명 1통이 모자라서 옷은 지어줄 수 없었다.

할머니 또한 다리를 놓기 시작하다가 다리 놓는 것을 중단해 버렸는데 그 흔적이 바로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와 신흥리 경계에 남아 있는 ‘엉장메코지’이다.

엉장메코지는 최근에 개설된 제주올레 19코스가 시작되는 조천 만세동산에서 약 1㎞ 지점 조함해안로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큰 바위들로 이루어진 돌무더기의 동산이며, 엉장메코지의 정확한 위치는 조천리 911-4번지이다.해안도로 맞은편에는 로즈비치 펜션(신흥리 874)이 들어서 있다.(엉장메코지 위치도 참조)

그런데, 제주올레19코스가 개설되며 인터넷 등을 통하여 설문대할망이 다리를 놓다가 중단해버린 흔적이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와 신촌리 경계에 남아 있다고 잘못 알려지고 있어, 그 이유를 알아보고 바르게 알리고자 한다.

잘못 알려지게 된 대표적인 책자가 제주대 교수를 역임한 현○○의 '96년 판「제주도 전설」이라는 소책자이다. 책자 선문대할망 편에 ‘다리를 놓다가 중단해버린 자취가 조천면 조천리 ․ 신촌리 등 앞바다에 있다 한다. 바다에 흘러 뻗어간 여(바위줄기)가 바로 그것이다.’라고 쓴 것이다.
(제주시 노형리에서 어렸을 때 듣다)

현○○ 전 교수가 쓴 글은 조천리 현지주민에게 들은 것이 아니고 노형에서 들은 것이며, 엉장메코지에 대한 언급이 없음으로 보아 그는 설문대할망이 연륙의 다리를 놓다가 중단한 전설은 들었으나, 그 지점이 엉장메코지라는 말은 못 들은 것 같으며, 현지를 확인하지도 않은 것 같다.

다음으로 잘못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 이 소책자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문화/관광 ⇒민속관광대사전 ⇒신화/전설 ⇒설문대할망 외에 문화예술, 사이버삼다관이다.

위 사이트 설문대할망 편에 ‘지금 조천과 신촌 앞바다에 그 노파가 다리 놓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바다 쪽으로 쭉 뻗어간 여가 있다고 한다.’와 ‘다리를 놓던 흔적이 북제주군 조천과 신촌사이에 뻗어나간 엉장매다.’라고 잘못 표기하면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그 잘못을 더욱 확산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다음, 바르게 쓴 문헌은 제주시 교육장과 도 교육위원을 역임한 김보현의 ‘76년 판 「조천지」이다. 조천지 엉장매동산(엉장매코지) 편에 ‘이곳이 바로 탐라의 할머니 설문대할망이 연륙의 다리를 놓으려든 곳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계신 인물로 한라일보 논설실장을 지낸 강문규의 '09년 한라일보 기사〔경술국치 100년 제주 원풍경을 되살린다] 조천 연북정(戀北亭)편에 '연북정에 올라 신흥리쪽을 바라보면 엉장메가 보인다.' '조천과 신흥리의 경계를 이루는 높은 언덕으로 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 나온 곶(串)이다.'하였으며,
시인․ 민속학자인 문무병의 제주의 소리 기사 설문대할망은 왜 다리를 놓다 말았을까? 기사에 '지금도 설문대할망의 다리를 놓다 만 흔적은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엉장매코지 지명 전설에 남아있다'라고 하였다.

현재 조천리와 신촌리 사이에 있는 것은 엉장메코지가 아니라 예로부터 ‘대섬’이라 불러져왔으며, 탐라순력도 ‘조천조점’에는 죽도(竹島)라고 쓰여 있다. 이상과 같이 설문대할망이 연륙의 다리를 놓다 중단했다는 전설속의 엉장메코지는 현재 조천리와 신흥리 경계에 있다.

지역주민들과 도민들은 예로부터 현재까지 엉장메코지를 설문대할망이 다리를 놓다가 중단해버린 곳이라고 이야기하며 연륙의 꿈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사실과 내용을 인식하고 제주도청 관계자는 즉시 홈페이지에 있는 잘못된 내용(조천과 신촌)을 (조천과 신흥)으로 고치고 교육청과 산하 기관, 자생단체 등에 알리어 잘못된 내용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게 하기 바란다. <김정호/ 제주시 이도2동 주민>

엉장메 코지 위치도. 붉은 선 안쪽이 조천읍 조천리이다. 흰색 점선이 올레19코스이며 로즈비치(신흥리 874) 해안도로 맞은편 타원형 동산이 엉장메코지이다. 조천리 911-4번지이다.<사진=다음지도 서비스 캡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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