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긴장 간부회의 '3시간'...'채찍 후 당근' 화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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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긴장 간부회의 '3시간'...'채찍 후 당근' 화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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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호령 '회의 재소집' 우근민 지사, "수고 많았다" 흡족
"여러분이 제주섬 장관" 격려...3시간 회의에 오전업무 '땡'

열흘 전 제주도청 간부공무원들의 '매너리즘'에 불호령을 내렸던 우근민 제주지사가 재소집된 간부회의에서는 '달콤한 당근'으로 격려했다.

우 지사는 4일 오전 8시30분 사무관(5급) 이상 간부공무원들과 행정시 부시장,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등 유관기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점추진사항 보고회'를 주재했다.

말은 '중점추진사항 보고회'이지만, 실상은 지난달 25일 열렸던 '4월 확대간부회의'의 재소집이다.

당시 우 지사는 실.국별 업무보고가 매번 '판박이'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무능한 간부공무원 인사조치'라는 격한 경고까지 하며, 업무보고를 다시 준비해 간부회의를 재소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치 1년치 보고를 하는 것 같이 세부적인 내용이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간부공무원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

그날 이후 매일같이 업무보고 준비에 들어갔고, 4일 중점추진사황 보고회라는 타이틀로 해 확대간부회의를 다시 개최하게 된 것이다.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는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는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이날 역시 보고 초반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부실 보고'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였던지, 보고시간은 상당히 길어졌다.

보고회의 자료들도 나름 준비된 티가 확연했다. 각 부서들은 4월 업무계획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지난달 평가와 이달 꾸려나갈 세부적인 계획을 명시했다.

가령 종전의 보고에서는 '외국인 크루즈 관광객 편의시설 국제여객 터미널 조기 신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한데 그쳤다면, 이날 보고에서는 4월 중 지역업체 참여 확대를 위한 국제 입찰방식을 적용하겠다는 식으로 세부적 사안을 덧붙였다.

평소 30-40분이면 끝나던 보고시간은 2시간에 달했다. 보고가 끝나자, 드디어 우 지사의 마무리 발언시간.

우 지사는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전한다"며 크게 흡족해했다.

우 지사는 "여기 있는 과장이나 각 부서 주무계장들도 이제야 제주도의 다른 부서에서 이런일을 하는구나 이해를 할 것"이라며 "저도 지난번에는 이해가 안 갔는데, 오늘은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제가 기대했던 이상의 결과가 있었다"며 "같은 일이라도 얼마나 고민하고 성의를 가지면 되는지를 여러분들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 공무원들의 노력을 높이 샀다.

보고회 시간 내내 마음을 졸이던 공무원들도 그제서야 옅은 미소를 찾을 수 있었다.

우 지사는 "도지사는 임기가 있지만 도정에는 임기가 없다. 여러분들은 도지사의 임기와 상관없이 제주도정의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여러분들을 질책하고 분발을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당부했다.

또 그는 "특별자치도라는 의미는 여러분들이 모두 장관이라는 것"이라며 "보건복지여성국만 해도 보건복지부, 여성부, 식품안전청 등 정부에서 세 가지로 나눠서 하는 업무를 강승수 국장 홀로 맡고 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간부회의에서 직접적으로 꾸짖었던 보건복지여성국을 두고 한 말이다.

우 지사는 "먼지가 보이는 접시는 닦아야지 깨뜨릴까 두려워 놔두는 공직자가 있어서는 안된다"며 "접시를 닦다가 깨뜨리면 도지사가 책임 질테니 먼지 낀 접시를 부지런히 찾아 닦아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회의에서 '채찍'을 가했다가, 이번에는 '당근'으로 달랜 것이다.

한편 이날 사무관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확대간부회의가 장장 3시간에 걸쳐 진행되면서, 폐쇄회로TV를 통해 방송되는 '초긴장 회의'를 지켜보던 업무부서는 장시간 회의에 이날 오전은 '회의 시청'으로 갈음하는 모습이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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